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자유로움
오래된사랑,
오래된도반,
오래된 세월이 아니면 빚어낼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있다.
단지 익숙해졌으므로가 아닌 함께 공부해 나가는 도반들 사이에서 넓어진 마음의 여백을 타고 다가오는 교감, 내지는 함께하는 자유로움은 예측불허의 삶의 예기치 않은 또 하나의 선물 같은거다.
내게는 처음 대학문화에 발을 디뎌놓을 때부터 함께해 온 20년지기의 도반들이 있다. 20년 전 신입생인 내게 한 선배가‘언제 술 한번 먹지’하며 강렬한 눈빛을 날려 왔을때 왠지 그 진지하고도 열정에 찬 눈빛을 결국은 피할 수 없을 거란걸 난 곧 알아차렸었다. 당시 그 선배는 정치적인 이슈로 삭발을 하고 있었고 한심한 대학생들에겐 찾아 볼 수 없는 그의 눈엔 깊이와 연민이 어려 있었다. 그런 첫 만남을 계기로 우리는 사회구조적 모순 속에서 1980년대 대학문화를 강타한 민주화과제를 어느새 두 어깨에 걸머지게 됐었다. 우리는 진지했었고 이때부터 순수한 열정 하나로 옳다고 생각한 신념을 위해 내 것이라고 믿는 것들을 내려놓는 공부의 시작을 했지 싶다. 그리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아끼고 시대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애틋한 동료애를 키워
나갔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사회는 결코 정의의 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해결이 우리들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했다는 걸 통감했을 때 우리는 모든 허구적 제스처를 버리고 새롭게 삶의 길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이며 저 깊은 곳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프로이드나 융을 통해 서로의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파헤쳐 보았다.
우린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침투해 들어갔고 인간의 치부 그 밑바닥까지 함께할 수 있는 오랜 탁마의 기반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서양의 심리학들은 왜곡된 자아를 안아줄 수 있는 쉼터의 역할은 해주었을지 모르지만 진정한 내면으로의 화살은 꽂아주지 못했다.
우린 길을 잃었고 뿌우연 안개 빛속에서 일단은 복잡한 도시의 번거로운 삶을 정리하고 한적한 시골에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갔다. 이건 어떤 끌림과도 같았고 삶이 우리를 이끌어준 대로 그렇게 따라갔을 뿐이었다. 그 막연한 헤맴과 갈증 시기에 만난 것이 바로 불교였다. 불교와의 만남은 우리에게 어둑해져 버린 산길에서 멋진 랜턴맨을 만난 듯 명쾌하게 다가왔고 믿고 의
지할 빛 자체였다. 일단 믿으면 확실히 믿는다. 그리고 올인한다. 이는 우리 도반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일종의 신념 같은거였다.
처음 함께 삼천배를 하기로 했을때였다. 2500배가 넘어가자 난 무릎뼈가 살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은 통증을 느꼈고 그것에 아랑곳 없이 절을 쉬지 않고 해대는 도반들이 내겐 기가 차기만 했다. 내가 포기하고 주저앉으려 할 때 ‘안 죽어 계속해!!’날카롭게 가슴을 찌르던 한마디!
끝내는 그 자리에서 삼천배를 마쳤고, 끄달리며 살아온 내 삶에 대한 회한의 눈물을 한없이 펑펑 흘렸다. 그리고 이렇게 절하는 마음으로 평생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꽉 차오르기 시작했다. 출가를 하든 안하든 항상 함께할 거라는 믿음이 출가를 향해 선뜻 발 내디딜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난 출가를 했고 20년 동안 함께 웃고 고민하며 동료애를 키워 오던 도반들은 삶 전체를 공부로 자신들의 일상을 껴안으며 보다 강고 한 신심으로 그칠 줄 모르는 열정과 생명력으로 무루 익어가고 있다.
한철 공부가 끝나면 난 이들에게 부끄러운 나의 살림살이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보고하지 않아도 내 숨결만으로도 우린 서로를 느끼고 공유한다.
탁마부재의 승가 공동체 현실 속에서 함께하는 공부가 가진 그 힘이 그 마력이 우릴 펄펄 살아 있게 만드는것 같다.
그 뜨겁게 살아 있는 관계 속에 들어 있는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심도尋刀를 다른 이들은 잘 모를 게다. 난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 칭하고 싶다.
그 오랜 세월 속에 묻어난 갈고 닦임으로 인해 우리가 더욱더 통함으로 향해 나간다면 그건 나의 공부가 정도에서 어긋나지 않음을 증명하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함께하는 자유로움 그건 그냥 되는것이 아니니까.
나이가 들면서 찾아드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이 있기에 더 오랜 세월을 두고 빚어낸 도반들과의 하모니를 설렘으로 기대한다.
사는 거 시원을 향한 끊임없는 교감이 아니던가!
“통한다는 거 한마음이라는 게 있다는 현실적 증거 같아. 그래서 우리가 그토록 전율하는 이유지.”□
<비로자나 광명기도 법회>
기도시간 : 평일4분정근기도(대비로전)
철야기도 : 토, 일(보경당)
동 참 금 : 1일 기도10,000원, 3일 기도 20,000원, 7일 기도 30,000원, 21일 기도 50,000원,49일 기도 70,000원, 100일 기도100,000원, 1년 기도 200,000원
기도 문의 및 접수처: 대비로전, 보경당
전화번호: 055)934-3022, 3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