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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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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피플 - 이겸 2009년 10월 332호
함양시내에 들어선 시간은 저녁나절이 다 되어서야 이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빠르게 어두워졌다. 읍내를 빠져나오자 길은 더욱 좁아지고 인적도 뚝! 끊겼다. 전형적인 시골의 산골 마을. 한적함을 따라 운전을 한다. 가로등 없는 아스팔트길은 달 빛 조차 머물지 못하여 짙은 어둠을 펼쳐 놓는다. 그리고 다시금 가지를 친 콘크리트 도로, 농로마냥 좁은 도로가 산을 향해 이어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이마저도 끊겨버린다. 불 빛 없는 산 중에 이르러서야 차는 멈추었다. 밤길에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주지스님 말에 따르면 그다지 멀지 않다고 했으나, 산 중 밤길은 더 멀게 느껴지는 법이라 발길이 더욱 서둘러진다. 오랜만에 한 밤중에 산을 오른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절집의 길을 걸어 본다. 절집 안마당 까지 뻥! 뚫린 길이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라 이런 경우가 이제 특이한 경우가 되었다. 밤길은 매우 조용하고 구름 가득한 하늘엔 달빛이 자취를 감추었다. 겨우 겨우 찾아지는 좁은 길엔 바람소리마저 없다보니 어둠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10여분을 걸으니, 멀리 작은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빛을 따라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저 작은 빛이 등대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산길을 걷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두 사람이 겨우 교차할 정도의 작은 길이 주는 편안함을 만끽하며 길을 이어간다. 마치 새로운 길을 내듯이....... 불빛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절의 입구임을 알게 되었다. 대웅전 앞마당에 새워진 불빛 너머로 인기척이 전해진다. 지허 스님이다.
마을 사람들은 예전부터 이곳을 ‘사리실’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그리고 약 60여 년 전에 이곳에 허름한 절이 한 채 있었으며, 30여 년 전 원효스님이 들어와 지금의 법당과 요사 채를 건립했다. “산의 주인이 약 600평 정도의 땅을 은사스님에게 시주하여 절을 지으셨다고 합니다. 제가 들어와 산 것은 1995년도부터 지요. 당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절에 부처님을 모셔야 하는데, 은사스님이 마침 다른 절의 주지스님이 환속을 하면서 부처님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을 살던 원효스님이 마을에 내려가 소 한 마리 값의 돈을 마련해서는 그 길로 달려가 부처님을 모셔오셨답니다. 부처님을 직접지게로 올리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후 환속한다던 그 스님이 찾아와서는 부처님을 다시 달라고 하더랍니다. 하지만 은사스님이 내어주지 않으셨지요. 그러고 나서 꿈을 꾸었는데 장군이 이끄는 수많은 군사들이 나타났고, 작은 법당으로 그들이 모두 들어갔다고 합니다. 도저히 법당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문을 열어보니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신중단에 모셔진 것일 겁니다.”
사리암은 규모가 작은 산중 절집이다. 매우 아담하여 이웃집마냥 살가운 곳이다. 현재까지도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물이 귀한 곳이기도 하다. 산 속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을 모아 생활한다. 물을 마셔보니 달고 부드럽다. “옛날에는 길이 없다시피 했어요.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져서 오토바이가 그 역할을 하지만 그땐 모든 것을 지게로 올려야 했습니다. 저는 지금처럼 소박한 길이 좋습니다. 길이 험하고 좁아서 차가 들어오지 못하니 절집다운 것들을 지켜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번잡스런 일도 안생기고 말입니다. 절은 수행하는 곳 입니다. 수행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 포교로 이어져야 합니다.” 사리암 어디에도 그 흔한 현수막 한 장 보이지 않는다. 기복신앙으로 변해가는 불교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불교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삼가는 편이라고 전한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오니, 깊은 푸른빛 아래 작은 마당이 놓여있다. 사방에 둘러친 소나무와 잣나무가 마당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순하게 만들고 있었다. 새벽기도의 향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아침을 공양을 하고 다시 나가보니 안개가 밀려와서는 더욱 고용한 절을 만든다. 안개 사이로 신도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잣나무와 밤나무 그리고 단풍나무 아래를 걸어들어 오는 모습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절집의 향기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