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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운동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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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2009년 06월 328호
제33대 총무원장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후보로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스님은 없지만, 몇 스님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안거를 해제하는 즈음인 8월 말이나 9월 초가 되면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며, 후보로 나설 스님들이 종책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축제이다. 미래의 종단상을 제시하고, 청사진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모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그 동안의 종단 운영을 평가하면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역동의 계기가 선거라는 점에서 선거는 흥겨운 일이다. 그러나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조계종은 기대보다 오히려 우려가 더 크다.
가장 큰 이유는 돈 선거 때문이다. 돈 선거는 선거 때마다 불거졌는데, 구태를 벗지 못하고 이번에도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얼마 전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돈 선거를 걱정했다. 설정 스님은 돈 선거를 불교를 멸망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돈 선거를 막기 위해 과장한 표현이 절대 아니다. 돈을 들여 당선되었으면, 재임 중에 최소한 쓴 만큼 보전하려 할 것이다. 또 돈을 댄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종단의 인사와 종책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인사와 종책이 돈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돈을 써서 설령 당선되었다한들, 이미 법적·도덕적 하자를 지니고 있기에 힘 있게 종책을 추진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도 당당할 수 없게 된다.
돈 선거만큼 문제가 되는 것은 또 있다.
종단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도 개선해야 할 큰 문제다. 지금의 총무원장 선거는 중앙종회의원 81명과 각 교구에서 뽑는 10명의 선거인단 등 321명이 투표로써 선출하는 제도이다. 중앙종회 의원은 이미 각 교구를 대표해 뽑았으므로 대표성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구선거인단은 교구종회법 제2조에 따라 본사주지와 본사 소임자, 말사주지와 직선으로 선출된 10명의 위원이 뽑는다.
각 교구의 평균 승려 수가 200명인데, 교구 선거인단을 뽑는 권리를 가진 스님은 그 절반 정도이다. 절반의 스님들은 분명히 승가의 구성원임에도 총무원장 선거에 어떤 권리도 주어지지 않는다. 비구니스님들은 아예 배제돼 있다. 재가불자들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승가의 절반 이상을 소외시킴으로써 종단에 대한 귀속감과 책임감을 제도적으로 옅게 하고 있다. 이는
종단의 에너지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중앙종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3월 열린 종회에서 교구선거인단 직선제를 골자로 한 총무원장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본사주지스님들이 교구 내에 갈등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반대해 개정이 무산됐다.
종단 미래에 대한 전망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도 현 선거제도의 문제다. 선거는 경쟁인 만큼 일정 정도의 갈등을 불가피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거 과정을 통해 지난 시기를 평가하고 이후를 전망하고, 청사진을 모든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 그러나 조계종의 현 선거제도는 후보자의 종책을 1회에 걸쳐 교계신문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에 종단의 미래상을 담아내기는 매우 부족하다. 그럼으로써 지난 2005년 치러진 제32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종책에 대한 논의는 너무 부족했다. 소장 스님들과 29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청정선거문화 정착운동본부’가 종책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후보측의 거절로 공개적인 종책 토론의 기회도 없이‘그들만의’선거를 치렀다.
선거관리기관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던 것도 걱정거리다. 제32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중립성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측은 상대 후보가 사설사암 종단 미등, 후보들이 설립한 법인의 정관에 종단 관장하에 있음을 명기하지 않았으며, 국법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것을 격렬하게 문제 삼았다. 이런 와중에 중앙선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자격을 심사했는데, 위원장이 지관·정련 두 후보자의 자격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남은 위원들이 다시 회의를 열어 위원장을 불신임하고 두 후보자의 자격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했다. 선거관리 업무를 행하는 소임자들이 특정후보에‘줄서기’함으로써 벌어진
일이었다.
선거는 최선의 제도는 아니지만 불가피한 과정이다. 어느 집단이든지 불가피하게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선거는 권력의 선출을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 때문에 선거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선거문화가 잘못되었다면 고쳐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제가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는 너무나도 소홀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의 제도 안에서 이득을 취하는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321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숫자의 선거인단이니 돈 선거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얼마를 들이면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이 총무원장 소임이 엄중하고도 막중하다는 점을 지배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선거법 개정은 늘 흐지부지가 되고 만다.
지금의 총무원장선거제도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그들만의 선거다.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지 않고서는 돈 선거, 전망 부재의 선거, 선거관리기관의 줄서기, 계파 선거를 막기 어렵다. 일정 승랍(5년 또는 10년) 이상의 비구·비구니에게 투표의 권리를 되돌려주든지, 일정 자격을 갖춘 스님이 후보자가 되길 원하는 경우 후보자가 되게하여 추첨으로 뽑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33대 총무원장은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았으므로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뽑힌다.
선거 직후 선거법 개정운동을 펼쳐 명실공히 종단 구성원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종도들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