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처음 하는 말은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이 목숨 다해 귀의하여 예배드리옵니다.
하루를 이 말로 시작하는 날은 더 없이 좋은 날이다.
비 온 後
비가 내린 후...
해인사의 아침은 산안개병풍이 걸리는 날이다. 해인사를 뺑 둘러쌓고 있는 가야산의 안개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신령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러한 광경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시(詩) 몇 구절이 있는데,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유우석의 누실명(陋室銘)이 그것이다.
山不在高 有僊則名 산부재고 유선즉명
水不在深 有龍則靈 수부재심 유룡즉령
......
산은 높지 않아도 仙이 있다면 이름있는 산이요.
물은 깊지 않아도 龍이 있다면 신령스런 물이다.
......
‘누실’은 미천한 집, 지저분한 거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시와 얽힌 일화가 하나있다.
공자(孔子)가 살았던 당시 구이라는 지방이 있었는데, 그곳은 대단히 누추한 곳이었던가 보다. 공자가 그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누추한 곳인데 왜 가시려고 하십니까?”라고 만류하였다. 이에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살고 있는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기다림의 소리
세간이라는 곳을 떠나 산문(山門)이라는 곳에 들어왔다. 그리고 소리를 기다린다.
목탁소리. 죽비소리. 예경소리. 사물소리... 내면의 소리.
소리를 기다릴 때마다 지금 있는 이 자리가 어떠한 자리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답도 내린다. 답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소리를 다시 기다린다.
스님 소리
내가 스님 소리를 듣는다. 예비스님 이지만 스님은 스님인 모양이다. 기초 불교 예절이라는 책에서 스님은 스승님의 의미를 가진다는 글구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스님은 목탁을 잡는다. 그리고 만물에게 청(請)한다.
지심귀명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