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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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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피플 - 성준스님 2008년 12월 322호
성준스님과 누군가 내게 억만금
을 준다면 그걸 거절
할 수 있을까?
다만 지금하고 있
는 일을 그만 두는 것
을 전제로....
그렇다고 해도 쉽게 거
절 하지는 못하리라.
더구나 물질이 정신보다 우
위인 것 같은 지금의 세상에서 아주
많은 재산을 뜻하는 억만금에 마음 흔들리지 않기
가 쉬울 것인가.
관악기 바순의 깊고 부드러운 소리가 낮게 깔리
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던 햇살 좋은 날,
구미 제4공단이 내려다보이는 구미시 인동 천해사
에는 산자락마다 가을이 남아 있었다.
자동차소리를 듣고 나오신 듯“어서와요”하고
반겨주시는 주지 성준成埈스님.
발아래는 구미공단의 굴뚝들이 솟아있는데 까치
밥을 달고 있는 늙은 감나무와 바람에 일렁이는 대
나무 숲으로 하여 깊은 산중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천해사 부처님께 인사 여쭙고 주지스님 재촉해서
차실로 들어가니 흙덩어리를 던져서 만든 듯한 소
박하고 특이하게 생긴 벽난로에 장작이 타고 있다.
취재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난로 속에 고구마 구
워먹으며 게으름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짧은
겨울 해를 탓하며 말문을 여는 수밖에.
차를 준비하시는 스님의 손길도 예사롭지 않았
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넉넉하고 편안해 보이던
지 지금 그 자리가 그리 행복하십니까? 하고 감히
여쭈었다.
“아~~ 지금 누가 내게 억만금을 주면서 중노릇 그
만하라 하면 나 억만금 안 받아요. 그렇지만 억만금을 주
면서 중노릇 잘 하라 하면 거절 않겠어요.”
어린시절 집 가까운 절에 갔더니 그 절 주지스
님 신고 계신 나일론 양말에 보풀이 심해도 너무 심
해 다음날 양말가게에서 가장 좋은 양말 골라 사
다드렸단다.
그런데 후일 다시 가 보니 또 그 보풀양말을 신고
계시기에 좋은 양말 왜 안 신으시냐고 여쭈었다.
그 주지스님 말씀이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는 객
스님께 드리고 나면 항상 보풀양말이 남아 있어 버
릴 수도 없고...라고 하시는 말씀에 한 생각이 일
어났다.
부처님가르침은 도대체 어떤 공부기에 좋은 것은
우선 내가 먼저인 우리들과 달리 좋은 것을 먼저 남
주며 사실까하고.
그렇게 시작된 수행자로서의 삶이 어느덧 20년
이 넘었다.
-구미 천해사는 공단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습니다. 지역의 불자들이 바라는 것, 그리고 그
들이 스님께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우리 신도들에게 기도를 숙제처럼 시작해 보라
고 권합니다. 대부분 맞벌이부부라서 노는 날 아니면
절에도 오기 힘들어요.
그래서 입재식은 절에서, 그리고 나머지 기도는 집에
서, 그리고 회향은 절에서 합니다. 사경, 절, 다라니독
송 등 신도들이 잘 할 수 있고, 또 해서 신심 나는 방법
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데, 한 가지~ 기도할 때 쓰이
는 향은 제가 보시합니다.
나도 신도들과 뭔가 나눌 수 있어 좋고, 향은 그들이
구하는 것 보다 내가 구하기 쉽잖아요. 향 떨어졌다고
가지러 오는 신도들보면 나도 기쁘고 불자들도 행복해
하거든. 열심히 기도 했으니 향도 소비가 많은 거죠. “
스님 말씀 들으면서 그림이 그려졌다. 사실 천해
사 신도님들은 외갓집에 오듯이 또는 친정 나들이
처럼 다녀간단다.
스님 또한 그들이 남 같지가 않다하시며 부처님
인연법을 가만히 일러 주신다.
노름장이 노름판서 만나고 춤꾼은 춤판에서 만
나지만 그래도 우리는 불법에 의지해서 수행하는
인연으로 만났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인연도 인연이지만 봄이 되면 야생화전시에 국
수잔치, 여름이면 백련 밭 가꾸어 백련 차 만들기,
감나무에 열매 영글면 감물
염색하기 등등 스님께선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왜 하시
는지요.?-
“그 꽃들이 겨우내 애써서 피
워낸 것을 혼자 보자니 아까웠
어요. 그래서 꽃 잔치 하는 김에
진달래꽃잎 따서 화전도 부치고 국수도 삶았는데 이틀간
2천5백여 명이 다녀갔어요.
연 밭은 연차를 만들자니 연꽃이 필요하고 꽃들을 구
하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그냥 한 번 내가 한 번 길러 보
자고한 것이 그리 됐지요.
감염색은 내가 獨(독)살이를 오래하며 불사를 하다보
니 순 일꾼이에요. 오죽하면 마당에서 일하는데 누가 찾
아와서 주지스님 어디계시냐 하는데 작업복차림에 내가
주지요..나설 수도 없고 그냥 가만히 있었더니 나중에는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런데 감염색한 옷이 풀을 하지 않아도 빳빳한 것이
몸에 들러붙지 않고 햇볕에 널어놓기만 하면 땀내도 사
라지고 새 옷이에요. 일하면서 입기는 그만이죠.“
봄날 꽃 잔치 덕분에 천해사가 알려졌고 인근4공
단의 직장인들이 빠듯한 점심시간에 부처님을 찾
기도 한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행자가 거처할 장소
는 대중들이 사는 곳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
에 있어야 탁발하기 좋고 대중들이 찾아오기 수월
하다고 하셨는데 구미 인동의 천해사야말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듯하다.
넉넉한 품을 가진 주지스님 늘 그 자리에 계시고,
도심과 가까이 있지만 산 중턱에 있어 바람 기운부
터 다르니 산사를 찾은 것과 다름 아니다.
게다가 스님께서 감염색이라도 하는 날이면 스님 거들며 내 한 몸 잘 쓰일 수 있어 좋고, 인연이
닿으면 한 필 얻어가는 행운도 있으니 그 또한 기
쁘지 않은가.
품 많이 드는 감 염색을 하면서 몸이 고단하긴 해
도 그걸로 옷 지어 선방에서 정진하시는 어른스님
께 공양 올리면 그 수고로움은 다 잊혀진다는 스님
손마디는 여린 비구니스님의 그것이 아니었다.
스님의 말씀은 이어지고 차상위에는 백련차가 향
기롭게 달여지고 있었다.
공양게송 하듯이 ‘이 한 잔의 차가 내 앞에 이르
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이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
사히 먹겠습니다.’가 절로 나온다.
-세상은 지금 경제위기다해서 먹고살기 힘 든다
고 아우성입니다. 위로의 말도 조심스럽습니다만
스님께서 어떤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조급한 마음은 더 목마르게 합니다. 모두 힘들다 하
지만 결국 좋은 집, 명품, 더 좋은 그 무엇을 원하기 때문
입니다. 비교하지 말고 한 템포 늦춰서 나아지겠지..기다
려봅시다. 모두 힘 드는데 나만 쉬울 수 있나요. 다들 어
려울 때 복 좀 지어봅시다. 힘이 들수록 물질뿐 아니라 마
음도 나누고, 표정하나라도 나눠야지요.”
그렇다, 우리 주변에 누군가 힘들고 어렵다함은
나눔이 부족하다는 말일수도 있다. 어느새 12월, 작은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 별
것 아닌 작은 것들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지금 내가 누리는 ‘작은 것들’
에 감사를 느끼고 나눔을 시작해야겠다.
-수행자라면 누구라도 가사장삼 입고 법당에서
염불하고 독경하고...를 떠올리는데 스님께선 법당
에서, 연 밭에서, 감나무 아래서 종횡무진이십니다.
편견과 마주친 적은 없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감당하셨는지요?-
“다른 사람의 시선은 그들의 이야기다, 내가 스스로
에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좋지 않지. 남이 나를 알아
주지 않는 것에 허덕일 것은 없어요. 내가 주인 되어 사
는 삶 이어야 합니다. 설사 포장은 할 수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할 뿐
이지요.”
<다만 할 뿐이다.> 가슴을 치는 이야기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
은 것을 기대하고 바랐던가?
사랑한다고 하면서 나도 사랑 받고 싶고, 늘 칭찬
받고 싶고, 고맙다는 인사 듣고 싶고, 복을 받고 싶
어 복을 짓고......내안에 있는 받으려는 욕구를 가
만히 들여다본다.
무엇이든 그냥하지 않고 받으려는 욕구가 사라지
지 않은 내 마음이 저만치 보인다.
받으려는 생각이 괴로움의 근원이고 속박의 원인
인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는 것을 좋아하는 나
의, 우리의 이 중생심을 어쩌랴.
‘바라는 마음 없이 베풀어라’금강경에 나오는
무주상보시의 가르침으로 귀결되는 향기로운 법석
이다.
최현태님은 현재 대구 BBS-R, \'무명을 밝히고\'의 진행자인
아나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