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길 (평화재단 기획실장, 정토회 에코붓다 전 대표,)
“처음에 냇물을 건널 때 얕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어서 다시 돌아와 건너는 방법을 바꿨다. 미안하다. 그래도 당신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잖은가….”
나는 9·11 이후, 2002년 10월부터 2005년 8월까지 3년간 개발구호NGO인 한국JTS 카불지원팀장으로 23년간의 전쟁이 벌어진 아프가니스탄에 구호와 개발지원활동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북부지역의 마을개발과 칸다하르의 남쪽 빤즈웨이의 10만 명 정도의 난민촌, 그리고 바미안지역에 긴급구호활동과 어린이 교육지원, 학교 건설 등의 활동을 했다. 혹시 걱정하는 독자들이여 염려하지 마시라.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불교 개발구호단체였고 활동속에 종교적 선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으니까.
당시 2005년까지만 해도 카불에는 약 400여개의 유엔기구와 우리나라의 코이카(KOICA) 같은 여러 나라의 원조지원기구와 NGO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지원기구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지원 대상이 밀집되어 본의 아니게 많은 외국단체끼리 지원경쟁을 하게된다.
우리는 인도와 필리핀, 북한등지에서 하는 개발지원 원칙을 현장에서 다소 고지식하다 할 정도로 강하게 적용하는 편이다. 16년간 인도의 마을 개발과정에서 얻은 경험적인 교훈인 것이다. 그중에 하나는 마을사람들의 주체적인 참여 없이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부지를 내놓고 자신들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우리는 자재와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형적인‘Food for Work’방식이다. 그것은 마을개발의 주체는 명확하게 마을 주민이며, 우리는 단지 지원조력자라는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서이다.
2002년 오랜 조사와 교섭 끝에 지원을 결정했던 첫 마을인 하산다라(Hasan Dara)를 한 달뒤에 가보니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우리는 놀라고 말았다. 땅 구입을 위한 돈과 노동자월급까지 주겠다는 프랑스 정부 지원기구의 제안으로, 까탈스러운 우리와의 약속을 깨고 그 단체와 손을 잡은 것이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더 깊이 더 멀리 다른 마을을 찾게 되었다. 우리가 찾은 마을은 바로 탑다라(Top Dara)였다. 마을사람들과 오랫동안 원칙을 합의한 뒤에 이후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결국 이 마을도 1년 뒤 다른 외국기구가 들어와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의 지원을 하겠다는 바람에 마을의 리더인 코만도 굴팟샤(Gul Padsah)는 그와 같이 말을 했던 것이다.
“ 우리가 당신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는가”라며….
마을에 머물기도 하면서 1년간 혼신의 노력으로 학교 터를 닦고 지원해온 그 마을의 코만 좋은 일을 할 기회를 준 그들도(지도자)가 우리와의 처음 약속을 깨면서 했던 기가 막힌 항변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었다. 그러나 실은 그 말이 너무도 옳았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해온 개발구호활동은 그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시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현장에서 깨닫게 해 준 것이었다.
내가 그들을‘위해(for)’도와준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마을에서 우리 차량에 아이들이 돌을 던지거나 시장에서 사람들이 외국인이라고 쓰레기를 던지며 놀리곤 할 때‘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이렇게 먼 오지까지 와서 고생하며 있는데 도대체 우리에게 이럴 수 있어?’라고 분노하고 힘들어 했을 것이다. 그러한 원망심은 공연히 그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진정 올바른 자세는 그들과 함께(with)한다는 의식, 더 나아가 평등하게 나누어야 할 전 지구적인 자원과 자산을 독식하고 있는 잘사는 나라의 풍요와 소비의 죄업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겸손해야 할 일이다.
3년간 개발구호 활동현장에서 확인한 우려와 걱정은 그곳에서 만나는 한국인의 반 이상이 선교사라는 점과 이들 중 일부분은 현지 문화를 무시한 공격적이며 오만한 선교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단체들은‘공식적 목적(Formal Purpose)과 궁극적 목적(Hidden Purpose)’이라는 이중의 목적을 갖고 있다. 드러난 공식적 목적은 구호개발 NGO 활동이지만, 감추어진‘궁극적 목적’은 개종을 최종 목표로 한 선교활동인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많은 사건을 일으켜왔다. 한국에 돌아와 나는 이것이 가까운 장래에 외교적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시민사회단체나 기독교단체의 잡지에 기고를 통해 혹은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우려를 표했었다. 급기야 2006년에는 인터콥이라는 공격적인 선교기관이 중심이 되어 2000여명의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평화축제’를 개최하려다가 큰 문제가 되어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선교가 직접적인 이유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작년7월 아프간피랍사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전세계 GDP의 11~12위를 내세우는 한국은 지구 온난화나 빈곤 문제 등 전 지구적인 문제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 더욱이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한 OECD 국가로서 ODA(정부개발원조)는 국제기준 [국민총생산(GNP)의 0.7%]의 현재 1/10 수준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한 올해KOICA를 비롯하여 국민은행, 현대, G마켓, 웅진, 교육과학부 등이 수만 명에 이르는 대대적인 해외봉사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는 이때. 해외봉사와 국제구호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이제는 보다 바람직하고 건강하며 순수 인도적인 목적과 겸손한 자세로 활동해야 한다.
전세계 60억 인구중불과 20% 밖에 안 되는 선진국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로 인해,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와 각종 환경재해를 초래했다. 그러나 실제 더 빠른 환경파괴를 지연시킨 것은 80%의 가난한 나라가 아직도 그렇게 가난하게 살아주고 있는 덕이다. 그들을 우리처럼 엄청난 소비사회로 만드는 개발구호 활동은 더 이상 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우리자신의 파괴적 소비주의를 참회하고 반성하며 그들의 삶을 우리가 배우는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어쩌면 우리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주는 그들이 실제 우리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GDP 2만 불의 시대를 넘어섰지만 이것도 부족하여 우리는‘경제성장’을 외치고, 정부는‘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엄청난 국토개조계획추진을 포기하기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 다시 대량 아사가 시작되고 있는데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 유정길(본명 유길용) 님은 평화재단 기획실장이며 정토회 에코붓다 전 대표로 한국 JTS 정책위원, 푸른꿈고등학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