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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노인자살! - 이대로 좋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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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我의 세상풍경 - 박경희 2009년 10월 332호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최근 5년간 6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이 크게 늘어 4천명 이상이 매년 자살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기준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12,858명으로 이중 4,365명이 노인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의 1/3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또 한가지 통계를 말하면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연령 표준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4.1로 가장 높았다. 그 중 특히 7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 8.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로효친의 미덕을 전통으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자살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몇해 전, 한 방송사의 창사특집으로 마련된 “ 높고 깊은 사랑” 이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취재한 내용들을 소개해 본다.

서울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파고다 공원과 남산 공원이다. 이 곳에 모이는 노인들을 구분해 보면 대개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 - 노후에 쓸 개인 용돈 정도는 저축을 해 둔 덕에 경제적으로 자립은 돼있으나 새로 충원되는 재원이 없는 탓에 절약이 몸에 밴 그룹들이다. 대개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노인부부 단독 세대가 많다. 이런 유형의 고민은 퇴직 후 사회적 지위 상실로 인한 심리적 소외가 깊었으며 남성 노인은 부인에게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남성으로서의 전통적인 가장 의식 등이 작용하여 낮시간 집에 있는 민망함을 피해 파고다 공원을 찾는다.

두 번째 경우는 배우자가 사망하고 자식들과 함께 사는 노인들이다. 자식부부는 대부분 맞벌이로 직장에 나가고 손주들도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다보니 집안은 늘 비어있다.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하기 좋은 말로 부모봉양이지 실제는 빈집 지키며 청소라도 거들어야만 맘이 편한 눈칫밥 신세라고 했다. 또는 편히 모신다는 생각에 가정부를 두고 용돈도 쥐어주지만 하루종일 대화없기는 마찬가지요, 용돈은 하루 담배 한 갑에 가게에서 파는 음료수 한 병 먹으면 바닥이 날 정도의 소액이니 마음 편히 지인들을 만나 식사 한끼 하기도 힘들다는 말이다. 결국 이들 노인들도 체면치레가 크게 상관없고 “이”가 “감”가 외에는 익명성이 보장된 파고다 공원으로 출근을 한다. 얘기를 나눌 친구들과 마주앉아 얇은 주머니를 서로 보태 술 한잔이라도 함께 마실 수있으니 공원은 이 세상 가장 자유롭고 마음 편한 놀이터가 된다.

세번째 경우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끼니조차 힘든 독거 노인들이다. 자원봉사 단체에서하는 점심무료급식이 이들 노인들의 가장 큰 희망이다. 노인들은 멀리 성남이나 광주 또는 용인에서까지 이곳 종로로 나온다. 점심시간에 맞추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만한다. 지하철은 노인들에게 무임승차를 제공하지만 버스는 요금을 줘야하니 서울시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걸어서 와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집 근처 종교단체에서하는 무료급식도 있지만 신앙을 강조하는 이유로 공짜밥이 부담이 되니 얻어먹기 편한 마음에 운동삼아 걸어서 말동무가 있는 파고다 공원으로 나온다고 했다.
네 번째 경우는 거리에서 노숙하는 노인들이다. 공원 인근 지하도나 벤취가 잠자리요 무료급식소가 전용 식당이니 위의 노인들만큼의 맘 고생이나 몸 고생이 없다. 그러나 노인들 사이에서도 행색따라 계층을 달리하니 노인들 간의 소외가 또한 가슴 시리게 하는 부류들이다.

이렇듯 네 개 부류의 노인들은 대화 내용을 통해 지난 신분을 알수있을 뿐 행색에 있어서나 돈 씀씀이에 있어서나 없기는 매 마찬가지다. 하나는 있어도 못쓰고 하나는 없어서 못쓰고... 못쓰는 것은 모두 한가지요 일손 달라는데 없는 것 또한 한가지니 실제 삶의 수준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현실 앞에 느끼는 노년의 위기감과 소외감이 같으니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쉽게 친해지고 더 깊게 이해하며 서로를 위로 하기도 한다. 이들 노인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의 절반은 시국관련 정치 비판과 소시적 한가닥 했다는 젊은 날의 무용담이다. 정치 얘기는 심리적 소외감을 투영시키다보니 어느 정치 비판보다 날카롭고 부정적이다. 젊은시절의 무용담은 대개 자신의 잘못을 미화시키는 것들로 마음 한구석은 깊은 회한과 함께 늘 자기 연민을 부른다.

마지막으로 취재에 응한 노인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봤다. 노인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고통은 소외감이다. 영양이 좋아지고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 60대면 신체적 역량은 중년과 진배없는데 단지 사회가 정한 나이 제한으로 노동인구에서 소외됐다는 억울함이 많았다. 이로서 일터를 잃은 상실감과 능력에 있어 자기 표현의 장을 잃어 버림으로서 마치 쓸모없는 기계처럼 취급당하는 것에 대한 인간적 분노와 사회적 배신감이 큰 듯했다. 자신의 노후 생계조차 준비할 틈없이 열심히 교육시켜 논 자식이 현실이 힘들다는 이유로 능력없는 부모를 원망할 때는 그 배신감의 강도가 더한다. 대개 젊어서 중산층 이하의 삶을 살면서 또 그만한 생활을 대물림해 이어가는 자식들을 두다보니 자식들이 손주들 데리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내는 것만이 대견하여 대접 않는 자식에 대한 원망조차 맘껏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자연 묻어둔 말이 많아지고 낯선 이들 속에 섞여 시절 한담과 술 한잔으로 겨우 맺힌 맘을 풀다보니 허무가 노년의 삶의 반을 채운다고 했다.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고 있다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노인들의 얘기를 떠올리며 앞서 언급한 통계청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해방과 함께 전후 복구시대를 살아오면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70년대의 산업 주역이 오늘의 노인들이다. 그들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은 급변하는 경제발전과 화려한 성공 신화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작은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과 가장으로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식들을 교육시켰다는 쁘듯함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세월 속에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잃어버렸고 가족 공동체의 붕괴로 인한 경로효친의 미덕 등 전통적인 질서 의식 또한 붕괴되었다. 먹고 살만한 나라를 만드는 동안 우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휴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 바로 자살 공화국이라는 국제적인 오명을 갖게 된 배경이라고 본다. 그리고 1/3이 노인들이라하니 우리사회 구성원 중 어느 세대보다 상실감과 소외감이 큰 계층이 바로 노인이라 할 수있다. 해마다 명절이 되면 고아원, 양로원...등 사회 소외계층으로 향하는 관심들이 고조되고 사회제도적 복지정책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러나 여기에 가정의 보호를 받는 일반적인 노인들의 대한 배려나 정책은 없다. 생계형 소외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생계형 소외자들에 대한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의 특징이다. 선진국 복지는 심리적 소외자들에 대한 보다 섬세한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주력한다. 퇴직 후에도 참여하는 즐거움을 줌으로서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지속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을 지향한다. 그리고 복지선진이라는 말로 사회 안정과 균형발전을 목표한다. 어느 나라든 자살률은 공동체 해체와 구성원들의 사회적 소외 의 척도를 알게하는 수치이다. 복지선진을 외치면서 자살률은 높아가는 현실, 더구나 동양적 사고에 의해 존경받고 대접받아야만하는 노인 그룹들의 자살률이 유독 증가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담론이 시급함을 느낀다. 열심히 일한 노인들이 삶의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게 지내는 사회, 그리고 이를 인정하며 대를 이어 가치를 창출해가는 젊은이들이 공존할 때 비로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건강하다는 생각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