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맘!\" / 이겸
‘까마구웨이Camaguey’엔 쿠바의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티나호네Tinajones’가 있다. 1700년대 초기 스페인의‘카탈루냐Catalonia’이주민들에 의해 쿠바에 들어오게 된 둥글고 커다란 단지이다. 우리의 된장 항아리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흙으로 만들어진 이 물 항아리는‘Camaguey’어느 곳엘 가나 쉽게 눈에 뜨인다.
‘Tinajones’는 이 지방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Camaguey’의 강수량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 항아리의 고장‘Camaguey’에 발을 디딘 시각 또한 여느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늦은 밤. 여러 곳을 돌아다닌 끝에 택시기사가 잡아준 숙소, 대문엘 들어서니 인상 좋은 할머니가 잠옷 차림으로 빙그레 웃고 섰다. 마치 장독 뒤편에 놓인 오래된 항아리처럼 흔들림 없이 자리를 잡고 서 있다. 불뚝한 배를 감출 수 없는 옷이 수줍은 웃음을 내보인다. 이방인을 안내하기 위해 나이 든 몸이 앞서간다.
2층을 오르는 할머니의 걸음이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오른 탓에 관절이 좋지 않은 듯싶다. 무릎을 짚고 오르는 몸이 위태롭다.‘ 저러다 항아리가 깨지지나 않을까?’ 하지만 나의 이 염려는 이곳을 다녀갔을 많은 방문객들에게서 전염되어 온 듯하다. 2층 방은 통풍이 잘 되는 곳이었다. 미소와 손짓으로 언어의 장벽을 무력화시키는 할머니의 연륜. 상세한 안내를 마친 할머닌 다리를 절며 계단을 내려간다.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배낭을 부리고 나니, 어깻죽지가 뻐근하다. 몇 병의 맥주를 마주하고 앉는다. 허름한 안주를 벗삼아 목을 축인다. 수건을 전해주기 위해 할머니가 올라왔다 간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올라오는게 아닌가? 할머니 손엔 접시와 포크,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그것들을 받아든다.
‘다리도 불편하실텐데….’
저녁 늦게 도착해서 술 한 잔 하는 모습이 꽤나 안쓰러웠나보다. 척 봐도 알 수 있는 정 많은 할머니. 전혀 민박집 주인 같지가 않다. 오전 2시 30분, 1층으로 내려가니 텔레비전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텔레비전을 켠 채 의자에 앉아 잠든 할머니를 깨우고 가려는데, 손짓을 하며 부른다. 텔레비전엔‘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할머니 옆에 앉아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할머니의 손을 잡게 되었다. 속살과 겉살이 분리되어 따로 노는 손, 나이 많은 거북이의 목처럼 주름이 쭈글쭈글 했지만 얼마나 따뜻하던지! 그리고 매니큐어도 예쁘게 칠하였다.‘ 나이 들어도 여자는 여자구나!’속엣 말을 하는 사이 내 등을 쓸어내리시는 할머니. ‘모습도 비슷하고, 정말 엄마 같다.’여행하느라 힘들다며, 그만 올라가서 자라고 한다.
침실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 마음이 짠하다. 꽃잠을 깬 시간은8시45분. 아침 식탁에 앉으니 과일과‘구와바guava’주스, 따듯한 우유와 빵이 기다린다. 주스는 아침에 갈아낸 것이고, 빵에 발라먹는 마요네즈 또한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고소하고 따듯한 우유를 몇 잔이고 들이켜고 나니 기분 좋게 배가 부르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는데 이번엔 삶은 계란 두개를 껍질을 까서 건넨다. 화수분 같이 먹어도 계속 나오는 음식과 마음. 모든 할머니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아니면 주인 할머니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할머니를 “mom!”이라고 부르며 지냈다. 우리말로‘맘’이라는 단어는‘마음’이란 말의 준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mom’과‘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mom의 마음’을 안다. 나는 쿠바에서 또 다른 얼굴을 한‘나의 엄마’를 본다. 한국에서 여행을 할 때도 그랬었지만, 쿠바에서도 수없이 많은‘’엄마의 마음’을 만나게 된다. 물항아리 같이 푸근하고넉넉한‘맘’의 도시를 걷는다.
“mom! 건강하세요!”“우리 어디에서건 서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