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쯤일 겁니다. 근처에 위치한 이밀로아(Imilloa)라고 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천문전시센터에서 3차원 입체 천체투영기를 도입하면서, 그 기념으로 마우나케아 국제천문연구단지의 본부에서 근무하는 연구자들에게 특별시사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특별시사회에서는 3차원입체 투영기의 효용을 보여주기 위해서, 컴퓨터에 입력된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천체의 삼차원좌표와 유기분자의 구조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유기분자 스케일에서부터 우주의 거대구조까지를 입체적으로 차츰 확대해가면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즐겁고 호기심에 가득 차 한편으로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얼굴 반을 가리는 특수 입체안경을 쓰고서, 어두운 천체투영관에 저를비롯하여 많은 연구자들이 앉았습니다. 삼차원 천체투영기는, 분자구조물들을 손에 잡힐 듯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확대하며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더니, 점차 스케일을 확대하여,보이저 1호기는 1990년 태양계를 벗어나 처음으로 태양계 밖에서 본 우리 지구의 자화상을 찍어 전송했습니다. 태양계 밖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잘 구별도 되지 않는, 말 그대로“창백한 파
란 점(Pale blue dot)”이었고, 저명한 우주생물학자인 칼세이건은 이 점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지요.“이 점을 보라. 이 점이 우리며, 우리의 집이다. 이 위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 알고 있는 모든 이들, 들어봤던 모든 이들, 모든 인류가 살아왔다. 우리 작은 세계를 찍은 이원격사진만큼 자만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이것은서로를 더욱더 친절하게 대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유일한 우리의 고향, 창백한 파란 점을 보존하고 지켜야 할 우리의 책임감을 강조하게 한다.”그렇게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 보이저 1호는또다른지적생명체에게우리의존재를알려줄증거판을싣고, 지금도항해중입니다.
“여기까지가 인류가 도달한 물리적인 최대 거리죠”라는 나레이터의 말을 뒤로 하고, 우리는더욱더 물러나 이젠 태양계도 보이저의 궤적도 단지 점으로밖에 인식이 안 되는 지점에 왔습니다. 이때 나레이터는 행성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우리 은하계 내의 별들의 위치를 표시해주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외부행성계는 약 400여개, 지금도 새로운 행성계가 속속 발견되고있습니다. 우주에 선 느낌으로, 우리 태양계를 둘러싸듯이 거의 균질한 분포로 위치한 수백개의 외부행성계들의 분포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보면서, 저도 모르게 몸에 전류가 흘렀습니다. 인류의 우주 항해술은 이제야 고작(?) 무인탐사선이 태양계를 벗어나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인류의 천문학은 미래에 있을 우주대항해시대를 예비하고 그 지도를 만들고 있는 중인 것입니다. 방향에 관계 없이 등방적으로 균질하게 퍼져 있는 외부행성계는 결코 행성계가 특별한 것이 아님을, 단지 인류가 이제야 그 행성들의 존재를 눈치 챌 수 있을 만한 장비와관측기술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가올 외부행성계간의여행, 이 과학소설 같은 미래의 성취는 수백년 후가 될지 수천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현재의 과학에서 별다르게 시공간을 찢거나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은 별에서 별로의 여행은 아직 공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을 포함하면서도 더 포괄적으로 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체계가 나온다면 가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차원 우주쇼는 이제 수천억개의 별을 포함하는 우리 은하계조차 하나의 점으로 남기는 우주의 거대구조에 근접해 갑니다. 뭉쳐져 있는 비누방울 모양으로, 곳곳의 텅 빈 공간(void)을 놔두고, 그 겹쳐진 비누방울 표면에 얽히고 설킨 수천억개의 은하들. 현재의 우주론은 이전의 막연한 철학과 같은 것을 넘어섰습니다. 우주의 그물구조등과 같은 거대 구조들이 관측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태초에 있었던 복사의 흔적들을 검출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의 우주의 탄생과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137억년 전 겨자씨보다도 훨씬 작은 초열지옥, 빛과 물질과 온갖 힘들이 구별되지 않는 고밀도의 시공의 씨앗이 폭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시공이 팽창과 함께 냉각되어가는 속에서, 힘들이 분리되고, 빛과 물질이 분리되고, 입자들이 분리되며, 별들과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수많은 별들이 탄생과 죽음을 되풀이하며, 생명체의 씨앗이 될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고 흩뿌리기 시작했으며, 별의탄생과죽음은현재도계속되고있습니다.
태양과 함께 지구가 태어나고, 별부스러기를 바탕으로 단세포생물에서 시작한 생명체는 45억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스스로를 인식하며, 자신의 기원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예측할줄 아는 인간으로 진화해왔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라고 하는, 분석적이고 정량적인 측정과 열려진 논의구조를 가진 도구를 통해서, 인식의 지평을 하나 둘 넓혀왔으며, 자신을 있게 한 근원인별들을 향해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천문학과 물리학이 알아낸 것 중 가장 큰 깨달음은 우리는단지 우주 전체의 4%에 해당하는 물질만을 알 뿐, 나머지 96%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것 중의 하나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라 했습니다. 도대체 이 인식이라는 작용은 왜 생긴 것일까요. 리차드 도킨슨은 생물체란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생존기계에 다름 아니라고 했습니다. 인식이라는 작용도 결국 생존본능에서 시작된 것일 것입니다. 모든 것에 생멸이 있듯이 태양도 50억년 후면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지구의 생명체도 동일한 종말을 맞게 되겠지요. 다른 외부행성계로 이주를 할 수 없다면 말입니다. 어쩌면, 지구생명체를 유지시켜 나가야 할 보호자로서 인간의 사명이 그것인지
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