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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본·말사 중국 불교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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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기 - 허명희(감로화) 2009년 10월 332호
9월 8일 화요일(음력 7월 20일)
드디어 5박 6일의 대순례가 시작될 출발일은 밝았다.
서울 면적 9배 크기,인구 2600만, 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늦은 중국 상해 공항에 도착해 일륜 스님을 모신 우리 수정사 12명은 빨간색 여행사 명찰을 차고 1호 버스에 올랐다.
한족 교포 3세 그 이름도 친근한 가이드 박철수씨, 웃음이 얼굴 가득 묻어나는 대승 투어 박사장님, 카리스마로 범접하기 어려운 해인사 총무 심우 스님을 모시고 공항 출발 여섯 시간 만에 둔계에 여장을 풀었다.

9월 9일 수요일(음력 7월 21일)
드디어 순례의 첫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음력 7월 30일이 지장보살의 탄신일로 등불놀이,꽃불놀이,고대극 등이 한달동안 계속된다는 구화산에 당도했다. 김교각 스님을 위해 만들었다는 육신보전에서 현지 스님들과 해인사 심우 스님의 주도하에 경건한 예불 후 기념품 전달식을 했다.
향객(중국에서 신도를 칭하는 말)들이 대형 향에서 피워 올리는 진한 향내와 안개비를 맞으며,앞에 서 있는 보살님의 어깨에 내려앉는 그을음을 보며 그 옛날 신라 왕족으로서의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머나먼 중국 땅에서 정진하신 교각 스님의 존영을 상상해 보았다.
해발 1342미터,연평균 16도의 기온 때문에 생긴 짙은 안개로,천태사로 가는 천개의 계단을 다 오르지 못하고 내려오게 되어 아쉬웠지만 백세궁에서 중국 스님들의 예불 모습을 본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내려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줄서기였지만 길상암 스님의 문수동자 사랑이 목소리에서 묻어나시고,도반이신 영천 법장 스님의 재미있는 말씀 덕으로 지루하지는 않았다.

9월 10일 목요일(음력 7월 22일)
아침잠이 많은 나는 잠이 덜 깬 속에서 호텔 구내식당 스님들의 정중동靜中動의 공양 모습에 집나간 정신(^^)을 불러들이면서 3일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어제와 다르게 맑고 따가운 햇살아래 2시간여를 잠산으로 달렸다. 불국사 주차장을 들어선 듯한 느낌과 해인사의 단정한 절 구조와 닮아있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승찬 3조사 도량에 닿았다. 일주문까지 마중나와 계신 현지 스님들과 우리 스님들의 장엄한 행렬을 뒤따라 대웅보전으로 향했다.해탈을 구하는 도신 4조사의 물음에 “인간 존재의 밑바탕은 본래 속박된 일이 없다”고 하신 승찬 조사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속박을 풀어준다는 ‘해박석’,진영을 봉안해 놓은 ‘3조동’을 둘러보았다. 도신 4조사에서 시작되어 흥인 5조사에 의해 해인사를 창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혜능 6조사가 홍인 5조사로부터 참선을 배웠다는 천연동굴 ‘수법동’을 둘러보며 하루 순례를 마감했다.

9월 11일 금요일(음력 7월 23일)
황산에서 4일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비구니 스님들의 맑은 대화와 노스님의 탁발 재연은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기다리는 지루함을 잊기에 충분했다. 황산을 오르는 쉬운 코스길 팀에 나눠진 일행과 함께,분재를 연상케 하는 절벽위의 소나무,시신봉 등 절경에 빠져 걷다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내ㆍ외국인 관광객 속에 잠시 미아가 된 경험은 그 뒤로 일륜 스님 뒤를 유치원생처럼 따라 다니게 만들었다.
저녁 식사 후 발 맛사지를 받게 되었는데 스무살 남짓한 남ㆍ녀 맛사지사들을 바라보며 이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한국을 기억할까 궁금했다.한참 공부에만 전념할 나이라는 측은지심과 함께......

9월 12일 토요일(음력 7월 24일)
된장찌개와 묵은지 김치가 간절히 생각나는 5일째.
6시간여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상해로 들어와 점심 공양을 했다.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아서인지 우리 순례단의 입맛에도 맞는 음식들이 많았다. 공양의 포만감을 만끽하며 수상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심우 스님께 사진 한 장 청하였더니 “모델료가 비싼데” 라는 농담과 함께 응해주셔서 한 컷 찰칵.
대륙의 기질인지,급할게 없고 서두름이 없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며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는 현지인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려 옥불사에 들어왔다.양국 스님들이 다과회 하시는 동안 절강성보 혜근 스님이 미얀마에서 모셔온 백옥으로 조각된 석가모니 좌상과 와상을 모신 옥볼루,와블당을 참배했다.
그리고 빡빡한 일정의 대미를 장식할 ‘중국속의 한국’ 상해 임시정부 청사로 향했다.낡고 좁은 도로 옆으로 상점들이 즐비해 있고 휘황찬란한 빨래(?)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6분간의 비디오 시청과 김구 선생의 집무실 등 2,3층의 전시관을 관람하였다.매점의 기념품을 팔아서 청사 유지를 한다는 말에 국민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저녁 공양 후 성지 순례 회향을 하면서 심우 스님의 인사말씀과 함께 무사히 순례를 마친 것을 감사하다시면서 고개 숙여 인사하실 때 240명 모두가 한마음으로 큰 박수를 쳤다.
상해에서의 마지막 밤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황포강 1.7km 거리를 수상 여객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했다.3층 갑판 위에서 101층의 ‘동방명주탕’ 불빛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시는 총무 큰스님의 모습을 곁에서 보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좋은 호텔에서의 편안한 잠과 성의있는 음식,알찬 일정을 보낸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나에게 이 순례는 언제든 펼쳐 볼 수 있는 사진첩 같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설레임으로 시작한 5박 6일의 성지 순례는 게으른 내 신앙심에 자극을 준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