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華山 김용주 변호사와 덕만심德萬心 김미숙 부부사람들은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상대가 한 사람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변덕보따리든 모순덩어리든 그걸 받아줄 만한 사람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도 괜찮다고,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 놓고 싶을 때가 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여기 두 사람, 그들도 과연 젊은 날 전쟁 같은 시절을 함께 견뎌냈을까 싶을 만큼 깊어진 마음으로 기댈 어깨를 서로에게 내주고 있다. 울산에서 개업하고 있는 김용주변호사와 그의 아내 김미숙불자.
아내와 남편을 향한 농도 깊은 존경의 염念
부부로 살면서 무엇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두느냐고 물었는데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의 답변이 돌아왔다. 김변호사는 “할 수 있는 최대의 존중과 예의로 대하는 거죠. 아내는 가장 소중한 자리에서 아주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이므로 부처님이나 신에 대한 경배만큼 해야 합니다.” 이어지는 아내의 목소리 “우리 남편은 같이 사는 내게만 그런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그렇게 하는 것 같애요. 사랑에 앞서 존경하는 사람이고 멋지게 참 잘사는 분이에요. 제게 과분하고 넘치는 남편입니다.”하며 눈가가 붉어진다. 조금은 민망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부부생활에 관한 모범답안을 미리 준비해놓은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상황이다. 내친김에 아내에게 또 물었다. 그리 남편을 존경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수 있느냐고? “예를 들면 남편은 가족이 모두 모인 식탁에서 경전을 자주 읽어 주었어요. 아이들이나 제가 귀담아 두었으면 하는 내용이나 살면서 새겨야 할 부처님 가르침을 바쁜 짬짬이 틈을 내서 읽어주는가 하면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기도는 놓지 않을 거라 말하지요” 머릿속으로 그림을 한번 그려 보시라. 식탁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세 아이들과 아내에게 경전을 읽어주는 가장~ 이 대목은 우리 불자들이, 남편들이 아내들이 벤치마킹 해볼만 하지 않는가?
불법 인연 지어준 아내, 그 길 따라 행복한 남편
덕만심德萬心 김미숙 불자는 스님들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가지산 석남사 비구니스님들은 언양보살집의 우동 한 그릇이 읍내 볼일의 마지막 코스였다. 어린 시절 바쁜 엄마는 스님들께서 집에 오시면 중국집에 전화부터 하셨다. ‘스님 드실 건데 우동 한 그릇 잘 해서 배달 해주소.’ 그런 인연으로 드나들기 시작한 석남사에서 불필스님을 뵈었고 스님께선 김미숙불자가 아이에서 처녀로 자라는 과정 내내 인로왕보살이 되어 주셨다. 해인사에서 3천배를 하고 백련암에 올라가 성철스님을 친견하던 날 “보살, 무용했다하니 춤 한번 춰 봐” 하시던 큰 스님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단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고 제일 먼저 찾은 곳도 해인사 금강굴이다. 멋모르고 그냥 따라간 김변호사는 예정된 수순 3천배를 두고 지금 기억하기를 “108배도 안 해봤으니 3천배가 힘든 건지 뭔지도 모르고 시작을 했지요. 낮부터 시작해 아침까지 했는데 나중에 스님께 들은 말씀이 밤새도록 엎어지고 일어나고 자빠지고 일어나는데 그걸 절이라고 하는 건지 원!!”하시더란다. 어찌 아니 그랬을까?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절에 갔으니 처음 하는 절이지만 피할 수도 없었으리라. 하여 김변호사는 부처님가르침으로 인도해준 첫 인연 아내와 기도하는 행복을 한껏 누리고 있다.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물음에 ‘기도하러 가야지..하는 생각’ 이라며 새벽 5시만 되면 벌떡 일어나 시내 법당으로 향한다. 세 아이 모두 공부하러 서울로 떠나고 살림살이가 홀가분해진 이즈음은 속된말로 기도를 두 탕이나 뛴다는 그이들의 신심이 온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들의 두 탕 기도를 살짝 엿보면 5시부터 예불과 108배하고 도반들과 함께하는 법당청소를 마치면 문수산 문수사를 찾는다. 아내는 대웅전과 산신각등 각 단을 찾아 인사드리고 남편은 하루일과 3백배 가운데 나머지 2백배를 마저 한다. 그리고는 싸 들고 간 도시락을 나란히 까먹으면(좀 상스런 표현이지만 도시락 먹는 재미가 기가 막힌다고) 그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단다. 날이라도 궂을라치면 둘이 나란히 함께 할 수 있는 기도실이 마련되어 있는 집안이 정갈하다.
나이 들면 도반과 배낭하나 메고 산사를 찾아다니며 부처님 법 가운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앞서 산길을 내려가는 남편을 보면서 ‘저 사람이 바로 그 도반이구나...부처님 이 좋은 인연에 감사합니다.’하고 감사기도가 절로 나온다는 덕만심 김미숙불자. 그이는 지금까지의 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으로 첫아이 태어났을 때와 온 가족이 3천배를 하던 날을 꼽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던 고만고만한 아이 셋과 부부가 석남사 침계루에서 1배1배를 하는 동안 석남사 대중스님들이 희유한 일이라며 자비로운 눈길로 지켜보시더란다. 이들 부부가 아이들에게 유언처럼 하는 말이 <너희들에게 엄마 아빠는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부처님 법만 잊지 않으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인데 이 말끝에 막내가 하는 말이 “매일 아침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잖아요”였단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부부가 된 이들의 인연도 축복이지만 두 사람을 부모로 하여 태어난 아이들도 참 복이 많은 것 같다. 인생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인 부모를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그 자녀들은 세상을 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리라 믿으니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노릇에 대한 생각도 키워야 할 것 같다. 부모노릇에는 주말도 공휴일도 없지 않는가.
그대 변신을 꿈꿔본 적이 있는가?
부부를 만나러 가던 날 가을비답지 않은 소낙비가 자동차창문을 때리고 흔들었음에도 다실에서 부딪히던 그들의 따스한 시선과 찻물 따르는 소리, 집안에 감도는 봄날 같은 온기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이 가득한 평화로움이 있음에도 특별히 구하는 것이 있는지 또는 변신을 꿈꾸어 본적이 있을까?
김변호사는 한 때 스님이 되어 출가수행자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잠깐 있었단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욕심이었고 어리석음의 소치임을 알았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을 살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때 그것을 질책하며 자성하는 것이 불자의 삶이 아니겠냐며 되묻는다. 모든 것이 나의 문제이며 다만 할 뿐이라는 그의 말에서 보살의 기운이 느껴진다. 기도하고 수행하는 그의 삶의 깊이를 가늠하면서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보살의 삶은 어떤 것일까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세상에 몇 가지 성스러운 직업이 돈과 결부되면서 타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변호사도 그 중 하나라 생각해요. 직업을 통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데 가정을 꾸리고 사회활동을 한다는 이름아래 그걸 제대로 못하고 있어 항상 아쉽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의뢰인이 나로 하여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그들이 고맙다는 마음으로 전해주는 보수를 그들이 주는 만큼만 받고 안주면 안 받고, 그렇게 변호사생활을 해보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라는 말을 맺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변호사는 은퇴가 없으니 집사람이 허락을 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며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필요한 곳에서 그냥 일하는 보살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그날이 언제일까? 아내에게 큰 숙제를 하나 내주는 것 같기도 하고 가볍게 동의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도 같고.. 아무려나, 그림 같은 움직임으로 차를 우려내는 아내에게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리.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리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법적인 조언자다. 소설가 이병주의 ‘삶에 기여하지 않는 이데올로기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는 말을 평소 배우고 공부한 불교가 변호사라는 직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로 차용해봤다.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재판이라는 것이 분쟁을 통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쌍방의 합의를 도출시켜 화해하고 합의하여 쌍방이 이로운 쪽으로 사법이 발전하고 있단다. 따라서 변호사가 불교공부를 함으로 당사자간의 기본욕구를 내려놓고 합의점으로 이끌어 가는데 부처님 가르침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첨예한 대립관계에서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고, <재산분쟁의 경우는 조금씩만 욕심을 내려놓고 상대를 이해하는 쪽으로 이끌어 줄 수 있으며> 특히 이혼문제에 있어서는 부처님의 인연법이 큰 가르침 되어 내 마음 챙기듯이 의뢰인의 마음을 살피고 조율하다보면 설사 합의에 이르지 못했어도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는 것으로 행복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단다. 여기서 우리는 한 호흡 가다듬고 잠시 생각해 볼 일이다. 김변호사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리고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의 하루는 의미 있는 나날 아닐까?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데 그들의 오랜 지인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