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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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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09년 06월 328호
불기 2553(2009)년 기축년 하안거 결제일 수유자리무일적茱萸者裏無一滴이라
조로무언변주출趙老無言便走出이니라
춘거추래삼백년春去秋來三百年에
주장지금유고벽拄杖至今猶靠壁이라
수유가 여기에는 물 한 방울 없다고 하자
조주 노인 말없이 뛰어 나갔네
봄이 오고 가을 오기 삼백년 뒤에
주장자는 여전히 벽에 기대 있도다.
조주 스님께서 수유茱萸 화상의 방에 올라가 주장자를 짚고서 왔다갔다하니 수유 화상이 말했습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습니다.
“물깊이를 더듬습니다.”
화상이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한 방울의 물도 없거늘 무엇을 더듬는다는 말입니까?”
이에 선사가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고는 내려가버렸습니다.
조주 선사께서 호북성 수유산 호국원護國院에 머물고 있던 수유 화상을 만나 나눈 법담입니다.
수유 화상은 조주 스님과 함께 남전 선사의 법을 이었습니다만 흔적 없이 산 까닭에 그 외의 행적은 자세히
전하는 것이 없습니다.
조주 선사는 하북성 조주원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수유 화상은 만 가지 계락과 천리의 위풍이 있어서 활시위에 화살을 메기고서 조주를 만나기를 희망했습니
다. 조주 선사 역시 삶과 죽음의 경지에 드나들면서 진을 치고 기를 달고 활과 화살을 갖추고 천하를 휩쓸면
서 백걸음 밖의 버들잎을 떨어뜨리고 천 길 위의 기러기를 떨어뜨려 백발백중 실수한 일이 없습니다.
수유와 조주가 서로 이미 그런 솜씨가 있기에 본분작가끼리 서로 알아보고서 조주 선사가 찾아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눈 대화가‘조주탐수趙州探水’공안의 전말입니다.
조주 선사의 물깊이 더듬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선사께서 남전 선사의 회상에 있을 때 일입니다.
어느 날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데 남전 선사가 그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조주는 우물을 덮고 있는 누각의 기둥을 끌어안고 또 한쪽 다리를 두레박줄에 걸고 외쳤습니다.
“살려주오. 살려주오.”
그러자 남전은 우물 난간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1 2 3 4 5니라.”
저녁이 되자 조주 선사는 가사장삼을 수하고 예의를 갖춘 다음 방장실에 올라가서 절을 하고 말했습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저의 생명을 구해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고 했습니다.
강기슭에 큰 나무가 서 있습니다.
강가에 겨우 서 있기는 하지만 큰물이나 바람이라도 만나면 견디지 못하고 언제 쓰러질지 모를 일입니다.
이는 매우 위태롭다는 말입니다.
정등은 우물 안으로 뻗은 칡넝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고서 겨우 매달려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조차도 모
르고 또 눈이 어두워 생사生死까지도 잊어버리고 있는 중생들을 말합니다.
그래서 고인들은‘안수정등岸樹井藤이 기능장구豈能長久리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 중생들을 조주 선사는 자비심으로 행했고 이에 남전 선사는 지혜심으로 보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물이 깊으면 두레박 줄이 길기 마련이고 냇물이 깊으면 표주박 자루가 길기 마련입니다.
어떤 토굴승이 어느 날 자루가 달린 나무 표주박 한 개를 만들어 시냇가에서 물을 떠서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어떤 납자가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러자 그 토굴승은 표주박을 세우고는 말했습니다.
“시냇물이 깊으면 표주박 자루가 길지요.”
그는 머리도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이 소리를 들은 설봉 선사가 그의 공부경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삭도를 들고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제대로 한마디 이르면 자네의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고 가겠네.”
그러자 그 토굴승은 선사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의 머리카락은 가차없이 잘려나갔던 것입니다.
이처럼 물가에서 많은 선지식들이 법담을 나누었고 또 자기의 공부경지를 마음껏 내보였습니다.
남전 선사가 우물가에서 만난 납자가 그랬고 설봉 스님이 만난 시냇가의 이름 없는 납승 역시 그러합니다.
조주 선사와 수유 화상은 어디서나 물깊이를 더듬을 만큼 자유자재하였습니다.
5
방 안에서 물깊이를 재고 있는 뜬금없는 조주 선사에게“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수유 화상이 다시 물었습
니다. 그러자 조주 선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은 채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이 법문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이번 하안거 한철 동안 잘 참구해보시기 바랍니다.
세란노기주世亂奴欺主요
쇠운귀농인衰運鬼弄人이로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하인이 주인을 속이고
운이 쇠퇴하니 귀신이 사람을 농락하는구나.
불기 2553(2009)년 기축년 하안거 결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