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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무게를 재는 단위 권權 추錘 석石과 인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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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 김계유 2009년 11월 333호
순자에 보면 “형석衡石에 추錘를 단 것은 물건의 무게를 공평하게 달기 위한 것이다”고 하였다. 시황본기에서도 “형석衡石으로 편지片紙를 단다”는 표현이 있다. 이에 대한 주석을 살피면 “주청奏請하는 표전表箋은 1석石 1백 20근을 취한다. 석石은 저울이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서에 해당하는 표전에서 무게의 단위인 형석衡石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 이미지에 담겨 있는 개념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문제가 흉노족의 선우에게 보낸 편지를 말하면서도 길이가 한자 한 치였다고 하고 선우가 답한 편지의 길이는 그보다 한 치가 더 많은 한 자 두 치였다며 물건을 재는 단위로 표현한다. 또 다른 곳에서는 “한나라가 한 자쯤 되는 종이 한 조각에다 조서를 썼다.”고 했으며, 후한의 학자 연독延篤이나 마융도 ‘편지는 비록 두 장에 지나지 않으나 사연은 여덟 줄 일곱 자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 단위는 마침내 옛 사람들 사이에 편지의 일상적인 명칭을 붙일 때 자 척尺이 들어가는 지척咫尺 혹은 척독尺牘 척소尺素로 그 의미를 대신하기까지 했으니 생각해보면 그것이 결코 새삼스러운 이치는 아니다. 이에 여기서는 이들 용어의 참뜻을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로서 주역집해에 언급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무게 단위의 인용문 일부를 먼저 소개하기로 한다.
“옥편에 권權은 무게를 재는 저울錘을 말한다고 하였다. 앞에서 손巽은 맞추되 숨는다고 풀이하고 여기서는 손巽으로써 권세를 행한다고 하였으니 모두 손목巽木에서 곡물의 줄기가 됨을 취해온 말이다. 벼는 끝에 열매가 무수하게 매달리는 식물이다. 그렇듯이 설문에서 다루고 있는 저울 칭稱의 해석을 참고하면 율수 12초는 1분分에 해당하고 십분十分은 한 치가 된다. 무게는 12속粟으로써 1분分이 되고 12분은 1수(銖-1냥의 1/24)가 된다. 따라서 여러 단위의 품品 급은 모두 벼 화禾로부터 비롯된다. 이는 저울 칭稱의 마땅한 권세가 모두 손목巽木으로 통하는 벼 화禾에서 취해왔다는 뜻이다. 또 손巽은 나가고 물러가는 뜻이 된다. 맹자에 저울질을 하고 난 연후에 가볍고 무거움을 안다고 하였다. 대개 한번 나가고 물러가면 가볍고 무거움을 알 수 있다. 즉 우뢰(震)와 반대로 움직이는 중풍손重風巽으로써 권세를 행하는 이치의 설명이 되는 것이다.”
주역에서 바람괘 손巽으로써 권세를 행한다는 손이행권巽以行權의 구절에 대한 해석 내용이다. 손괘巽卦와 관련된 이곳의 해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어떤 사물의 무게를 가늠함에는 반드시 그 사물이 어떤 형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느냐에 그 초점을 맞춰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 관점에서 바라보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벼가 될 것이고, 사람의 생각과 관련된 문서에서 무게의 단위를 활용하는 까닭도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맥락에서 디즈니 만화 영화의 소재로 다뤄지는 뮬란의 무게는 권權 추錘 석石 혹은 척尺 가운데의 어떤 무게 단위로 그 내용이 표현되어져야 할까? 전해 오는 바에 의하면 그녀는 북위北魏 사람이라고도 하고 수나라 혹은 당나라 사람이라고도 하는 등 사람에 따라서 출신에 관한 기록부터 일정하지 않다. 그같은 분명하지 않은 기록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만화 영화 뮬란의 스토리는 중국이 북방 이민족의 침략을 받자, 여자의 몸으로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군대에 나가 공을 세움은 물론 인간의 자식된 도리를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인간성의 지극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그녀를 다루는 영화 및 관련 문헌에 소개된 이름이 다름아닌 목란(木蘭-음이 뮬란)이다. 무슨 뜻인가?
이소경離騷經에 주석을 붙인 주자집주를 보면 목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목란은 나무 이름이니 본초의 해설을 참고하면 껍질은 흡사 계피와 비슷해서 향이 있다. 생김새는 남수南樹와 같은데 키는 위로 수어 길쯤 되며 가죽을 벗겨도 죽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를 참고 하면 목란은 향기가 좋고 의지와 절개가 있는 나무라고 할만하다. 즉 계피 냄새며, 위로 수어 길을 솟구쳐 자라되 가죽을 벗겨도 죽지 않는 성질은 주자 집주에서 소개하는 그 나무의 특징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소경에서도 목란의 특징에 대한 설명이 그곳에 등장하는 평平의 궁극적인 인간상을 대신하는 개념이 된다. 즉 평은 일찍 아비의 뜻을 좇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아름다운 덕행을 온전히 하면서 강리江籬와 추란秋蘭에 견줄만한 덕과 재능을 갖추되 거기에도 만족하지 않고 다시 사방으로 유학하며 더욱 그 의지와 절개를 연마하였으므로 드디어 목란木蘭과 숙무宿莽등으로써 자기 자신을 비유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물론 여기서 설명하는 주석의 목란木蘭은 하나의 나무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여자의 몸이면서도 자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거칠고 험한 야전을 전전하며 12년 세월의 고달픔을 이겨냈을 목란木蘭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平의 인간됨을 말하면서 가을의 추란보다도 봄철의 목란을 더욱 아름답게 여겼다고 하는 대목은 분명 눈여겨 봄직한 대목이다.
왜냐하면 이소경에서 사람의 덕성을 비유하면서 추란을 추켜들었고 다시 더 나아가 목란에 平을 비교하되 그 향기로움이 추란을 앞선다고 기술한 것은 아마 가을의 덕이 마땅한 의리로 통한다면 봄철의 목란은 그 덕성이 만물을 살리는 어진 仁의 성품에 견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가을철의 마땅한 덕이란 그것이 만물을 살리고 길러내는 봄철의 어진 덕에 근거하여 이해되어지는 종속개념 자체를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디즈니 만화 영화 뮬란의 기록은 그 이름의 깊은 뜻만으로라도 봉건사회를 살던 단순한 여성의 효성스러움과 지혜로운 삶의 행적에 국한되어진다고 말할 수 만은 없다. 그보다는 권權 추錘 석石과 같은 사물의 무게 단위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저울질한다고 할 때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처님의 자비심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거기에서도 분명하게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지나친 억지일까? 그러나 그렇게 여겨진다면 디즈니 만화 영화 뮬란을 감상하면서 다시 판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