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단의 지난 1년 중 가장 큰 사건은 제33대 총무원장 선거다. 많은 종도들이 선거 때마다 터져나오는 불미스런 일들을 기억하고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염려 덕분이었는지, 큰 잡음 없이 선거를 치렀고, 자승스님을 새 총무원장으로 뽑았다. 전임 총무원장 지관스님도 4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일로 돌아갔다. 퇴임식도 잘 치렀다. 우리 종단에서는 드문 일인지라 크게 경축해야 함에도 당연한 과정이기에 요란스럽지 않았다.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선거법 개정이 또다시 주요 이슈로 제기되었다.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선거가 종도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재정적 행정적 정서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종도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선거법 개정에 동의했다. 선거법은 시간이 흘러 선거일이 다가오면 이해관계가 예민해져 고치기 힘들다. 내년이 적기이며, 이를 놓치면 선거법 개정은 물 건너간다.
마곡사 인근의 태화산 전통불교문화원을 지난 6월 개원한 것도 큰 성과로 기록해야 마땅하다. 문화원을 짓는 일이 정부 예산 지원을 확정한 2003년 12월부터였으니, 6년만이다. 외연적으로 종단의 위상을 높이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게 되었다. 종단은 ‘전통불교문화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령을 정하고 전통불교문화원의 사업으로 △전통 불교문화의 대중화 및 세계화 사업 △한국불교 수행의 체험 및 보급 사업 △전통 불교문화 사업 지원체계 구축 사업 △종단의 각종 연수교육 진행 및 개발 사업 △각종 연수교육 사업 △템플스테이 관련 사업 △기타 목적 달성을 위한 수익사업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걱정이 적지 않다. 큰 시설을 유지 운영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데, 종단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300명 규모의 수용 인원이 이용 가능한 시설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십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시설을 잘 지어놓고도 시설의 유지, 보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까운 시설을 산 속에 방치한 채 ‘돈먹는 하마’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 재원의 원천은 시설의 가동을 통해 확보되는 수익인데 그 가동을 위한 제반 사업이 현재로서는 종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연수의 ‘몰아주기’ 이거나 ‘템플스테이’ 외에는 별로 가시화된 것이 없기에 이른바 ‘하석상대(下石上臺)’ 즉,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실정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김관태, 지금 종단의 종무행정에 시급한 4S_1, 불교포커스, 2009. 6. 15)
이 같은 지적이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이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화원을 통해 애초에 목적한 것들을 달성하고, 나아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겨졌다.
국립공원 내 사찰 토지를 공원구역에서 제외해하는 것도 올해의 큰 이슈였다. 지난 7월 2일 통도사에서 1500여 명의 스님들이 모여 ‘사찰경내지를 자연공원(국립, 도립, 군립)에서 해제하기 위한 조계종 전국본말사주지결의대회’를 열었으니, 종단의 행사로서는 가장 큰 행사였다.
당시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이날 대회의 법문에서 “사찰과 공원은 그 기능이 다름에도 일부 인사들의 인식부족으로 일반공간과 같이 여기거나 배타하는 사람도 없지 않아 곤욕스러울 때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한데다 공원법ㆍ전통사찰보존법ㆍ문화재보호법ㆍ사적지 등등 이중 삼중으로 묶어 사찰 본래의 목적을 위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그 애로를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공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종단의 대표자가 대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흔치 않다. 정부의 공원정책이 그만큼 잘못되었다는 반증이다.
종단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하다. 국립공원은 다양한 자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자연생태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즉, 정부는 국립공원을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자연공원법 제2조의 2)이라고 규정하고, 자연보존지구 등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찰이 갖는 문화유적․신앙공간이라는 점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행의 정부조직에 의한다면 문화재청이 국립공원 내 사찰을 관할하는 것이 환경부가 하는 것보다 현실에 가깝다. 그러나 사찰의 종교성을 감안하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할청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하다. 중요한 것은 국립공원 내 사찰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공원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의 공원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부도 이제야 종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국립공원 내 사찰 및 사찰지를 문화유적지구로 지정하는 일을 이뤄내야 한다. 아울러 예전에도 사찰이 산림을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종교편향 문제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종교간의 경쟁이 심화되어지는 한 종교편향의 문제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종교편향은 국민들을 종교적인 이유로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문제이기에 심각성이 크다. 불교의 본래면목을 회복하고, 국민들의 귀의처가 될 때 비로소 해결된다는 점에서 볼 때 특정사안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한편 수행하는 종단, 청정한 종단, 사회에 기여하는 종단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남북관계와 환경, 용산 문제 등에 대한 불교계의 종단적 대응은 미약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4대강 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큼에도 불구하고 종단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다. 재개발 사업의 폭력성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용산참사에 대해서도 종단은 침묵했다.
‘용산’은 한 지역의 지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함축하고 사회적 용어가 되었다. 자승스님이 총무원장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반가운 일이다. 새해에도 종단의 할 일이 태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