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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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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 김나영 2008년 07월 317호
살며 생각하며 삼천배 회향을 하기 위해 한 시간 삼십분여를 달려 도착한 해인사.
백련암의 모습은 마치 눈이 내려 쌓인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마침 백련암에서 철쭉제를 하고 있었는데 그 꽃들의 모습이 눈이 쌓인듯 했기 때문이다.
분홍 눈, 하얀 눈에 둘러싸인 백련암의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니 꽤 넓은 밭에 옹기종기 자라고 있는 상추와 감자, 고추들. 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조금은 퉁명스러웠던 내 맘을 달래주었다.

처음 해인사 백련암에 왔을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
낯익은 법당, 낯익은 풍경들이 엄마랑 이모와 함께 처음 삼천배 하러왔을 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멋도 모르고 그냥 엄마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에 냉큼 따라 갔었는데…….
비록 삼천배를 채우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긴채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때를 생각하니 삼천배를 또 채우지 못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걱정을 뒤로 하고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뒤 공양간으로 향하는데 뜻밖의 반가운 손님!
바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숙모셨다. 엄마의 권유로 부산에서 올라오신 숙모. 덕분에 삼천배를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과 함께 공양을 하러 다 함께 갔다.

늘 느끼는 거였지만 해인사 백련암의 공양 밥은 매우 맛있었다. 별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이 이렇게 맛이 있는 이유는 보살님들의 마음과 정성 때문이 아닐까. 밥을 먹고 다시 법당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에,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가 조금은 두렵고 긴장한 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엄마, 숙모, 이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나로서는 삼천배를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너무 막중했으므로 부처님의 그 부드러운 미소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딱딱딱, 딱, 딱, 딱딱딱” 삼천배의 시작을 알리는 죽비의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그렇게 힘들고도 값진 여행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무릎과 다리가 아파오고, 100배가 끝나고 또 다시 100배를 시작하게 될 때마다 빨리 500배가 끝났으면, 빨리 쉬는 시간이 왔으면 하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쉬는 시간. 사람들이 각자 챙겨온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와중에도 미소를 짓고 있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나는 알게 되었다. 땀에 젖고, 다리가 아프고, 걷기가 힘들어도 서로 나누고 베풀며 활짝 웃어주는 그들의 마음속에는 부처님이 계셨다. 꼭 삼천배 회향을 와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관용을 베푸는 사람들의 마음엔 저마다 부처님의 모습이 계셨다.

나는 여태껏 ‘부처님’하면 신성한 성인 같은 존재로만 생각해 오곤했다. 하지만 삼천배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부처님은 우리 가까이 계시고, 사랑과 용서와 지혜로 살아가는 우리가 곧 부처임을. 그리고 절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난 처음엔 그냥 절을 한다는 게 절에 오면 당연히 하는 그런 관습 같은 것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속의 부처를 발견하기 위해 절을 하는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밤. 엄마와 나는 법당에서 떨어진 해우소에 가기 위해 잠시 걷게 되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어두운 밤의 백련암은 낮에 보았던 철쭉이 화사하게 핀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내 머리 위로 수많은 별들이 열심히 빛을 내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진주의 밤하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별들. 비록 어둠을 환히 밝히진 못해도 꿋꿋이 자신의 빛을 비추는 별들을 보니 나도 그런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을 비추진 못해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드디어 삼천배가 다 끝난 후, 휴식을 취하고 아침공양을 마치고 법명을 받으러 향하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마음만은 정말 가벼웠다. 내가 삼천배를 다 끝냈다는 성취감과 장하다며 나를 격려 해주는 엄마의 말도 지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 삼천배를 통해 나는 값진 선물을 받게 되었다. 처음 받아본 내 법명, 그리고 내 안의 부처님을 찾게된 것.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힘든 시간들이 이제는 내 모든 생활의 바탕과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고 내가 그 별들과 같이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한 소녀의 마음이 편집실에 날아왔습니다. 불자가정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신행생활을 엿보며 자란 한 소녀가 이제 스스로 참된 불자의 길을 좇아 걷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처음 삼천배를 하면서 찾게 된 참 부처님의 이야기 속엔 작은 불보살의 향기가 납니다.
별과 같은 빛나는 사람이 되겠다는 원력을 담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참부처님을 만나시길 기원하며 글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