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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너머의 맑은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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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서도東話西道 - 이겸 2008년 07월 317호
어떤 파도가 자유를 안겨주는가? 자유에 속아 마음과 몸을 맡긴다. 어둠 너머의 맑은 별들 - 이겸


시장기를 달래려고 찾아온 곳은 길 옆 작은 식당, 쿠바에서도 천혜의 해안으로 꼽히는‘바라데로Varadero’에서 발견한 이 집은 금세 단골이 되었다. 어느 땐 차례를 기다려야 했지만 그만한 값은 하고도 남는다. 이 식당에 오는 이유는 해산물이 신선하고 입맛에 잘 맞을 뿐더러 가격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Varadero’를 물가만으로 따지자면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긴 쿠바가 아니다. 그냥‘Varadero’일 뿐이다. 화려하지 않은 식당이지만 주인은 손님들에게 최대한 배려를 보인다. 그렇다고 알랑 거리지도 않는다. 물기 젖은 엉덩이로 의자에 앉아도 되니 편하다. 난 여느 때처럼 랍스터를 주문했다. 바닷가재를 굽는 장소는 우리 테이블 바로 옆 오븐.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오븐엔 숯불이 타오르고, 물을 뿌려가며 굽는 탓에 맛있는 연기와 냄새가 진동을 하는 탓에 랍스터의 훈제 향이 시장기를 더욱 자극한다. 엉성한 접시에 담겨 나온 요리는 매우 신선하다. 배를 가르자 통통하게 오른 살이“쩍!”벌어진다. 육질의 결을 따라 잘라 입에 넣고는‘Cristal’맥주 한 잔 털어 넣는다.“ 캬악~”5천원의 행복으로 흐뭇한 내 눈앞에 펼쳐진 낙조. 원형의 불덩어리가 이제 막 밤바다 속으로 잠들려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거제도 사람이 있었다. 추억을 늘어 놓던 중 여름이면 바다에 누운 채 별을 본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말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바다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을때의 자유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태어 난 몸 그대로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은 엄마 뱃속에서 유영하던 기억의 저편이었을까? 따뜻하고 편안한 양수가 몸의 균형을 맞추어 주듯, 한낮의 온기가 남아 있는 밤바다의 편안함은 어떠했을까도 궁금했었다. 그리곤‘바다에 누워 별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간혹 끄집어 내곤했었다. 지금처럼 바다를 마주하고 있을 때면…….

낮에는 바쁜 척하느라 바다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해질녘이 되어서야 이렇게 해변을 걷는다. 푸른 눈을 가진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검붉은 파도의 노래만 가득하다. 열기에 데워진 바닷물은 아직 미지근하니, 수영을 한번 해볼 참으로 바다에 들어선다.
밤바다는 낮보다 신비롭다. 물속이 보이지 않으니, 피부로 느껴지는 촉감과 냄새가 더 선명해진다. 나의 수영 실력은 나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정도라, 가까운 곳을 오갈 뿐이다. 해가 떨어지자 파도가 더욱 세진다. 괜한 물장난도 쳐본다. 바다에 누워볼까 하는 생각이 드니 그런 감정이 따라 붙는다. 그리곤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 거친 물살을 피해 조금 낮은 곳으로 와서는 바다에 누워본다. 몸이 물에 떠서 흔들리니, 별들도 춤을 춘다. 강원도 두타산 숲속의 별이 이러했고 정선 가리왕산의 별이 이러했었다. 지금처럼 깨끗한 별이 많았었다. 공기의 두께를 느끼지 못하던 어둠을 덮고 누워 있었던 적이 있었다. 파도가 오는지 가는지? 오는 놈은 가겠지! 밤하늘의 별만 본다. 그러던 중 큰 파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물 먹은 맥주병처럼 가라앉고 말았다.

‘ 콜록! 콜록!’머리가 핑 돈다. 많은 것을 바란 것인가? 별들을 훔쳐본 대가인가? 파도를 멀리한 채 해변에 등을 댄다. 한숨을 내쉬고 다시 바라본 밤하늘. 네팔의 고원‘무스탕 왕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적이있다. 그곳은 하늘과 무척 가까운 곳으로 내가 가본 곳 중에 가장 높은 곳이다. 쿠바의 밤하늘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 밤 하늘을 보고 있으면 별들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걸까? 어디나 다 같은 모양이다.’
별들은 왜 한 번에 모두 다 보이지 않는 걸까? 별을 세다 보면 해가 뜨고, 다시 밤이 되면 별들이 늘어나니, 별의 숫자를 알 수 없다. 밤의 깊이보다, 별이 더 깊은 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누워 있으니, 이곳이 쿠바인지? 강원도 정선인지? 제주도인지? 알 수가 없다. 별은 시간을 빼앗고, 공간은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