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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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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 박재은 2008년 09월 319호
뚝심 / 사진 임우석 뚝심 / 이재은


올림픽의 감동으로 이리도 벅찬것은 처음이었다. 올림픽은‘강대국이 스포츠도 얼마나 잘하는지’과시하는 장場이라는 생각, 오래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유독 재택근무 할 일이 많았다. 밀린 원고가 산더미라 집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던 하루하루. 무더위와 원고 스트레스에 지쳐 티브이를 잠시 켜면, 어김없이 방송 3사에서는 올림픽 실황중계 혹은 재방송이 돌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경기 두 경기 지켜보게 되었는데, 유도, 수영, 양궁, 육상, 핸드볼… 대미를 장식한 야구와 이봉주 선수의 눈물 어린 마라톤까지, 나는 국적 불문, 종목 불문하고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밥 심이 주는 뚝심

육상 부문에서 3관왕이 된 자메이카의 달리기 선수 볼트. 달리는 족족 세계 신기록을 끊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가 되었다. 우사인 볼트 Usain Bolt 선수의 주식단은 그러나 놀랍게도 패스트푸드. 여러 부위의 닭고기를 갈고 뭉쳐 튀겨내는‘너갯’이란다. 볼트 선수는 아침에 눈을 떠서 닭 너갯을 먹고, 낮에 연습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또 저녁으로 너갯을 먹는다는 기사에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놀랐다. ‘닭고기의 힘’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는‘타고난 스포츠 맨’이라는 반응. 하지만 전문가들은 볼트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는 식단을 심각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수영 부문에서 메달을 여덟 개나 따버린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 선수의 식단은?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 듯이 보인 그의 식단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 양量적으로는 실하다. 한 끼에 성인 세 명이 먹로는 여자 서너 명이 먹을 만한 크기의 피자를 뚝딱 해치운다. 뭐 하루16km, 온종일 물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고 칼로리’를 위주로 먹는것이 당장은 필요 할지도.

자, 그렇다면 우리 선수단의 식탁은? 우선, 장미란 선수 등이 속해 있는 역도 선수단을 보면‘한국음식’공수에 열심이었다고. 레토르트 형태의 각종 탕 종류를 비롯하여, 기타 부식과 스낵까지‘토종’으로 공수해 가느라 짐이 열 몇 박스에 달했단다.
금메달을 안겨준 야구 대표 팀의 이진영 선수가 모 스포츠지에 연재한‘베이징 다이어리’를 보면, 선수촌의 중국식 음식도 맛있지만, 뭐니 뭐니해도 선수들은‘한식당’가는 날이 가장 신난다고 구술했다.

대한체육회가 준비한‘한식 도시락’을 그야말로‘열광적으로’먹고 있는 한국 남자하키 팀의 사진도 화제가 되었다. 베이징의 어느 아파트에 마련한‘간이 한식당’에 모인 선수들은 밥과 국과 맛난 김치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최대 강점인‘뚝심’즉, 배짱과 지독한 끈기는 패스트푸드나 튀김이나 밀가루 빵이 아닌‘밥’에서 나오는 건가 생각이 든다

금메달감‘봉평 메밀 쌀’

밥의 영양학적 중요성은 이미 우리 국민 누구나가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아시안푸드’의 열풍이 불면서 서양에서의‘쌀 소비’도 늘고 있는 추세. 체형 유지를 비교적 잘 하고, 장수하는 동양인들의 식단에는 어김 없이 쌀이 있다는 것을 고기와 밀가
루 위주의 식단을 오래 먹어 온 서구에서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아이로 니컬하게도, 이렇게‘쌀’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의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가 바로 며칠 전에도 났었다. 식단과 입맛의 변화, 라이프 스타일의 서구화 등이 주된 이유라는데. 서울에 미국산 햄버거 체인이 처음 생긴 것이 88올림픽 즈음이었으니 이제 20년 남짓. 식단의 변화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햄버거를 먹을 수 있은 지 고작 20년이 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입맛의 역사는 반만년.‘ 쌀’을 덜 먹는 이유로 식단의 서구화니, 뭐니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보다는 쌀 씻고, 물 재고, 밥 안치고, 밥 먹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우리가 게을러졌다는 것은 아닐는지? 밥 먹는 것보다‘스파게티’먹는 것이 멋지게 보이는 못난 마인드 때문에 아가씨들은‘밥 사주는 남자’보다‘스테이크 사주는 남자’를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닌지? 반만 년 우리의 힘과 건강을 책임져 온‘밥’을 너무 당연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프랑스 요리가 전문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세상 최고의 메뉴는‘갓 지은 밥’이다. 정말 세계 어느 나라의 메뉴를 봐도‘밥’처럼 맛과 영양에 있어 완벽한 메뉴가 없다. 특히 가을을 맞아 봉평의 메밀 농장에서 직접 공수한 메밀쌀을 철원보다 위쪽인‘강원도 양구 쌀’에 3 : 7로 섞어 지은 밥맛이란! 메달을 땄든 못 땄든 단 몇 분, 몇 초의 자신과의 승부를 위해 근1460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달린 우리 선수들에게 한 입씩 손수 대접하고 싶은 그런 맛이다. 가을 바람에 시려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먹을수록 자신감이 솟는 든든한 우리 맛이다.□


박재은 님은 프랑스 꼬르동 블루요리 제과부문 전 과정을 수료하고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현재 요리사와 파티 플래너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