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우리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그녀, 그래서 더 기분 좋은...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피플 & 피플 - 최현태/대구불방아나운서 2009년 09월 331호
드라마작가 노희경
성공한 드라마작가, 한류스타들도 그녀 작품 앞에서는 겸손해진다는 연예계의 권력가 노희경, 그녀를 만나러 간다니 평소 말씀이 거의 없으신 어느 스님께서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냐. 이왕 섭외가 됐으니 차나 한 잔 마시고 원고는 노희경씨에게 써 달래지..’ 하며 염려를 하셨다. 산중에 계신 스님께서도 알만한 드라마작가니 얼치기인 필자를 두고 걱정은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속내모르는 딸과 조카도 카메라 들고 따라 나섰으니 일은 시작된 거다.
이를 두고 사고 치는군~ 할 누군가도 있겠지만 그이라고 사는 것이 특별하랴 마음 다잡는데 회의 끝난 그녀, 배고프다며 나를 이끈다. 시끌벅적한 식당에 앉아 김치찌개를 먹는 동안 완전 무장해제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지나..
TV를 켜면 이 채널 저 채널 거기다 케이블과 위성방송의 재방송까지 보태면 우리는 드라마 천국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 수많은 드라마 가운데 왜 유독 노희경의 작품마니아가 생겨나고 드라마 속 명대사를 찾아내며 열광할까? 그리고 작가는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지 않는지 첫 마디를 건넸다 “그런가 보다 해요. 어렸을 때는 좋기도 하고 관심이 없어질까 봐 두렵기도 했는데 수행을 하고부터 좋을 때도 이 순간 좋다고 계속 좋다고 생각 말아야지, 슬플 때도 지금 슬픈 것이지 계속되는 것은 아니야. 이 순간 이럴 뿐이지...하고 마음을 챙겨요. 그리고 인터넷 첫 세대인 제가 단지 시절을 잘 만나서 주목 받는 것 같애요.” 자그마한 체구에 소년처럼 커트머리를 한 66년생 그녀에게서 한 마음 푹 쉰 노 보살을 만난 듯하다.
2002년 드라마는 흥행에 실패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치 않아 힘든 시절, 선배작가의 권유로 ‘깨달음의 장’이라는 명상수련회를 통해 법륜스님과 인연이 되었다. 얘기도중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깨달음의 장이 끝나던 날을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 말하던 그이의 반짝이는 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후 매일아침 108배와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기에 하기 싫을 때는 없었냐고, 빼먹을 때는 없었냐 했더니 돌아온 대답. “ 매일 매일 할 때마다 하기 싫어요. 정말 하기 싫지만 하기 싫은 것을 해 보는 것, 그것이 공부고 수행이라 생각하고 해보는거에요. 그리고 99.9%했을걸요. 빼 먹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요.” 누구라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썩 쉬운 것은 아닌가보다. 나만해도 매일새벽 기도시간 알람소리에 싹~일어나지 못하고 뭉개기 일쑤니까. 하지만 그이는 말한다. 그렇게 하기 싫은 걸 매일 하니까 살면서 하기 싫은 일이 별로 없고 웬만한 건 다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러다보니 수행을 잘한다고는 감히 말 할 수 없지만 괴로워하고 흔들리던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7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108배와 명상을 하는 동안 감사하는 마음과 여유, 지혜도 따라왔다. 그리고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던 자신에게 질문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났다.‘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최고의 의미는 뭐냐? 작가가 돈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이냐? 시청률에 연연하는 것이 작가냐? 그것이 이 시대를 향해 말을 건네는 사람의 자세냐? 등등 쓸데없이 부여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좋은 에너지가 생성되었다. 누굴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탕진하고, 하기 싫어 뺀질거리며 집중하지 못한 채 시간을 버리던 날들이 줄어들면서 일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나눔과 봉사의 시간도 만들어 졌다. 노작가는 최근 발행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인세30%와 불교언론문화상 상금을 구호단체와 NGO에 기부하는 한편 드라마 작업으로 인연된 배종옥, 김여진 등 유명탤런트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하자며 제3세계 어린이돕기 거리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탤런트 한지민과 필리핀 민다나오의 오지마을 봉사도 다녀왔는데 너무 행복했단다. 나눔에 대한 그이의 변辨“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누는 것 같애요. 제가 나눌 수 있은들 얼마나 나누겠어요. 봉사를 하면 또 얼마나 하겠어요. 하지만 조금밖에 안했는데 참 많이 행복한 거 아세요?”하며 웃음을 날린다.
노희경과 그녀의 작품은
드라마작가 노희경을 두고 세상 사람들은 폭넓은 이해심으로 세상을 어루만지는 작가라 한다. 그이의 작품 2008년작<그들이 사는 세상>을 비롯해서<거짓말><화려한 시절><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꽃보다 아름다워><바보 같은 사랑><굿바이 솔로><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까지 그녀는 시청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청춘들, 동네 욕쟁이, 치매 걸려 바보가 된 아줌마, 술집작부, 두부장수 할머니와 그 며느리, 이태원 날라리, 극중인물들은 하나같이 내 친구, 여동생, 남편이었고, 나였고 내 부모님을 닮아 있다. 가슴이 아프다며 빨간약을 가슴에 발라대던 엄마를 보며 가슴 먹먹해했고 ‘벼락처럼 천둥처럼 오는 사랑이라도 그 사랑은 하지 말어.’라는 대사에 눈물 흘린 사랑은 또 얼마나 많을까.
막장드라마가 춤을 추는 이즈음 우리는 선생님이 정답을 가르쳐줄 수도, 엄마가 밥상 차리듯 도와 줄 수도 없는 일들을 그녀의 드라마를 통해 익혀 가기도 한다.
자기와 취향을 공유하며 나이 들어가는 작가를 마음에 품을 수 있는것은 복된 일이다. 더구나 내 힘든 시절을 공감하는 누군가 있다는 것은 동지의식까지 생겨나게 한다.
아! 행복하다..말하며 죽고 싶어요.
노희경,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다. “나를 돌아보는 것, 오직 내 마음을 보는 것이 지금 나의 힘이고 앞으로의 힘이고 내가 늙었을 때 그 늙은 나를 사랑하는 것, 내가 실패하더라도 실패한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를 온전하게 사랑하고 인정하는 거에요. 기도를 통해서요.” 자신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동안 상대를 헤아리는 힘도 생겨나고 뿌옇게 자신을 괴롭히던 것들이 선명하게 희망을 주는 것 같단다.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어 가는 건지도. 아~내가 이런 모습이 있는데 상대도 그럴 수 있겠지 하고.....“정말이지 내 꼬라지를 알고 나니 괴롭지 않더라구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얼마나 큰 자비인지 지금에사 알았다니까요”
노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능력보다 인맥으로 살아간다는 말을 했다. 의외다. 하지만 감독이, 배우가, 세상이 모두 나한테 맞춰주길 바라는 마음을 바꿔서 내개 원하는 대로 표현해주길 바라면 어떻게 잘 쓸까? 하며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배우들에게 윽박지르는 대신 칭찬하고 달래고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지혜가 생겨나더란다. 그러는 동안 그이가 말하는 인맥도 만들어졌으리라. 하긴 최근에 나온 주목받는 책<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의 저자 역시 실력 있는 사람은 많다고, 하여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이 성공의 원칙이라 강조했다. 성공한 작가라 통용되는 그이에게 글쓰기는 진정 행복하고 할 만할 일일까? “재밌어요. 거기서 사람들하고 같이 위로받고 내가 그 곳에서 성장하고 내 드라마를 보면서 인생을 돌아보는 사람도 있고... 좋은 드라마는 대접받을 만한 가치도 있다 생각하구요. 또 제가 어떤 다른 일을 해도 드라마쓰기만큼 잘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산문집을 한권 냈지만 역시 드라마가 재밌어요. 그리고 제가 몸이 작으니까 무슨 일을 해서 이만큼 대접받고 일할 수 있겠나 생각이 들어요. 미싱 돌리는 일을 했다면 원단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고 노가다는 더욱 어렵고 회사를 가자면 예쁘고 영어도 잘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데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일이 힘들 때도 당연하다 생각해요. 힘들다 말하다가는 복 까먹을 짓인 것 같아 조심해요. 또 한 가지 그림을 그리자면 물감도 사야하는데 작가는 연필만 딱 있으면 되요. 지금은 컴퓨터지만, 글쓰기는 원가가 적게 드는 작업이에요.” 이만큼 이야기를 듣는 동안 김치찌개 냄비는 비워지고 식사도 웬만큼 끝났다. 그녀는 방송 예술인들의 모임 길벗모임법회에 가야한다.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할 시간이다. 작가로써 인간으로써 열망하는 삶이 있는가에 대해 “정말 행복해지고 싶어요. 싸우고 싶지 않고 혹 싸우더라도 화해하고 싶고, 할일 다하고 세상과 이별할 때 아~~행복하다 말하고 죽고 싶어요. 주변모두에게 감사하고 그 감사함을 조금이나마 갚고 떠나고 싶구요.” 내년부터 시작될 새 작품을 준비 중인 그녀, 가을에는 도반인 배우 배종옥과 마음공부 책을 낼 생각이란다. 인세역시 기부할 마음인 노희경, 그녀가 함께하는 나눔의 행진이 있어 세상의 아픔이 조금씩 줄어들겠지. 인터뷰를 끝낸 노작가의 인사말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이 장면을 탤런트 김여진씨가 맑은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