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普遍)을 상징하는 3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수행자의 향기 - 경성
2009년 07월 329호
불(佛)·법(法)·승(僧)의 삼보(三寶)와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의 삼신불(三身佛), 계(戒)·정(定)·혜(慧)의 삼학(三學), 문(聞)·사(思)·수(修)의 삼혜(三慧), 본존불(本尊佛)과 좌우협시보살(左右挾侍菩薩)의 삼존불(三尊佛), 삼귀의(三歸依), 제법무아(諸法無我)·제행무상(諸行無常)·열반적정(涅槃寂靜)의 삼법인(三法印), 체(體)·상(相)·용(用)의 삼대(三大),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의 삼승(三乘), 삼업(三業)과 삼밀(三密), 보리(菩提)와 중생(衆生)과 실제(實際)의 삼처회향(三處廻向), 섭율의(攝律儀)와 섭선법(攝善法)과 섭중생(攝衆生)의 삼취정계(三聚淨戒), 탐(貪)·진(瞋)·치(癡)의 삼독(三毒),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의 삼악도(三惡道) 등등 3이라는 법수는 어떤 것보다 긴밀하고 중요하며 상당한 교리를 설명하고 상징한다. 이처럼 깊은 의미와 관계를 함축하는 것은 양극단(兩極端)의 이변(二邊)에서 중도(中道)를 강조하고 지향하는 불교의 특징에 상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3이라는 숫자는 일반적인 보편성의 시발점이라는 것에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1의 절대성과 2의 비교적인 상대성에서 탈피하는 단계가 바로 3인 것으로, 유일적인 절대성과 비교적인 상대성에서 중도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3이라는 법수가 친밀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졌을 것이다.
IMF 사태를 거쳐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휩싸이면서 극심한 타격을 이겨내기 힘든 곤란과 고통에서 하루하루의 연명이 보장되지 않는, 앞날을 예측하고 보장할 수 없는 암흑에 허덕이는 것이 너나할 것 없이 모두에게 닥친 상황이다. 그러한 고통에 좌절하고서 끝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어찌할 도리가 전혀 없는 극단의 상황이라거나 피치 못할 사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헤아리고 짐작할 수 있다고 해도, 죽음은 단순히 생명이 끝나는 것일 뿐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아무리 절박한 상황과 곤란함에 닥치더라도 나 혼자만 이런 고통과 아픔과 혼돈을 겪거나 치러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절대적인 것은 언제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신(神)조차 그렇지 않을 것인데 60억의 인류에서 나에게만 닥쳤거나 혹은 나만 치러내고 있는 유일한 절대적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전도(顚倒)된 망상(妄想)임이 분명하다. 나보다 더 아프고 괴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나의 처지가 가장 괴롭고 슬프다는 것은 근시안적(近視眼的)인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나와 똑같은 아픔을 치러내고 있거나 혹은 나보다 더 심한 고통과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어디에선가 다시 일어나서 살아보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의 고통과 아픔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역시 그들 못지않게 고군분투의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3의 법수가 현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드넓은 바다에서 유유자적 물결을 따라 노닐던 작은 파도는 자기의 눈앞에서 다른 파도들이 해변에 닿아 부서지는 것을 보고서 말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자 뒤따르던 다른 파도가 왜 그렇게 슬퍼하느냐고 물었다. 절망에 빠진 파도는 우리 모두는 곧 저렇게 부서지게 될 것이며, 그리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고 무섭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또 다른 파도가 아직 모르고 있었냐고 하면서 우리는 그냥 부딪쳐 소멸하는 파도가 아니라 저 위대하고 드넓은 바다의 일부라고 알려 주었다. 목전(目前)의 참담함만을 바라보며 좌절하지 말고,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바라보며 믿어주는 수많은 인연들, 부모와 가족과 친지와 나아가서 사회와 국가와 인류까지의 찬란한 관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파도가 없다면 바다의 전반적인 현상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므로, 부서져 소멸해버리는 바다 속의 파도를 인정하는 자세가 바로 거대한 바다의 실체를 확인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고통과 아픔과 실패는 인생이나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함과 성실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닥친 시련은 성공을 보장하는 계기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초라하고 무기력한 자신이라고 여겨지더라도, 우리는 푸른 별 지구를 넘어서 저 광활한 우주의 일부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우주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초라하고 무력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은 곧 지구와 우주를 구성하는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인 것이다. 일중일체다즉일(一中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인 것이므로, 초라하거나 무력한 구성원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지구와 우주의 구성원인 자신을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다른 사람과 모든 중생까지 존경하고 존중하는 보살의 마음이 비롯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