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우리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주요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거리행진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촛불문화제를 불법시위라고 몰아붙이면서 시위자들을 사법처리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정당한 권리 행사, 즉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권리 행사라면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 1항에서는“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했다. 그럼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5월 24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78%가 미국과의 재협상이 필요하며, 62.5%의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사과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예전의 말을 되풀이했다. 국민들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한 것이다. 외교부 고위관리도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은 잘 된 협상이므로 재협상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다며 국민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국민들은 거리에 나가 취임 100일도 안 된 대통령에게 ‘탄핵’‘타도’라는 말을 쏟아내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화난 이유는 한두 가지 때문이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의 영어몰입교육,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들의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등이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전격 합의한 한-미국 쇠고기 협상(4월 18일 한-미 간합의 서명한 문서의 정식 명칭은‘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 조건’이다)이 불을 당겼다. 검역주권을 포기한 협상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전문 25조, 부칙 4조로 구성된 합의문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5, 7, 8, 10, 23, 24조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만한 사태가 발생해도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지위를 낮출 때만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OIE는 가축의 질병과 예방에 대해 연구하고 국제적 위생규칙에 대한 정보를 회원국에게 보급하기 위한 국가 간 협의기구이다. 따라서 합리성보다는 국가이익이 우선 관철되는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는 기구이다. 또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나라의 검역관이 미국의 농장과 도축장에 들어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 미국의 조사를 통보받을 수 있을 뿐이며, 조사한다 해도 대표적인 표본에 한정되어 있다. 100일 동안에 미국에서 키우면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10여 차례나 광우병이 발생한 캐나다의 소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동물의 권리와 채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먹는 동물의 가혹한 사육환경, 소 사육에 따른 환경파괴, 식량 부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동물권과 채식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저명한 환경운동가 제레미 리프킨은 소의 도살 장면을 이렇게 옮기고 있다.
“소들은 일렬로 도살장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공기총을 맞고 소들은 기절한다. 동물이 주저앉을 때 도살장 노동자가 재빨리 뒷다리의 발굽에 쇠사슬 하나를 건다. 그리고 동물은 기계적으로 마루에서 들어올려지고, 몸이 뒤집힌 채 걸려 있게 된다. 피에 흠뻑 젖은 사람들이 길다란 칼을 가지고 황소의 목을 베는데, 칼날은 후두 속으로 깊이 1, 2초 동안 들이밀었다가 재빨리 칼을 거두면서 그 과정에 경동맥과 경정맥을 절단한다. 피가 용솟음치듯 터져 나와 노동자들이나 장비가 피칠갑이 된다. … 그리하여 깨끗하게 진공 포장된 이 쇠고기 조각들은 수퍼마켓으로 수송되고, 거기서 환하게 밝은 불이 켜진, 방부 처리가 된 판매대에 전시되는 것이다.”(쇠고기를 넘어서, 녹색평론사, 100-112p)
채식은 주로 동물해방론, 동물권리론등에 근거하고 있다.[이하 서술은 안옥선의 <불교와 인권>(불교시대사) 중 제8장‘인권에서 동물 존중으로’에 도움 받음] 동물해방론을 주창하는 대표적인 학자 피터 싱어(P. Singer)는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감수력을 가지므로 그들 또한 도덕적 고려대상이 되어야 하며, 인간의 학대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같으며, 이 점과 관련하여 양자는 평등하게 고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본래적인 가치에 주목하는 리건(T. Regan)의 동물권리론은 동물해방론보다 더 진전된 입장이다. “요컨대 동물 또한 본래적 가치를 갖는 삶의 주체로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계획적, 의식적 존재로서 의지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니 우리는 그들의 그러한 활동과 추구의 권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그들을 위해하거나 그들의 생명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240p)
불교의 가르침은 동물해방론과 동물권리론의 요소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비로써 이 둘을 넘어선다. 잘 아다시피 윤회설과 연기론은 석가모니 부처님 교설의 핵심이다. 윤회하고 연기함으로, \'나’란 존재를 여의어 경계 지음이 없으므로 자비는 삶의 당연한 원리가 되는 것이다. 안옥선은 동물에 대한 불교 황금률을 이렇게 정의한다. “모든 생명체들 또한 우리들처럼 쾌/삶을 좋아하고 고/죽음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243p)
그러나 인간과 동물은 다른 점이 있으므로 동물을 차등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다. “업과 윤회설에 의하면 동물과 인간은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 존재이다. 도덕성이라는 기준은 두 영역간 경계선을 허용하지 않는다. 도덕성의 구현 정도에 따라 두 영역 간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동물과 인간은 도덕성이라는 공통기준을 가진 평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도덕성은 동시에 양자 간 격차 인정의 요인이다. 동물은 도덕성의 구현 정도에 있어서 열등하고 인간은 수승하기 때문이다. … 결론적으로 동물도 연속성·공통기준/도덕성의 존재로서 평등하지만 동시에 불연속적·차등적 존재이므로, 동물과 인간 간 평등은 차등적 평등이어야 하고, 동물에 대한 존중은 차등적 존중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의 차등적 평등이나 차등적 존중은 양자 간 존중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할 때만 적용될 수 있는 유용한 기준일 수 있다.”(253p)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파동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과 시민참여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확장시킨 의미는 매우 크다.
나아가 생명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이 더욱 논의되고 생활 속으로 깊이 배어들어 삶의 지향으로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