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품에서 구제하는 단 이슬
부처님의 제자들은 저마다 남다른능력이 있는데 그 중 목련 존자目蓮尊者는 신통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하루는 그가 신통력의 눈으로 삼라만상 온 세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게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귀도餓鬼道에 빠져 있었는데 아귀도에 빠진 영혼은 목구멍이 바늘처럼 가늘고 음식을 먹으면 모두 불꽃으로 변하여 늘 굶주림의 고통에 빠지게 된다. 아귀로 태어난 어머니는 피골이 상접하여 차마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난 목련 존자는 슬픔을 가다듬고 발우에 밥을 가득 담아 어머니에게 드시게 하였다. 그러나 밥은 입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불꽃으로 변해 어머니는 끝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는 어머니를 대신해 지옥의 고통을 받겠다고 부처님에게 어머니의 구제 방법을 물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업력이 무겁고 악업의 뿌리가 깊어 대신할 수 없고, 효도의 마음이나 천신天神이나 지신地神, 사천왕신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으며 오직 시방의 대중 스님들의 위력으로써 구제할 수 있다고 하였다. 목련 존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감로도에는 아귀지옥에서 고통받는 망자를 극락세계로 천도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져 있다.
불교에서 감로甘露의 의미는 중생이 마시면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를 수 있는 감미로운 불사의 영약이다. 감로도는 육도윤회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과 판관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음신中陰身의 영가들이 감로를 마시고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영가천도재의 의례용 불화로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독특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해인사海印寺감로도는 1723년 4월에 심감心鑑·신오信悟·득총得聰세 화사에 의해 그려졌는데, 이보다 먼저 제작된 것으로는 16세기에 제작된 일본 약선사藥仙寺소장 감로도(1599), 일본 조해인성보海印聖寶전사朝田寺소장 감로도(1591), 17세기에 제작된 보석사寶石寺감로도(1649), 개인소장 순치順治 18년 감로도(1661), 청룡사靑龍寺감로도(1682), 남장사南長寺감로도(1701) 등 6점이 알려져 있을뿐이다. 해인사 감로도를 포함한 초기 감로도에는 고통받는 중생의 생활상, 영가천도의식, 불·보살의 내영來迎이라는 기본구조는 동일하지만 세부내용과 공간구성은 제각기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감로도는 삼단으로 구성되는 것이 기본인데 이 감로도는 중앙의 제단祭壇을 중심으로 크게 상단과 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단 중앙에는 한 쌍의 아귀를 크게 묘사하고 좌측에 지장보살과 역대 제왕帝王, 후비后妃, 승려, 우측에는 재齋를 의뢰한 상주와 재를 올리는 작법승作法僧들을 묘사하였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존재로 다른 감로도에서는 지옥장면과 함께 묘사되는데 여기서는 지옥장면은 생략되었다. 우측 하단 망자들의 생활상은 낙마, 노상에서 강도를 만나 당하는 죽음, 풍랑을 만나는 죽음, 의로운 장수의 죽음, 화재로 인한 죽음 등으로 표현하였다. 일본 약선사 소장 감로도(1599)를 제외한 현재 남아 있는 감로도 중에서는 가장 내용이 간략하게 그려져 있으나, 내용은《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에 나오는 환난장면과 대체로 유사하다.
중단의 아귀는 몸과 머리에 비해 목이 가늘고 입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오는 고통에 찬 모습으로 경전에 묘사된 아귀의 속성을 충실하게 표현하였다. 우측 아귀는 합장을 하고 좌측 아귀는 고개를 든 채 작은 그릇을 든 왼손을 제단을 향해 높이 뻗치고 있다. 고통에 차 절규하며 감로를 구하는 아귀의 손이 상단 우측의 감로왕여래甘露王如來를 향하고 있고, 상단의 감로왕여래는 아귀에게 감로를 내리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마치 감응의 극적인 순간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제단 우측의 작법승은 맨 앞의 제단 앞에서 왼손에 감로가 든 그릇을 들고 오른손으로 고혼들에게 감로를 뿌리는 승려를 묘사하고, 경전이 펼쳐진 경상 앞에서 금강령을 흔드는 유나승維那僧, 법고를 두드리는 승려, 바라를 치는 승려, 법라를 부는 승려, 합장한 채 독경하는 승려들을 사실적이면서 생동감 있게 묘사하여 한참 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제단 좌측에는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을 배치하여 중생들을 칠여래에게 인도하기 위해 막 내영하는 모습이다. 우측에는 칠여래보다 조금 아래쪽에 화면 중앙을 향해 서 있는 아미타삼존阿彌陀三尊이 표현되어 있다. 해인사 감로도는 다른 감로도에 비해 내용이 적고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지만 내용의 위상에는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