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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편향은 반사회 범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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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08년 08월 318호
종교편향은 반사회 범죄행위....
이명박대통련은 본사주지회의 성명을 받들어야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7월 22일 총무원장지관 스님을 예방했다. 종교편향에 대해 사과하고, 종교편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는 방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정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가 조계종총무원을 방문하는 것이니 만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총리는 정부의 종교편향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종교가 다원화되어 있다. 과거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특정종교에 대해서 절대 편애하거나 폄하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고,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에게 절대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특별하게 지시했다.”

불교계는 교통정보시스템‘알고 가’의사찰 정보 삭제, 어청수 경찰청장의 순복음교회 주최 기도회 포스터 홍보, 주대준청와대 경호처 차장의‘정부 복음화’발언, 경주초등학교 교사의 종교편향에 따른 학부모들의 자녀 등교 거부 사태, 경기여고 교장의 불상 훼손 등 장로대통령등장 이후 잇따르는 종교편향 행위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관련자 문책, 공직자와 교사들의 종교편향 행위 근절을 위해 공무원법 등 관련법에 ‘종교 중립’준수 및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의 삽입, 대통령의 종교 편향근절 선언 등을 요청했다.

불교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매우 상식적인 것이며, 해야 하는 당위의 행동이다. 종교편향은 종교간의 갈등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불러온다. 종교편향은 특정종교의 가치관이 사회를 지배하는 경직화를 초래하는데, 이는 무서운 일이다. 어느 사회이건 특정 집단의 가치관, 문화, 시스템이 지배하면 발전을 기할 수 없음은 물론 소모적인 갈등과 투쟁을 불러온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다양성은 압살당하는 끔직한 사회를 살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며 책임을 다하는 건전한 사회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즉, 종교편향은 반사회적 범죄 행위인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의 중세 역사가 수없이 보여주고 있다.
성지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십자군전쟁은 수십만명의 삶을 광기와 죽음으로 내몬 인류사의 오욕이었다. 새로운 사상과 문화는 기존의 기독교 질서를 위협하는 마녀가 되어 화형에 처해졌다. 교단 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은 이단으로 단죄되었다. 인간의 이성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 자리는 암흑과 독단, 지배욕이 대체했다. 20세기에도 우리는 특정집단과 이데올로기의 지배를 경험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대동아공영등의 간판을 내건 전체주의와 제국주의가 인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편향을 우려하는 것이고, 근절을 간절하게 기도하며 촉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종교편향 행위와 이에 따른 불교계의 항의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와 조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종교편향에 대해 행위 당사자인 정부는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있든지, 종교편향을 정부의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한 총리의 발언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기만적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는다고 운운했지만, 종교편향이 없었다는 인식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나아가 종교편향을 근절할 것이라는 의지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자에 대한 문책도 없고, 관련법에‘종교 중립’을 삽입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도 외면했다. 총리의 말 한마디로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을 하지 않는다고 본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기만적이다.

마침내 본사주지회의에서 종교편향 근절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사주지회의는 종헌 16장에 의해 구성, 각 교구와 2천여 사찰을 관할하는 본사주지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상당한 권위를 지닌 협의기구이다.
중앙종회와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지난 7월 24일 열린 본사주지회의의 주요 안건은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한 것이었고, 이 회의에서 본사주지들은‘이명박 정부에 드리는 촉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 성명은“1700년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조계종의 교구본사 주지들은 참으로 안타깝고도 결연한 각오로 이명박 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비장함이 배어 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와 인식을 담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편중 인사와 쇠고기 수입을 둘러 싼 미국과의 졸속 협상, 그리고 이에 반발하여 제기된 국민적 저항에 대한 정부의 편협된 인식과 수습 조치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정부공직자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종교 편향 행위는 국민 화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보여준 국민과의 소통과 대화의 단절, 그리고 종교편향 행위들은 우리들에게 더 이상 종교간의 평화유지에 대한 믿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본사주지들은 특히 성명에서“5년의 재임기간 중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되길 기대하였습니다”라며 과거형으로 표현하였다. 관용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망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표현을 쓴 것은 이명박정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본사주지회의에서는 정부에 대한 촉구 내용을 4개 항으로 정리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겸허하게 받들어야 한다.
▷우리는 특정 종교나 정파, 지역, 계층의 대변자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이를 초월하여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과 민족을 화합시키는 대통합자로서의 대통령이 되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를 근절하기 위하여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공직자의 엄중 문책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공직자의 종교편향행위 재발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입법조치를 취하고 공직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 시행하여 줄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촛불시위 구속자를 석방하고 수배자에 대한 수배를 해제하는 화합 조치를 통하여 미국산 쇠고기 협상으로 일어난 국민적 갈등을 해소해나가길 바랍니다.

종교편향이 자칫 개신교와 불교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
종교편향을 종교인(개신교인)들이 저지르고, 이를 바로잡는 책임이 같은 종교인인 불교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지, 개신교에 대한 피해의식 또는 대항의식이 작동해서 불교계가 나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종교편향이 반사회적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편향의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어야한다. 시민사회의 아젠다가 되도록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바른 종교상이 정립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