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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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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공감 - 송주영 2008년 08월 318호
해인사 해인사를 기억하다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송주영/불교방송 기자


‘두둥…두둥…두둥둥…’

새벽3시 해인사를 중심으로 가야산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 4박5일간의 해인사 사찰연수에서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산사의 맑은 공기와 어우러진 장엄한 북소리에 저절로 숙연해져서이기도 하지만‘내가 단기출가중이구나’를 깨닫게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 큰일났다.”
난생 처음‘사찰 잠’을 자고 일어난 둘째 날, 눈뜨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잘 해낼 수 있을까?”덜컥 걱정이 앞서기까지 했다. 평소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많아 기대하고 찾은 곳이지만, 첫날 발우공양을 배우면서 절에서의 생활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알아차린 탓이다.

첫날은 발우공양법과 사찰예절을 배웠다. 공양법을 배우면서 얼마나 진땀을 뺐던지. 밥을 후다닥‘먹어치우는 데’익숙한 탓에, 천천히 예를 다하는 사찰의 식사법이 답답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어시발우, 1분자, 2분자, 3분자 등 낯선 용어들까지.“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여기까지 생각이 머물다보니, 4박 5일간의 사찰생활은‘안 봐도 비디오’였다. 여기에 해인사 포교국장 본학 스님은“묵언, 차수, 안행을 해야 한다”는 어명(?)까지 내렸다. 해인사에서 지내는 동안 지켜야 하는‘절대수칙’인 셈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지만, 습관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말과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두 팔, 혼자서 저벅저벅 걸어가는 행동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왔다. 한마디로‘오호통재라’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영화에만 반전이 있는 게 아니었다. 해인사에서 공양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내 예상도‘기분 좋게’빗나갔다. 둘째 날부터 이런 변화는 감지되기 시작했다.

‘탁…타다닥…탁…타다닥…’

둘째 날 새벽3시40분께,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성철스님 사리탑을 중심으로 죽비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곳에서 수행자들은‘나를 깨우는 108배’와‘참선수행’을 했다. 그런데 이른 아침 참선을 하는 탓에 깜빡깜빡 조는 수행자들이 속출했다. 그때마다 스님들은 죽비를 내리치며 보살님과 처사님들을 수행의 길로 이끌었다. 죽비소리를 들으며 입을 닫고 좌선을 하는데, 불현듯‘아!
묵언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가득 찬 잡념을 비우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나를 찾아떠나는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 내내 함께한 화두는‘여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馬事到來’. 첫날 본학 스님이 수련생들에게 주신 공통 화두다. “나귀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닥쳐왔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니라, 현문우답賢問愚答이 되겠군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스님도‘정답’을 원한건아니었지 싶다. 해인사로 돌아와서야 깨달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화두를 잡고 있는 동안 나는 잡념에 빠지지 않고 ‘자아 바라보기’를 해낼 수 있었다. 그랬다. 화두는 나를 찾아떠나는 여행의‘지도’같은 것이었다.

셋째 날은‘비구니 스님들의 삶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해인사 수련프로그램에 포함된‘암자순례’덕분이다. 스님들의 설명을 들으며 하루씩 돌아가며 팔만대장경도 감상하고, 비구니 스님 암자도 방문하며, 성철 스님이 수행하시던 도량도 둘러봤다. 종교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불교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웃 종교인이라고 밝힌 보살님도“미술 전공자로 작품을 그릴 때 크게 도움이 된다”며 즐거워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인사의 경험은 넷째 날 했던‘1080배’다. 죽비소리에 맞춰 일배씩 절을 할 때마다 좌구에 뚝뚝 땀방울이 떨어졌다. ‘탁’하고 죽비소리가 들릴 때마다 체력의 한계에 부딪힌 보살님과 처사님들이 ‘헉’소리를 내며 힘겨워했다. 하지만 포기란 없었다. 수행을 하기 위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도 있지만, 스님들과 수행자들이 함께했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1080배를 마친 뒤, 스님들과 수행자들이 마주 보고 일배를 하는데, 양볼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회향하는 날이 다가왔다. 마지막 날은 3일간 해왔던 1080배와 참선 대신 수계를 받았다. 불자로서 수행정진하며 살겠다는 약속의 자리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불교문화 체험을 위해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는 이웃 종교인은“수계는 희망자에 한해서 받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오른팔에 남아 있는 수계 흔적을 볼 때마다‘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흐뭇하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해인사 단기출가는, 영화로 치자면 흥행대박으로 마무리됐다. 해인사를 떠나오며 예불과 좌선, 108배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까닭이다. 부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있다고 하지 않는가. 속가에서도‘나를 찾아 떠나는 수행’에 정진하겠다고 다짐하며 외쳐본다. 성불하세요. 모두들. □


해인사는 올해도 6차에 걸친 여름수련회를 개최했다. 1차에서 4차까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렸고, 5차는 중고등부를 대상으로, 6차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개최한다. 7월 8일 1차 수련회의 입재를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여름수련회가 시작됐다.
묵언 차수 발우공양 등으로 이어지는 일만인 수련회는 스님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짧은 출가의 경험을 하게 된다.
4박 5일, 짧은 일정이지만 \'조고각하照顧却下\'라는 지침을 상기하며 치열하게 자기내면으로 몰입하다보면 어느덧 편안히 놓아진 스스로를 보게 된다는 수련생들.
1차 수련생으로 참석했던 한 불자의 글을 통해 수련회를 함께하길 바란다.
(해인사 포교국 카페 http://cafe.daum.net/haeinte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