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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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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시중 - 박충 2009년 07월 329호
일소 얼마 전 강원도 영월로 스케치 여행을 하다가 발견한 소의 넓은 등판이 농촌마을의 깎여나가고 파헤쳐진 능선과 들판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소 등이 내게는 동물의 등짝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때론 작업 중에 오래 묵은 고향의 정서를 담아낸 소박한 농촌 풍경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어느새 붓은 덤프트럭이 지나간 길을 표현하고 있다. 예전의 작업실 근처 아파트 택지개발 주변풍경과 작업실 옆 축사에 살던 소의 모습들이 교차되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탓이다. 더 멀리 보면 우리 옛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소와 일제강점기에 민족성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소 그림들이 개인적 취향에 맞았던 것 때문이기도 하다. 첫 회와 두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소 그림들이 마음에 남아 다시 소를 그리게 되었다.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돌판에 새기고 그리는 작업에 치중하고 싶지만 종이에 그리는 작업에도 매료되어 지금껏 부지런히 칼과 붓 사이를 왕래한다. 모르긴 해도 평생을 칼과 붓을 끼고 살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깊이 다가오는 주제는 기형적인 도시개발과 주거문화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농촌환경과 인간미의 황폐화다. 인간과 자연의 존엄성은 개발이념 앞에 쉽게 무너지고, 이 상황들이 소 그림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생각은 언제나 사람들이 정답게 모여 사는 작은 마을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