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효재 같은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소한 일상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가는 그녀는 라이프스타일리스트
이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살림하는 주부치고 살림살이 싫증나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될 것이며, 아무리 세월 좋아졌다지만 이골 난 살림살이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에 목을 뺀 여인네들의 숫자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듯 모두가 벗어나고 싶은 일을 부여잡고 그것을 즐기며 꽃처럼 피워내고 별같이 반짝거리게 만드니 그녀의 일상이 궁금하다.
“흉한 것 가리다보니 그것이 아름다움이 된 거에요. 고춧물이 잘 안 지워져서 그 자리에 꽃잎 한 땀 수놓고 싸구려 유리다관 상표 안 보이고 싶어 담쟁이 이파리 한 장 깔았구요. 바느질 하다 문득 고개 들었는데 전기콘센트가 돼지 코처럼 흉해 보여서 살짝 가렸죠. 그리고 이왕 때우고 수리하는 거 잘하고 싶어 굶고 밤새고 하다보니 디자인이 되고 균형 감각이 맞아진 거죠.”
그러고 보니 대문 앞 수도계량기함도 예사롭지 않았다. 플라스틱덮개부분을 낡은 기와장과 채송화 핀 화분들로 감쪽같이 숨겨놓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 사는 집이 잡지화보처럼 과연 그림 같을 수 있으랴 싶어 현관부터 화장실, 주방까지 훑었다. 그런데 웬걸~지하에서 2층까지 방방이 들어있는 살림살이가 연출은 아니었다.(효재 집에 직접가면 사진으로 보이는 그 모든 것들이 연출인지 진짜 살림살이인지 꼭 확인하고 오라는 지인들의 당부가 있었는데 효재 말에 따르면 다들 미심쩍어하는 부분이라나 ㅋㅋ)
다시 살펴보니 그렇게 그림같이 펼쳐놓고 살만한 좋은 조건도 있었다.
세상 잣대로 보면 그녀는 팔자가 세다. 남편은 허구한 날 집 나가있으니 국 끓이고 나물 무쳐 밥 챙길 일이 적고 집안 어질러 놓을 아이가 없다. 그것이 그녀를 그리 살게 했다. ‘남편이 집에 없고 아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시간에 나는 나를 충분히 산다.’라는 그녀의 삶을 남편 때문에 속상해하고 자식 때문에 못 살겠다는 우리에게 한 번 적용시켜보자. 기왕에 있는 남편 자식 아닌가?
세상 비바람 막아주는 남편과 이미 온갖 기쁨 다 안겨 준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 해 먹이고 언제나 당신이 최고야, 너 잘한다..고 응원해 주는 것으로.
효재는 집나가 있는 남편과 자식 없는 즐거움을, 우리는 남편자식 있는 행복을 누리자. 각각의 삶은 일곱 빛깔 무지개..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빛날 때 조화로운 것 아닌가?
정읍의 효재, 부산 사는 효재...나도 효재처럼 살아요..
삼청동 기와집에서부터 입소문이 난 그녀의 살림솜씨는 이제 <효재처럼><효재처럼 보자기 선물>< 효재처럼 살아요>3권의 베스트셀러를 내며 살림하는 여인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성북동 그녀의 집 효재效齋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각종 신문 잡지 방송의 카메라가 그녀의 집 구석구석에 들이대고 지방의 주부들이 관광버스 대절해서 찾아오고 심지어 예비남편들까지 재미삼아 구경삼아 찾아온단다.
우리가 찾아간 날도 한복 숍 유리문에는 <휴가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집안에는 일본TV카메라가 돌아가고 일간지기자가 촬영 중이었다.
대한민국의 살림멘토, 한국의 마샤 스튜어트, 타샤 튜더라 불리는 그녀를 보면 살림살이 덜 야무지고 손끝이 무딘 사람들은 효재가 설렁설렁 만들어내는 그 여러 가지 것들에 어쩜 스트레스를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한 번 펼쳐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싶어진다. 그리고 사실 도전이랄 것도 없다. 별거 아니네.~~하며 따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무줄 하나로 얼렁뚱땅 매고 싸던 보자기에서 꽃이 피고 압정하나면 벽의 흉터를 요술공주처럼 변신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효재는 ‘나는 정읍에 사는 효재, 부산 있는 효재’ 하고 한 걸음 나서는 주부들을 기쁘게 만난다.
이쯤에서 우리는 주역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을 한 번 새겨도 좋으리.
역즉역지易則易知오 간즉역종簡則易從이오
쉬우면 알기 쉽고 간단하면 따르기 쉬우며
역지칙유친易知則有親이오 역종칙유공易從則有功이오
알기 쉬우면 친함이 있고, 따르기 쉬우면 공이 있으리
따라 하기 쉬운 책으로 만들었다는 그녀 말대로 따라하다 보면 똑같게야 되겠냐만 차츰 비슷해질 것이고 어느 순간 자기만의 꼴이 만들어지리라.
이미 자신이 입고 갈 수의를 지어놓고 미친 듯이 일하며 죽을 때도 일하다 죽을 것 같다는 이효재, 그녀열정의 근원은 어디일까?
그리고 하찮은 것도 그녀의 손끝에서는 꽃처럼 피어난다. 그 감각과 안목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엄마가 한복을 지으셨어요. 또 제 이름이 효재效齋..본 받는 집이라는 뜻이에요. 이름값을 하느라 이리 다양한 일을 하는 것 같구요. 내 삶은 오늘만, 지금뿐이라는 생각에 내 지난자리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좋겠고 사람을 귀하게 대하려는 마음이 바탕에 깔렸어요. 그래서 차 한잔이라도 정성으로, 사랑으로 내고 이왕 사는 거 아름다이 살자싶은 거죠. 그리고 옥편을 베고 주무시던 멋진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애요. 식욕을 절제하여 사과를 언제나 반 알만 드시고 나머지는 윗목에 두셨는데 아버지 방에는 사과향이 늘 맴돌았어요. 내 기억속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사람이 꼭 오래 살아야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애요. 그 정갈한 삶은 시공을 초월해서 나에게 영향을 끼치거든요”
아름다움을 탐하던 그녀의 좀 전 모습은 아버지를 추억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잠시 멀어진 듯 했다.
하루에 한 번씩 해인사를 이야기 한다는 그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어느 해 봄날이던가? 해인사 보경당 앞마당에 그녀의 남편 음악가 임동창이 새로운 개념의 창작음악 화엄만다라를 펼쳐놓았다. 방짜유기가 악기 ‘좌종’으로 선보이며 댕~댕~울리는 그 환희로웠던 자리를 기억하며 해인사와의 인연을 물었다.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해인사와 지근거리에 있는 가조에서 일년을 사는 동안 해인사를 무시로 드나들었단다. 숨 가쁘게 변해가는 이 시절에 그래도 가장 더디게 변화하는 곳이 해인사라 생각한다고, 그래서 해인사를 너무나 좋아한다고, 매일 마시는 뽕잎차가 해인사주변에서 채취된 것이고, 수업 중에도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인용하며 우리문화유산을 이야기 한다고, 장주스님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그녀는 알고 있다며 혹시 알고 있냐기에 그냥 웃었다.(사실 궁금하다)
세상을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좋아하는 단어가 그리움, 쓸쓸함, 외로움이라는 그녀는 만나서 수다를 떨기보다 생각 속에서 그리워하자고 말한다. 화살 만드는 이의 살기어린 눈빛보다 갑옷 만드는 사람의 따뜻한 눈빛을 닮아 가자 말한다. 침향 한줄기 피워놓고 삶을 디자인하자고 말하는 이효재의 매력이 여러 겹으로 다가온다. 오십이 넘으면서 눈이 어두워져 수놓기는 불편해졌지만 세상을 넉넉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겨 살만해졌다는 그녀, 시샘의 눈길이 가끔 느껴지지만 그것이 기도꺼리가 되고 공부꺼리가 되어 근본자리를 읽어낼 수 있는 지혜를 가져다주니 참 고맙단다. 그 나이에 소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하는 툭 던지는 말이
“이 정도면 억울하게 생기지도 않았고 아직 이혼도 하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죠?’ 이 대목에서는 아~ 질투가 느껴진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그녀의 검정고무신 동동걸음에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디자이너, 보자기 아티스트, 요리하는 사람, 작가에 이어 방송을 계획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