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에서 근무한 5년동안 법률전문위원이란 직함으로 법규위원회, 중앙종회, 포교원·교육원·총무원 3원, 25개 교구본사, 각 말사와 스님,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였는데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보냈다. 특이하게도 당시에는 퇴근할 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내일은 좀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밤새 새로운 일들이 생겨 계획했던 일보다는 현황문제에 매달리게 되었다.
2005년 쓰나미 피해로 인한 쓰리랑카 조계마을 착공식 참여, 뉴욕원각사 인수를 위한 실무작업, 문화재복원 및 환수를 위한 일본 문화재청 방문, 신계사 등달기 등에 참여하게 되면서 조계종의 위상과 활동범위에 대하여 새삼 고민한 적이 있다. 특히, 조계종에서 근무하는 동안 금강산 신계사에 초파일 등을 달기 위하여 4월달에 7일간 파견되어 직접 역사적인 북한내 중흥불사의 현장을 체험하고 온 것은 두고두고 추억에 남는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현대아산을 제외하고 북측지역에서 남한의 기술과 재료로 건물 신축을 허락한 것은 신계사가 유일하다고 하니 북측에서도 조계종의 정통성과 권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 2004년 해인사에서 종단 내 최초로 대종사 법계 수계식을 지켜보면서 대종사의 법력과 권위,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서식의 장엄함, 법계 품서를 받은 대종사 큰 스님들의 감회, 최초로 시행되는 품서식 준비에 고생한 총무부 직원들을 지켜보며, 조계종에서 묻혀 있던 의식의 부활에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시간 조계종에서 근무하며 부처님의 가피와 스님과 신도들의 사랑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잘 버텨왔고 그 곳에서 근무한 것에 대하여 항상 행복감과 가슴뿌듯함을 느끼며 살게 되었다.
지난 시간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조계종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되는 2가지만 제시할까 한다.
첫째는 불교 문화의 체계적 관리와 정부로부터의 환수이다.
기독교는 근대화 물결속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복지와 교육이라는 2영역에서 확실하게 뿌리내리며 사회 기반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 불교의 가장 큰 저력은 불교가 개개인의 신앙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민족의 문화와 정신을 담고 유지하여 온 점이다. 지금처럼 한국불교가 하나의 종교단체로 축소되고 사찰을 하나의 신앙생활체의 작은 단위로 축소시키고, 우리 스스로도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 포함시켜 버린다면 미래 세대 한국 불교는 하나의 종교단체로, 그 종교단체는 불교재산관리법의 잔재로 수없이 난립하는 각 불교종단의 세분화로 인하여 그 영향력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여 나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을 제안하고자 한다.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제정되어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위 신탁법은 문화유산 및 자연환경 자산에 개한 민간의 자발적인 보전관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위 신탁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항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위 법에 의하면, 문화유산을 취득하고 이를 보전관리하기 위하여 국민신탁법인을 설립할 수 있고, 설립된 신탁법인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문화재와 자연환경자산의 관리를 위임받아 문화재를 보존·관리 할 수 있으며, 그 이용료 및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폐사지나 사사지에서 출토된 사찰의 유물과 탑, 사리 등에 대하여 현존하는 사찰과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계종이나 각 사찰에 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모두 국유로 귀속시키고 있는데, 위 신탁법인을 설립하여 보존·관리한다면 우회적이긴 하나 우리의 유물을 우리가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종단 차원에서, 교구 본사 차원에서, 아니면 불교신도들이 구심점이 되어 신탁법인을 설립함으로서 감은사지, 미륵사지, 보현사지, 서산 마애 삼존불 등 한국 불교의 정수를 복원하고 관리하여 불교문화의 전성기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둘째, 승려의 사유재산에 관한 문제이다.
과거 1960년까지만 하여도 한국불교계의 관습법이 인정되어 승려 사후시 상좌들이 상속하는 것이 인정되었으나, 현행 법제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승려 사후 4촌 이내의 속가 유족들에게 모든 것이 상속되고 명의신탁이 부정되며 사찰이 농지를 취득하는 것이 금지된 현행 법제는 삼보를 위한 공양물이 삼보를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이다. 사찰 운영, 노후 복지, 의료지원 등의 이유로 사유재산이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지금 조계종단에서 시행하려는 사유재산 금지는 이러한 현실성을 감안하여 스님 개인 명의의 일체 재산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신도들의 공양물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목적이외의 것에 사용되는 것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따라서, 현행법제하에서는 상속 및 유언 집행자를 종단이나 종단이 지정한 변호사 또는 제3자로 지정하거나 그 재산을 신탁회사 또는 종단이 설립할 수 있는 한 신탁업무를 주관하는 기관에 신탁하는 제도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불법승 삼보를 배우고, 다정다감한, 우락부락한,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흥분하는, 사람을 믿고 살아야한다며 계약서 한 장 없이 일 처리하는 그 스님들과 함께 조계종에서 근무한 그 시절이 가슴따뜻하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