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에 꽃등 하나 밝혀두고
차 한 잔을 머금고 초록이 아름다운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싱그러운 기운이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해마다 첫물차를 달이면 맘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지금 우리 손에 쥐어진 핸드폰은 상상도 하지 못할 시절이었지요. 전보를 치면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이 매겨지던 그 옛날에, 통도사 강원으로 전보 한 장이 배달되었습니다. 전보지에는 딱 두 글자,‘급래急來’라 씌어 있었고요.
전보를 손에 든 학인스님은 급래急來라는 은사스님의 하명에 꼼짝 못하고 통도사에서 파계사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지요. 한달음이라 하지만 버스를 갈아타고, 갈아타고, 또 갈아탔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은 얼마나 급했을까 싶었습니다.
파계사로 오르는 숲길은 참으로 그윽합니다. 평소 곱고 아름다운 것들에 마음을 주는 스님이지만, 오랜만에 찾은 본사의 오월 숲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답니다. 은사스님 찾아 인사 올리니“차 한 잔 하자”하셨다지요.
그때서야 방 안을 둘러보니 찻상에 차 한 잔이 그대로 있었고,“ 지인이 햇차를 보내왔는데, 맛이며 향이 너무 좋아 저기 저렇게 한잔을 달여 놓았다. 너와 나누고 싶구나”라고 말씀을이어가셨습니다.
이 향기로운 이야기를 들으며‘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동행은 이렇게 가꾸어가는구나’싶었습니다. 그리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새벽을 깨우는 도량석을 울리며 은사스님 처소 앞에 이르니, 목에 감고 있던 목도리 풀어 당신 체온으로 따뜻해진 그것을 상좌 목에 둘러주셨답니다. 순간 옷깃을 파고들던 한겨울 산중 칼바람이 봄바람 같았다지요.
제 앞에 달여놓은 첫물차가 식어갑니다. 먼 길 달려와 은사스님이 손수 내민 향기로운 차 한 잔의 기억과,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신 새벽에 만난 스승의 자애로움을 간직하고 계신 허운 스님. 제가 미처 다 듣지 못한 스승의 가르침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이제 스님께서도 제자를 두셨겠지요. 스승은 캄캄한 밤길을 밝혀주는 등불과 같다 하였습니다. 스님의 은사스님으로부터 제자에게 대물림하셨을 자비롭고 애틋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오월입니다.
제가 부모님 그늘 아래 있던, 엄마가 되리라는 기약은 예정에 없던 그 시절, 무명시인이던 어느 여인의시가 제 가슴으로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
오월은
하늘을 향해 애타는 바램의 팔을 뻗은 달
하늘은 땅 가득히 향해 쏟아 땅 속 깊이에서 생명을 쏟아내는 달
나는 오월에 하늘 같은 아들을 얻었다.
오늘 너와 나
우리는 손잡고 엄마와 아들을 되새기며 오월을 같이 마신다.
...
이미 그때 저도 언젠가 엄마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봅니다.
어느새 훌쩍 자라 변성기를 지난 아들은 오늘도‘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외치며 씩씩하게 대문을 나섰습니다. 이제는 바래지고 낡아 나달나달해진 스크랩북을 이사할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녔는데, 오늘 그 시가 적힌 오래된 공책을 다시 펼쳐들고 소리 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어미는 자식을 바라보고 자식은 어버이를 새삼 돌아보는 오월입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세상의 부모자식과도 같은 관계라지요. 이 지중한 인연을 가만가만 새겨보게 하는 오늘 아침 내 마음 속에 꽃등 하나 달아봅니다.
꽃등에 불 밝히고 그 앞에 나를 내려놓습니다. 어쩌다 찾아뵈면 큰 산처럼, 바위처럼 앉아 계시는 스님께서 그러셨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과 사랑 아닌 것을 혼동하고 있다고, 사랑의 원형은 깨달음과 유사하다고, 진정한 사랑은 보살의 마음이어야 한다고, 그래서 내가 없어진 후에
야 가능할 것이라고.그래요. 우리 사는 세상의 사랑은 일곱 빛깔 무지개만큼이나 아름답고 다양하게 수놓아집니다. 어쩌면 가볍기까지 한 그 많은 사랑 가운데 내가 사라진 무아無我의 사랑은 얼마만큼이나 될까요. 우선 저의 경우를 이야기하지요.
사랑이라 규정지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많은 관계를 짚어보니 그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하는 아이들과의 사랑, 여기서‘나’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기침하고 열나는 아이의 이마를 쓸어내리며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싶고, 상장 들고 달려온 아이보다 내가 더 기쁘고 하늘을 날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도량석 소리에 일어나 목도리 찾아 두르고 새벽을 여는 제자가 당신 처소 앞에 오기를 기다리며 발뒤꿈치를 가끔 세우셨을 은사스님의 마음이, 엄마로 살아보니 헤아려집니다. 제 마음과 스님 마음이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요.
산사로 오르는 길목에 내걸린 연등 사이로 스승과 제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갑니다. 도심 가로수 사이로 엄마와 아들이 꽃바람을 일으킵니다.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해인사수련동문회 제 137회 정기법회>
만일 어떤 사람이 무거운 죄를 지었지만 짓고는 깊이 스스로 꾸짖으며 뉘우치고, 다시는 짓지 않으면 능히 그 근본업을 뽑을 수 있느니라
- 불위수가장자설업보차별경-
2008년5월24일(토) 17:00 해인사보경당
팔만대장경강설대법회(자율적참여)
접수 - 저녁공양 - 저녁예불 - 입재식 - 스님법문(가정제사 및 차례) - 도반들의 시간 - 용맹정진- 새벽예불- 아침공양- 회향
큰스님법문: 부모님의 은혜를 중심으로
용맹정진(22시~03시) : 자비수참 용맹정진(상, 중, 하), 108예참 4월법회에서는· 불자의 가정 제례의 절차에 대하여 지산 큰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현재 차례와 제례는 불교적인 것과 유교적 풍습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불자의 가정 차례는 좋은 차(작설), 과일, 편(추석:송편, 설:가래떡, 떡국), 초, 향, 꽃 등을 올리고 청혼, 다게, 진차, 반야심경, 안과 순으로 차례를 지내고, 제례는 메, 국, 탕, 적, 떡, 자반, 체, 과일, 차, 향, 초 등을 올리고 청혼, 착어, 잔반, 진
차, 반야심경, 안과 순으로 지내면 됩니다. 우리 모두 앞으로 불교식 차례와 제례를 하도록 합시다.
☎문의: 사무국 011-548-8576.
홍보국 010-3690-4896, 016-332-8239
다음카페: 해인사수련동문회검색
·회비: 농협 843174-51-005678 <예금주박병도> (법회미참석송금시10,000원)
·보현행원보시함: 농협 785-01-078767 <예금주김현조> (불우이웃. 재난금지원시사용)
해인사수련동문회장보장 전완중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