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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여성개발원장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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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피플 - 최현태 2010년 01월 335호
새해, 수평선을 밀고 올라오는 태양과 마음속에서 뜨는 태양이 부디 같은 밝기와 온도로 누구에게나 즐겁게 떠오르길 기대한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터이지만 법학자의 그것은 더 공정할 것 같다. 불교여성개발원장이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은영교수, 그이는 딱딱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내려놓게 만드는 감성의 소유자이며 먼 길 가야하는 취재진에게 밥부터 먹여야한다는 배려의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소설 ‘로스쿨을 꿈꾸며’
60년대 말 어수선한 시절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그이는 동급생으로는 단 1명인 자신과 학부 전체에 달랑 3명의 여학생으로 표현이 좀 거칠지만 총구처럼 느껴지는 시선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야 영광의 길이었을 그 동숭동의 4년을 한권의 소설로 풀어놓았다. 교수가 소설을 써도 괜찮은가하는 난감함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이는 국회에서 다년간 외유를 하고 난 터였다. 17대국회에서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주역으로, 또 호주제폐지등을 추진한 입법자의 행보가 있은 다음이라 쑤석거리는 마음속 소리들을 굳이 외면할 것도 없었다. 천장으로 바람 지나가는 소리 들리는 한겨울밤에 한 법학자의 자전적 성장소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법률가가 되려면 먼저 인간에 대해 알아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이의 추리력과 따뜻한 마음들이 예비법률가들에게 정의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법이란, 정의란, 양심이란, 저항이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법학자 이은영은 로스쿨제도를 도입할 때 상식을 갖춘 인간을 선발하는 일에 높은 비중을 두었고 법학적성시험에도 상식과 교양위주로 시험과목을 짰다. 하여 이은영을 법학자라는 틀 속에 가두는 것은 아인슈타인=원자폭탄이라 외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이의 삶은 스팩트럼을 통해 피어나는 색색의 빛깔로 여기서 저기서 온갖 모습으로 다가온다.
불교여성개발원장이라는 소임
여성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가정, 교단, 사회에서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고 타인을 보살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북돋으며 함께 할 도반을 찾습니다. 그리하여 여성 불자의 자비행이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십시오...불교여성개발원장소임을 맡으며 내놓은 그이의 목소리다. 세상 모든 이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여성 불자상(像)이 아닌가.
시민운동부터 국회의원까지 30여 년간 법률전문가로 많은 일을 해온 그이는 불교여성개발원이 선정한 1차 108여성불자로 선정되었고 자문위원으로 봉사하다가 2대 원장으로 취임하며 한국여성 불자의 신행문화를 변화 발전시켜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가정, 교단, 사회에서 불교의 자비평등사상을 구현해갈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사단법인 지혜로운 여성의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는 이은영원장의 법명은 지수(智秀;지혜를 얻어 우두머리가 되라는 뜻이라고)로 그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 불교여성개발원이 펼치고 있는 여러 가지사업은 그이가 관심을 갖고 활동하던 그간의 NGO활동과도 무관하지않다. 소수의 마이너리티로 불편과 차별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그들을 우리식구로 끌어안고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자는 다문화봉사단의 활동에 내 마음도 보태고 싶다. 잘살기 위한 여러 가지 처방을 내놓는가하면 웰다잉본부는 또 어떤가. 잘 사는 것만큼이나 아름다운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법이다. 불교여성개발원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이는 요 부분 잘 써주세요..하며 부탁 아닌 부탁을 하며 고운 웃음을 날린다. 여성 불자들의 지혜로움을 한데모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데 잘 쓰이기를 바라는 불교여성개발원이 창립10주년을 맞는 새해에는 한 걸음 앞선 도약이 기대된다. 그 구심점에 이은영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불법을 만나고, 진리를 만나고
우리의 삶이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밀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이은영원장은 언제였을까? “대학 2학년 학기초였던것같애요. 정국의 혼란과 정신적인 갈등이 겹쳐 학교를 더 다니고 싶지 않아 자퇴를 하려고 집에서 지내던 중이었죠. 하루는 옥상에 올라갔는데 집 뒤에 대원정사라고 절이 하나 생겼어요. 제 발로 찾아갔어요. 야간 불교대학에 다니며 부처님을 만났지요. 그리고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처음으로 집을 떠나 몹시 외롭고 기후도 식사도 맞지 않아 힘겨웠는데 동국대학서 공부한 스님과 인연이 되었어요. 스님암자에도 가끔 들렀지만 숙소 벽에다 부처님을 제가 그렸어요. 독일어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정신병 직전에 동료의 자살소식까지 들려오는데 내방의 그 부처님이 계셨기에 온전하게 공부를 마칠 수가 있었답니다.” 첫 만남에서 그이의 합장인사가 참 익숙하다싶더니 불법과의 인연도 스스로 지었음에야. 이은영원장의 해인사기억은 참 아득했다. 역시 수학여행이 처음이었는데 지금도 장경각이나 도량곳곳에서 만나는 중고생무리들은 부처님인연보다 친구가 더 신나고 재밌듯이 그이도 그랬다. 하지만 교수불자회일원으로 다시 찾은 해인사의 새벽예불과 밤하늘에 총총하던 별빛을 가슴에 새겨두었단다. 그렇다. 홍류동을 지나 비석거리를 오르노라면 해인사에서의 시간은 유난히 느리게 흘러 영원으로 가 닿을 것 같은 그 느낌을 그이인들 어찌 모르랴.
걸림돌을 디딤돌삼아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실패할 경우가 있다. 국회의원을 지냈고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로, 또 여러 단체의 리더로 살아가는 이은영원장은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을까?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있기에 또 다른 성공을 할 수 있는 거라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수많은 도전을 했지요.” 그이의 말에서 어떤 것을 이루어냈을 때 비로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도전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움이 되고 싶어 법학자가 되었다는 이은영교수에게 법대생이면 거의가 지원하는 고시에는 처음부터 마음이 없었냐고 물었더니 공교롭게도 그이가 졸업하던 해에 사법시험이 없었다고 귀뜸을 해주었다. 걸림돌을 디딤돌삼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독일에서 공부한 전혜린이 좋았고 집에서 가까운 독일문화원을 들락거리며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영화를 보며 유학을 꿈꾸었는데 비행기표와 독일에서의 체제비까지 지급하는 독일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었으니 인생의 전환점은 그렇게도 시작되나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매화향기
이은영원장은 어머니기 일러주신 매화가 꽃이 피어 향기 나는 것은 혹독한 겨울추위를 이겨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보풀이 이는 딸의 마음을 다잡아 주시려 12폭 동양자수병풍을 수놓자며 한뜸한뜸 함께 수를 놓아주신 어머니, 어느 날 수틀을 던져버린 딸에게 그럼 이제 수 그만 놓고 학교 가라시며 당신이 마저 수놓아 시집갈 때 챙겨주신 어머니, 마음 다스리는데 수놓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다 하시던 지혜로운 어머니. 저물어 물들어 가는 것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단풍이기도 하고 노을이기도 하고 잘 살아온 사람의 나이듦이기도 하다. 이제 젊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이은영원장이 팔순의 노모와 함께 나직하게 읽어도 좋을 이육사의 시<광야>를 옮겨본다.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정월 매서운 바람에 지금 온 산천의 매화는 향기를 모으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