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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전석가모니불복장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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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공감 - 해인 편집실 2008년 06월 316호
법보전석가모니불복장의식 법보전석가모니불복장의식

지난 5월 5일(음력 4월 초하루) 해인사는 팔만대장경판이 모셔져 있는 법보전에 석가모니부처님을 새로 모셨다.
2005년 법보전 주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이 우리나라의 최고最古목불상으로 확인됨에 따라 대적광전에 봉안되었던 쌍동의 비로자나부처님과 함께 지난해 11월에 건립된 대비로전에 나란히 모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진형 불모장에 의해 조성된 석가모니불상은 비로자나부처님과 같은 크기인 5자 규모로 전국의 1600여 불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조성과 복장물 봉안에 동참했다. 해인사는 특히 법보전에 석가모니불을 봉안하는 과정에서 복장의식을 일반재가불자들에게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참으로 희유한 자리에 동참한 재가불자들에게는 큰 신심 증장의 장이 됐다.
이에 지난 5월1일 봉행한 법보전석가모니불복장의식을 소개한다.


■복장의식이란?
부처님을 조성하는데는 세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첫째가 어떤 부처님을 어떤 재료로 만들 것인가를 정해 불상을 만드는 일(조상造像)이며, 두 번째가 불상에 생명체를 넣어주는 의식을 행하는 일이고, 세 번째가 외계의 다른 모든 모습을 평등하게 대對하는 자비의 눈을 열도록 점안點眼하는 과정이다. 이 중 불상에 생명체를 넣어주는 의식이 복장의식이다. 즉, 장기臟器가 있는 복부腹部에 오장육부에 해당하는 후령통과 다라니, 사경, 의류 등의 다양한 성물을 납입해 안치함으로서 부처님의 정신이 깃들게 하는 의식을 복장腹藏이라고 부른다.

■석가모니불 복장에 납입된 후령통과 성물들
해인사 법보전 석가모니불 복장의식에는 총 500여 종류의 복장물목이 150종류 350여 조각의 비단천에 싸여 봉납됐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장기臟器에 해당되는 후령통喉鈴筒이다. 후령통에는 오색실을 매달아 오색광명이 빠져나오도록 했는데 마치 목구멍에서 방울소리가 울리듯이 법음이 흘러나온다는 뜻에서 후령통이라 한다. 이 후령통에는 오장五臟에 해당하는 오보함이 들어간다. 오보함에는 다시 오곡, 오향, 오겨자, 오약 등 75가지의 성물이 정해진 색깔에 따라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의 5방향으로 나눠 들어간다. 이 때 각 성물은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지니는데, 예를 들어 오겨자는 부처님의 화현을 나타내는 것으로 부처님이 겨자씨만큼 무수히 화한다는 뜻이 있다. 후령통에는 또, 부여 왕흥사지 사리함을 모본으로 특별히 준비된 삼중사리함에 아도화상이 모시고 있던 부처님의 혈사리 3과를 봉안해 모셨다. 그 외 순금 불상과 금도금 발우, 은도금 발우, 금제 도금 금강저, 백수정, 흑수정, 상아염주 등의 성보를 비롯해 팔만대장경 연구원 데이터 CD와 석가모니불조성불사연기문, 복장 시주자 명부, 사경집 등을 각종 다라니와 수를 놓은 명주 조각보에 싸 납입했다. 또, 이 시대의 복장의식을 알 수 있도록 종정 법전 스님의 가사와 총무원장 스님의 장삼도 봉납했다. 경암 스님은 “장엄이 곧 신심”이라며 “비로자나부처님의 복장물을 근거로 더욱 장엄하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중, 삼중의 결계 속에 봉행된 복장의식
해인사 법보전 석가모니불 복장의식은 이중, 삼중의 결계 속에서 봉행됐다. 먼저 해인사 도량전체를 결계하고, 일주문, 해탈문, 법당 앞에 유정 무정물을 위한 공양상을 차려 결계도량에 범접하는 것을 막았다. 또, 의식이 봉행되는 보경당에는 금난방을 치고, 두 분의 스님이 천수다라니를 염송하며 법당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법당 내부를 다시 수많은 다라니진언으로 휘둘러진 오색실로 결계했다. 또 상단은 복장의식을 증명할 수많은 불보살의 명호가 적힌 휘장으로 장엄했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재가불자들은 오색의 결계 밖에서 천수다라니를 염송하며 마음을 모았고, 결계안쪽에는 20여분의 스님들로 구성된 송주단이 4시간여 동안 끊임없이 다라니를 염송했다. 복장물목을 봉납하는 마지막 의식은 모든 스님들이 가사를 벗어 겹겹의 결계를 치는 장관을 이뤘다.
이날 복장의식에는 법전 스님의 증명아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을 비롯한 6명의 증명법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암 스님을 비롯한 5명의 오방법사가 복장의식을 주관했다. 오방법사는 동,서,남,북,중앙의 방위에 따라 청,백,홍,흑,황으로 색을 달리하여 앉아 의식을 진행했는데 왼손에는 금강저를 오른손에는 염주를 들고 깨끗한 마음으로 금강삼매에 들어 의식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복장의식은 스님들만 동참한 가운데 행해졌던 비밀스런 의식이었다. 이는 불보상조성에 있어 신비감을 더하고 동시에 잡스러운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불보살상 조성에 대한 의식과 절차 등을 밝혀놓은 <조상경>류에도 복장을 할 때는 단壇을 설치하고 결계(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일정한 지역을 깨끗하게 하는 법)하여 잡인이 못 들어오게 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의식을 통해 도량은 물론 도량내의 모든 사람, 심지어 죄인까지 정화되는 것이다. 해인사는 이번 복장의식에 관정의식을 통한 정화의 과정을 거쳐 재가불자를 동참시켰다. “뭐든 쉽게 해결하려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정성스레 복장의식을 준비하는 옛 선인들의 지혜를 일깨우고 신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 경암 스님은
종성(宗性)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8년 일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2년 석주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90년 군 법당 불사를 하며 불복장에 관심을 갖게 된 스님은 <제불보살복장단의궤> <조상경> <관상의궤> 등의 서적을 통해 복장의식을 연구하고, 해인사 율원장 무관 스님을 통해 묵담 스님(1896~1981)이 전승해 온 조선 후기시대의 복장의식을 배웠다. 특히 2005년에 해인사 목조 비로자나불의 복장에서 조선시대 초기의 복장유물이 대거 출현함에 따라 경암 스님은 지관 스님의 지도로 6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조선 초기의 복장물과 관련한 의궤를 복원해 해인사 비로자나불 복장의식에서 재현한 바 있으며, 2006년에는 해인총림 최초의 불보살성상 복장 전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경암 스님은 “불복장의식은 소수의 특정 스님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전승되어오다가 1950년대 이후부터는 그 의식이 간소화되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불복장의식이 제대로 보존 전승되기 위해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의 사회적 제도화가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불성상을 모시는 마음가짐에 있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는 스님은 불상조성에 있어 서 신심과 정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