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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휴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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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선재 2009년 07월 329호
쉼 (휴休) 편집실에 마실을 갔다. 이번 해인지 주제가 ‘쉼休’이란다. 한자의 모양이 참 멋지다. 나무 옆에서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진정으로 휴식하는...
편집장님이 이 주제로 글 쓸 사람을 찾는다며 주위에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사람’ 한 명을 추천해 보라고 하시자 무심결에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것이, “그거 바로 저잖아요!”... 입방정 떤 인연으로 이 글을 쓴다.
우선 내 소개를 하자면, 나는 ‘해인사 비공식(?) 백수’다. 말이 백수라지만 사실, 해인사에서 이것저것 소소한 다양한 일을 거드는 ‘멀티’백수다. 보통, 한자 休를 휴식으로 해석하지만, 얼마 전 책을 읽다보니 작가가 休를 ‘한가로움’이라 표현하는 것을 보고 아주 많이 공감했었다. 그것이 지금 나의 해인사 생활을 가장 잘 말해주고있지 않나 싶다.
내 인생의 1막은 끝났다고 혼자 외치며 제 2막을 연 곳, 해인사... 도시생활을 더 이상은 못하겠었다.
어릴 때 소풍가던 봉원사, 외국인 친구들 데리고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준다며 관광삼아 드나들던 조계사, 이곳들을 제외하면 사실 해인사는 내인생의 첫 사찰이다. 그래서 해인사 초기 시절 참 많이도 애먹었다. 도대체 아는게 있어야지... 절 예법이나 예불 드리는 법 등 모든 것에 무지했다.
이부분에서 여러 독자분들은 질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인사까지 오게 되었나요?”...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이 내겐 너무나 식상한 일이라, 얄밉겠지만 여러분의 자유로운 상상 내지 짐작에 맡기겠다. 이럴때 절집에서 흔히들 쓰는 멋진 표현이 있지 않은가? ‘절묘한 인연법’이라고. 내나름대로 달리 표현해보자면, ‘무심코(!) 일주문에 들어섰고, 들어서놓고 보니까, 이것이 이렇게 되었구나! 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완전히 절 체질’이라고들 한다. 내생각도 그렇다. 절밥도 좋아해서 왠만하면 별 불만없이 잘 먹는다. 두부, 버섯, 콩(절 식단에 거의 안 빠지는 재료다)만 매일 먹을 수 있으면 된다. 고기는 원래 거의(!) 안 먹어왔고 채소는 군것질 만큼이나(!) 좋아하고, 게다가 걷는걸 너무나 좋아해서 해인사 경내나 주변 환경은 내생활에 안성맞춤이다.
해인사 생활은 늘 100m 달리기(사실은, 걷기!)를 방불케한다. 해우소까지 100m, 수각장까지 100m, 법당까지 100m 곱하기 3 내지 5... 절 밖 마을에라도 갈라치면 100m 곱하기 100(200?) 정도는 걸어야 하는데, 가야산 깊숙이 자리한 해인사에 살며 이렇게 늘 걷고 활동하는 생활은 정말 환상적이다. 포행 도중 길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분들이(하도 쏘다니다보니 나를 아는 분들이 어지간히 많다) 차태워주신다며 다들 친절멘트를 한번씩 건네주시지만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괜찮아요. 일부러 걷는거예요.”
서울 토박이여서 콘크리트와 시멘트에 둘러싸여 지내던 시절, 걷기는 일종의 ‘고행’과도 같았다. 거리의 많은 장애물들을 일일이 거치며 걷는 일은 오히려 스트레스였으니까.
어느덧 8월말이면 해인사 1년차가 되는데... 불규칙한 통역포교(!)일 외에 아가씨가 벌이도 없이 꼬박 한해를 이렇게 보내는 모습을 보며 나에게들 묻는다.
“매일 그렇게 사는거 불안하거나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아요?”
대답은 자신있게 NO!다. ‘법보화 삼신불의 무량공덕이 내 본성 안에 구족해있음을 믿고(!) 맡기며(!) 여법하게 생활하는’것을 늘 다짐하면서 사는 내 마음은 언제나(어쩌다 한번씩은 빼고) 평안하다. 그리고 난, 정말 안(!)심심하다. 새벽 3시반 예불로 시작하는 하루를, 기도와 독서, 경전(불교경전은 참 재밌다)보기, 포행하기(‘마음모아 제대로 숨쉬기’ 연습에 큰 도움이 된다), 주변분들과 대화나누기, 하루 세 번 꼭꼭 공양하기, 저녁 7시 저녁예불... 이런 일과를 마치고 저녁 9시가 되면 하루를 감사히 마감하는 해인사에서의 생활은 늘 내가 꿈꿔오던 생활이다(TV없이 지내는 것도 얼마나 좋은지.. 뉴스는 인터넷으로 체크하면 된다) 일년 365일 늘 이렇게 반복되는 절 생활이 전혀 심심하지 않다. 인생을 살면서 한두해쯤(아니면 그 이상?) 집떠나고 일떠나서 한가로이 쉬어보는 것... 해 볼만하지 않은가?(그렇다고 가정있으신 분들! 가족들 팽개치라는 말 아닙니다! 각자가 꿈꾸는 여유로운(정신이) 삶을 한번씩 그려보며 마음을 낸다면 언젠가 그 “절묘한 인연법”을 통해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말입니다)
나는 의식적인 마음보다 내 무의식 공간을 더 신뢰한다. 사실 내 무의식이 늘 마음을 내 온 덕에 내가 이렇게 신선놀음(!)을 하고있다는 것을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취미생활인 외국어가 해인사에서 귀하게 쓰여지고 있는걸 보면서도 ‘아 내가 이러려고 외국어공부를 그렇게 좋아했구나’ 하면서, 이미 내 깊은 마음은 미리 마음을 내어 준비작업에 들어갔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불자님들에게 이런 기도를 한번 제안해본다(내 삶에 공감하지 않거나 늘 쉬지않고 바쁘게 사는걸 선호하시는 분들은 예외다).
“나의 본사本師이신 부처님, 그동안 나름대로(!) 세상에서 수고롭게 살았으니, 아무런 부담도, 의무도 없이, 한 일,이년 쯤 좀 한가로이 쉬게 해 주시면 안될까요? 한꺼번에 안되시겠으면(?) 일주일에 단 이삼일씩이라도 좋습니다.”
지금껏 평생 가족들 부양하며 열심히 살아오신 어른들이 나의 이 기도를 노여워하지 않으시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