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구름처럼 많이 모였다. 지난 8일 27일 서울광장, 전국에서 21만여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해‘헌법 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봉행했다. 27개 종단과 여러 불교단체가 참여해 구성된 봉행위원회는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자평했다. 대회는 원만하게 회향되었다.
국민들도 왜 수많은 불교도들이 모여 규탄대회를 했는지 알 만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부의 종교 중립이 절실히 요청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수긍하고 있다.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과 집단일수록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공정·공평·무사無私의 미덕이 요청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곧바로 분열과 갈등이 발생한다. 정부는 국가 내에서 그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큰 공공영역인데, 종교 편향과 차별을 갖는 정부를 가진 국민들은 불행해진다.
불자들은 범불교도대회에서‘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먼저, 종교 차별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를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의 종교차별과 불교폄훼로 인하여 종교평화가 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종교만 옳고 남의 종교는 사탄이라는 독선적인 신앙관을 가진 소수의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불교인들이 감내할 수 없는 것은 위로는 청와대에서부터 아래로는 동사무소와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의 종교차 별행위가 관행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불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 대한민국 헌법의 문제이며,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균등히 지고 있는 국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입니다.”
범불교도대회를 열게 된 이유를‘종교간 평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의 공직수행에는 지역도, 계층도, 종교도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취임 직후 보란 듯이 공무처소인 청와대에서 예배를 올렸고, 청와대 경호차장이‘정부복음화는 나의 꿈’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이러니 동사무소에서는 알아서 십자가를 걸어야 할 판입니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확고한 종교차별 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종교간 갈등과 대립은 민족적 불행을 낳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교간 평화를 깨는 그 어떤 행위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어 불자들의 다짐을 밝히고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오늘 범불교도대회는 종교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불교인의 실천을 알리는 자리입니다.
우리 불교인이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고 참회하는 장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고통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논의와 실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결심의 마당입니다. 종교평화는 우리사회 소중한 가치입니다. 모든 종교인, 국민 여러분의 지혜와 힘이 필요합니다.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편달을 부탁드리며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우리들은 할 말을 다 했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식은 밝지 않다. <연합뉴스>는 대회가 끝난 직후 범불교도대회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청와대의 반응을 전했 범불교도대회는 종교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불교인의 실천는데,“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일단 냉각기를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 다. 시간을 끌 일이 아닌데, 여러 모로 재는 것 같다. <연합뉴스>는 또“청와대 일각에서는 불교계 내 각 분파에 대해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불교계의 강경 기류 배후에 의도적으로 불심을 자극, 불교계의 반정부화를 형성하려는 세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그런 시각으로 최근의 상황을 본다면, 더욱 서둘러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어 불교계 내부를 분열시켜 비켜가려는 꼼수로 읽힌다.
사태의 전말은 명백하다. 국토해양부 지리정보시스템인‘알고 가’사이트에 작은 교회는 버젓이 있는데, 사찰은 아예 없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순복음교회의 기도회를 알리는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함께 사진을 올려 특정 교회의 행사를 알렸다. 주대준 청와대 경호처 차장은 “정부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며 청와대인근에 선교센터를 짓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종교 차별 사례를 든다면 고구마 줄기 뽑듯 수두룩 하다.
이에 대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고, 공직자는 종교 편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상식에 입각해 사태를 조치하면 된다. 매우 당연한 지적과 요구를 외면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보수적 기독교 공화국을 세우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기 때문일까. 권력의 중심에 이미 보수 기독교가 장악하고 있어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지난 8일 26일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국회 본회의 발언을 통해“개신교신자는 초기 청와대 수석의 50%였고, 내각은 16명 중 10명으로 63%에 달하지만 불교신자는 장관급에는 없고, 25명 차관 중 겨우 1명”이라며 “우리나라 인구 구성이 불교 23%, 개신교 18%, 천주교 11%인 점에 비춰 종교 편향 정도가 극심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종교인구구성비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구성하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고 참회하겠다고 했으며, 사회적 고통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논의와 실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결심의 마당이라고 밝혔다.
국민에게 큰 약속을 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더욱 힘주어 할 일은 자각과 참회, 실천이다. 대회가 끝났다고 해서 흐지부지돼서는 절대 안되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