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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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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담善雨情談 - 김선우 2008년 06월 316호
금강저

오월의 며칠간 외국의 작가들과 문학 행사를 가졌습니다. 공식적인 행사보다 행사 후의 뒷풀이 자리에서 우리는 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제 휴대폰에 매달려 있던 조그만 액세서리를 보고 영국인 소설가가 탄성을 질렀습니다. 조그만 장식품으로 만든 그것은 금강저였는데요. 그도 금강저를 안다고 하더군요. 불교에 퍽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하루에 30분씩 참선 수행도 한다더군요. 유럽에 유행처럼 번진 일본의 선지식들을 만나면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일본의 절들을 방문해본 적은 있지만 한국의 절들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에게 아름다운 우리의 절집들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지요. 해인사, 부석사, 송광사, 운문사, 선운사, 월정사, 내소사 같은 제가 사랑하는 절들을 하나씩 얘기하다보니 정말이지 우리에겐 아름다운 절집들이 너무나 많더군요. 저도 교토에 보름 정도 머물며 청수사, 금각사, 은각사 등 이름난 일본의 절들을 두루 둘러보았지만 제 미감으로는 한국의 절집에 비할만하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절집들에 관한 긴 얘기 끝에 우리는 금강저가 포크를 닮았다는 얘기에까지 이르고 말았답니다. 영국 작가는 맨 처음 금강저를 보고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퍽 궁금해 하다가 포크 같은 식사용 도구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도 사천왕상이 들고 있는 금강저 같은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쿡쿡 웃음이 날 때도 있었거든요. 포크 얘기가 나온 바람에 또 어찌하여 우리는 금강경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걸식하러 제자들과 함께 거리로 들어가는 붓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금강경의 시작 부분 말이지요. 수십 명 제자들과 한 치의 다름없이 함께 거리로 들어가 한 집도 거르지 않고 어떤 음식이든 주는 대로 받아 드셨다는 붓다의 공양 얘기는 늘 잔잔한 감동을 주곤 하는데요,‘ 초심’이랄지‘하심’이랄지 하는 말들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문화적 전통에 따라 오른쪽 맨손을 사용해 공양 받은 음식을 드셨겠지만, 정말로 금강저 같은 도구를 사용해 공양을 했다고 해도 아주 생뚱맞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마음에 밥을 먹이는 포크 같은 것 말예요.

천둥 번개의 상징인 금강저는 고대인도 베다 시절의 자연신 중 하나인 인드라 신이 사용한 무기이지요. 인드라는 막강한 무기인 금강저를 사용하여 적과 악의 화신들을 물리치는 무소불위의 호전적인 신이어서 사람들은 인드라를 두려워하며 존경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막강한 힘의 소유자가 불교에 이르면 제석천이라는 온화한 불법 수호의 신으로 변모합니다. 금강저의 모양도 또한 변모하는데, 석가모니께서 인드라로부터 날카롭고 공격적인 무기인 금강저를 빼앗아 갈퀴 부분을 오므려 놓으셨다는 얘기도 전하지요. 외부를 향한 날카로운 무기에서 안쪽으로 오므려진 모습으로 금강저가 변모하는 과정은 제게 퍽 흥미로운데요. 비록 아수라라 하더라도 함부로 대하지 말며 자기 내부의 아수라를 함께 성찰하라는 무언의 주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소불위의 공격적인 힘이 아니라 평화의 힘을, 적을 깨고 부수는 것이 아니라 적마저 포용하여 스스로 변모할 기회를 주라는 주문 같기도 하구요. 말은 쉬워도 실천은 너무나 어려운‘어떤’마음의상태를 금강저는 제게 주문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꽃이에요. 긴 수다 끝에 제가 문득 말했습니다. 그는 소설가였고 저는 시인이었으니 그는 두서없는 제 말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무언가‘시적인’‘표현’으로 저의 돌발적인 말을 이해해주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석굴암의 제석천이 들고 있는 금강저 사진을 보여줄게요. 그건 정말이지 튤립 꽃 같다니까요!
탁발과 포크와 꽃. 무기에서 꽃으로 변한 금강저 한송이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