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송학사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피플 & 피플 - 이겸 2009년 11월 333호
절집의 향기는 그곳을 찾는 이들이 만든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자동차는 진주 시내로 접어들었다. 남강이 흐르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며 차를 몰았지만 남강과는 거리가 있어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복잡하고 굽은 도로를 따라 주택가와 상가들이 뒤엉킨동네, 그길곁에서‘송학사’를만난다. 도심에 있는 다른 절집 풍광과 크게다르지 않은 모습. 기와를 얹은 대문을 들어서니 전각 한 채가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대웅전이다. 그왼쪽으론양옥집한채가 앉았는데 이곳은 종무소와 공양간을 비롯한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으며, 오른쪽엔 남강을 바라보듯 조금 높게 범종루가 자리하고 있다. 마침 공양시간이라 함께하게 되었는데, 부드럽고 강한 스님이 눈에 들었다. 향록 스님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사를 나눌틈도 없이 한 상에 마주 앉았다. 신도들과 유쾌한 분위기속에공양을마쳤다. 강에서건져낸오래되지않은 차돌같은모습, 향록스님에대한인상이다. 단호함과 깨끗함. 엄격한 푸른 나무를 연상케 한다.

“내가 계절에 관계없이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있었던 날이 얼마나 많은가! 어스름한 새벽녘에 농부들이나 일하러 가는 나무꾼 등 많은 동네 사람들이 이미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와 마주쳤던 것이다. 해가 뜨는 것을 실제로 돕지는 못했지만 해가 뜨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니었던가? 여러해동안나는눈보라와폭풍우의관찰자로
스스로를 임명하고 내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측량기사로서 큰길은 아니더라도 숲길이나 지름길들을답사하여그것들이막히는일이없도록했으며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어 그 쓸모가 입증된 곳은 계곡에 다리를 놓아 언제든지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나는 우리 마을의 길들여지지 않은 가축들을 돌보았다. 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농장의 이곳저곳을 살펴주기도 했다. 나는 나무들에도 물을 주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것들은 가문 날씨에 말라 죽었을지도 모른다. 자랑삼아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처럼 나는 내 직무를 오랫동안 충실히 해왔다.”
헨리데이비드소로우의‘월든’중한대목이다. 늘 곁에있는사람이지만, 그가치를스스로뽐내지않아
이웃들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 그러기에 더욱 빛나는이이다.

소로우를 끄집어내는 것은 본받을 만한 그의 태도와그 지속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향록 스님은 주지를 맡은 후 모든 재정 상태를 신도들에게 공개하였고,
관리와 운영 또한 마찬가지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송학사만의 특징을 살린‘108 산사 순례단 자비회’를만들어 도심사찰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려는 노력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순례에 참여한 이들은 전국의 큰절들을 방문하여 법문을 청해 듣는 시간도 함께 갖고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번도 빠지지않고 참여한 이는 108염주를 만들게 된다. 한 곳의 순례를 마칠 때마다 값진 구슬이 하나씩 꿰어지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에게 복을 짓는 일일 것이다. 송학사는 자비회의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살아 있는 불교, 젊은 불교를 만들기 위한 신도들의 의지와 참여가 적극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 자비회라 느껴진다. 도심사찰의 삭막함을 벗어나기 위한 관광요소로서의 108산사 순례 프로그램이 아닌 것이다. 작년에는 진주교육청과송학사자비회가연계해장학사업의일환으로 봉래·촉석·평거초등학교 40명과 진주여중·봉원중20명등모두80여명의학생들을대상으로합천 해인사 일원 문화탐방 체험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송학사는 도심에 자리한 신흥사찰이라 이렇다 하게 내세울만한문화재는없다. 숲의풍미를즐길만한풍광역시 없다. 하여 곁에 있어도 모를 만한 절집으로 보인다. 하지만 송학사엔 이것을 넘고도 남을 만한 신도들과솔선하는이가있는곳이다. 새벽에한일을뽐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이웃과 자신을 위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