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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法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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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서담-해인승가대학2학년 2009년 10월 332호
저는 지금 강원에서 고두鼓頭라는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고두鼓頭라는 소임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사물四物을 치는 소임입니다. 해인사뿐만 아니라 큰 사찰에는 많은 스님들이 수행정진을 하고 계십니다. 많은 스님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시간관념은 정말 중요합니다. 예불, 공양, 운력등 모든 일은 대중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 빠질 수 없고 그 시간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대중스님들께 시간을 알리는 사물중에 법고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번 해인지에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법고를 치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한번 써볼까 합니다.
제가 법고를 처음 본 것은 행자시절 중 집체교육 때입니다. (사미계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기간을 거쳐야하는데 그 교육기간을 집체교육이라고 합니다.) 집체교육이 끝나기 하루 전날 습의사 스님께서 저희를 데리고 범종루로 갔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법고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때 스님 한 분이 법고 앞에 서셨고, 법고소리가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습니다. 전 뭔가에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제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솟구쳐 올랐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 때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법고 소리와 법고 치시는 스님의 모습은 한동안 제 기억 속에서 잊혀 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법고를 쳐보자. 법고를 쳐서 지금 이 환희심歡喜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
그 다음해 저는 해인사 강원에 입방을 했습니다. 스님들이 각자의 소임을 정할 때 저는 고두소임에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인연이 되어 봄 산철동안 고두소임을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한 법고는 그저 낯설기만 했습니다. 법고를 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팔과 어깨는 뭉쳐서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손가락과 손등에는 항상 상처가 가득 했습니다. 그렇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양손은 따로 놀아서 이상한 박자가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저에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법고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고, 자신감도 점점 잃어갔습니다. 예전에 느꼈던 환희심歡喜心, 신심信心은 이미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두장 스님께서 고두 소임자 스님들을 불러서 물으셨습니다. \"스님들, 법고를 치는 이유가 뭡니까?\" 모두 어리둥절한 채로 있다가 \"대중스님들께 시간을 알리고,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답은 고두장 스님께서 원하시는 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법고를 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신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법고를 치고 내려올 적에 어떤 보살님께서 법고치는 모습을 보고 합장한 채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법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더욱 더 열심히 법고를 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행자시절 때 법고를 보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 틈틈이 법고 연습하는 곳에 가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습하러 가지 못할 때는 선배스님들의 법고치는 동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기도 했고, 머릿속에 이미지 트레이닝도 해보고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지금 제 실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채를 놓치기도 하고, 박자가 엉켜 머뭇거릴 때도 다반사입니다. 법고치는 모습이 잘 치시는 선배스님들처럼 화려하지도 못하고, 팔 힘도 약해서 법고소리도 크지 못합니다. 하지만 작년에 고두장 스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열심히 법고를 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받았던 그 여운을 남들에게 전해주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언젠가 선배스님들을 뛰어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고두 소임자가 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법고는 단지 흥밋거리 일지 모릅니다. 스님들이 법고를 치는 모습은 사찰이 아닌 곳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흥밋거리로만 법고를 바라보지 마시고 눈을 감고 법고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천지를 진동시키는 법고소리로 가슴 벅찬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