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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내가 휴가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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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김자경 2008년 08월 318호
해변가 내 마음 내가 휴가 보내기
김자경/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기획실장


정말 모처럼, 죽은 듯이 낮잠에 빠져 있었다. 그것도 집에서, 어제 새로 깐 대자리 위에서 솔솔부는 바람을 즐기면서 잠이 드는지도 모르게 폭 빠져들었었다. 며칠 전부터 오매불망(?) 꿈꾸던 더 없이 편안한 시간을 맘껏 누리고 있었는데….

얼마나 징하게 벨소리가 울려대는지 화들짝 깨어 휴대폰을 우선 집어 들었다. 내 손으로 담아 놓은 벨소리건만 이렇게 시끄러웠나 싶기도 하고 뭣 때문에 바로 머리맡에 전화기를 놓고 있었는지 어이가 없기도 했다. 이런것도 직업병일터.

짐짓 안 잔 척해 보겠다고‘큼큼…’목소리 가다듬고 전화기 버튼을 꾹 눌렀다.
“어느 분한테건 원고를 받을 수 있는 <휴가>라는 주제지만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기 위한 의식을 가지고 걸음걸음 움직이시는 분의 글을 받고 싶었습니다.”
‘휴가라니…?!’그것도 바람직한 휴가에 대하여 글을 쓰라니 난감했다. 언제 휴가다운 휴가를 가 봤는가 싶은 사람인데, 남들처럼 휴가 좀 가보고 싶고 아무생각 없이 푸욱 쉬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푸념하고 다니는 사람한테….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사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면서 잘 사양하기 위한 말을 했다.
“전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자신이 없네요.”
겨우 찾아낸 사양의 이유에 대해 내게 다시 돌아온 말은 이랬다.
“맑고 향기롭게 모임에서 일하시면서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마음과 몸의 휴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실거다 싶어서요.”
“…….”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마음과 몸의 휴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는 그 말이 바로 칼날이었다.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선 수련회, 참선 수련에 대한 편편의 생각들이 순간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기 시작한 때문이었고 이율배반적으로 지금의 난‘내 몸의 휴가’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였다. 사무국장 스님이‘간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씀하셨다.
“<맑고 향기롭게>는 순수한 시민들의 뜻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로 종교나 종파에 제한 없이 활동할 겁니다. 우리는 앞으로 마음과 세상과 자연을 두루 맑고 향기롭게 하는 일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할 부분은 당연히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활동입니다. 법정 스님께서는 진작부터 마음 수련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분이시기 때문이에요. 송광사에서부터 시작된 사찰에서의 여름 선수련회도 스님께서 시작하신 일이고, 직접 수련회 지도를 하실 정도로 관심을 가지셨어요. <맑고 향기롭게 모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참 좋은 뜻이라고 느껴졌다. 의미도 있고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도무지 수련, 수행과는 담 쌓고 지내온 터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불교계의 신문사, 잡지사, 방송국들에서 두루 했다 뿐이지 정작 불공다운 불공, 정진다운 정진은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날라리 불자인데 시쳇말로 뭐 아는 게 있어야 일을 도모할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괜히 어설프게 일 벌리지 말고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좋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모임과 나의 인연이 꽤 길고 질겼던지 지금까지 15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덕분에‘무식하니 용감하게’밀어 붙여나갔다.
‘맑고 향기롭게 주말 선禪수련회’ 길상사의 개원과 함께 시작, 근 2년여 가까이 실시하다가 참가자가 너무 적어 하는수 없이 중단한 활동이었다. 사중에서는 도심 사찰의 한계와 참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이 결코 용이하지 않아 지속적인 시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맑고 향기롭게 모임에서 그 업무를 넘겨받아 다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입재, 일요일 오후 3시에 회향하는 1박 2일간의 참선 수련회. 간단한 불교 상식 및 예절에 대한 강의와 아침저녁의 108 참회 외에는 참선 실수실참만 무려 8시간이나 진행되는 주말 선수련회.
여기에 여름 휴가철에 마련하는 3박 4일의 선 수련회 역시 참선 수행의 비중을 대폭 늘려 시행했다. 여북했으면 송광사 여름 수련회 법사를 수차례 하신 한 스님이‘송광사도 이렇게는 안한다. 스님들 선방수행시간표 보는 기분’이라며‘참선 경험이 거의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지독한 일정’이라고 크게 우려할 정도였다.

실제 직접 수련회에 참여해 보니 하루 종일 앉았느라고 무릎이 끊어질 것만 같기는 했다. 허리는 왜 그렇게 아프고 졸음은 어쩜 그렇게 밀려오는지, 망상은 또 그토록 줄지어 떠오르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런 나에 비해 묵묵히들 앉아 있는, 한나절이 다르게 얼굴빛이 맑아져가는 다른 수련생들을 부러운 눈으로 훔쳐 보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정작 길게만 느껴지던 3박 4일 수련회를 마치고 나니 주변에서 내 얼굴빛이 맑아졌단다. 예뻐졌다고도 한다.
내게도 작은 변화는 있었구나 싶어 한 동안 행복해했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그 한 번의 경험과 이후 수차례에 걸쳐 수련회 뒷바라지를 하며 지켜 본 많은 수련생들의 변화를 양분 삼아 매달, 매년 맑고 향기롭게 선 수련회를 하나하나 정비하고 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인지, 해답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마음의 수련이 좀더 잘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고치고, 또 고쳤을뿐이다.

지금은 역할 분담 차원에서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에서 다시 업무를 이관해 가 더 발전된 형태로 수련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난 어이없게도 몸의 휴가만을 원하고 있었다니….
부끄럽다. 이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이유도 여기 있다. 이를 계기로 내 마음의 휴가를 내가 어찌 줄 것인지 고민해보려는 것이다. 그동안 담아두기만 했던 모든 생각들, 판단들, 망상들 두루 떨쳐내고 텅 빈 충만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마음의 휴가를 이제부터 고민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