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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맞는 부처님오신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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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배광식 2008년 05월 315호
연등 마음으로 맞는 부처님오신날
배광식 /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나는누구인가?’
이는 선조는 물론 현재의 우리 모두 적어도 한 번은 스스로에게 던져 본 질문으로, 곧 인류의 근본 물음이다. 그 해답은 천차만별이다.

태반이 주변의 유혹과 생존에 급급하거나, 결정된 운명이라는 숙명론에 안주하여 질문을 포기한다. 철인哲人들의 사상에서 해답을 찾다가, 마른 이념理念으로 가답假答을 만들어 얽매이기도 하고, 인간을 물질로 한정짓고 관능과 쾌락의 도구로만 여겨 생명을 낭비하기도 한다.
또는 모호한 논리로 나와 남을 속이며 어정쩡한 삶을 산다. 아니면 나밖에 절대자를 상정想定해놓고 불안한 마음을 의지해, 자신이 지어놓은 허깨비의 노예로 한평생을 허비한다.

명확한 해답을 얻으려면 물음이 명확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를 얼마간 천착穿鑿해 본 경험이 있다면, 물음이‘나는 무엇인가(What am I?)’로, 나아가서 더 적확的確한 표현으로‘이것이 무엇인가(이뭐꼬 ; What is this?)’로 바뀌어야 함을 깨닫는다.
‘ 누구?’라는 물음에서는‘아버지의 아들’, ‘회사의 직원’등의‘사람’이라는 한정된 범주 속에서의 피상적인 답만을 얻을 뿐이다. 물음이‘무엇?’으로 바뀔 때, 비로소 상대적이 아닌, 모든 관념을 깨는 실질적인 참 답이 나올 수 있다.

역대의 철인과 성인 중, 과연‘이것이 무엇인가?’를 철저히 꿰뚫고, 그 자리의 삶을 사신 분이 계신가? 이의 해답은 고타마싯달타이다.
“전우주를 통틀어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욕망·물질·정신세계의 모든 괴로움을 내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天上天下唯我獨尊三界皆苦我當安之; I am the chief in the world. I am the highest in the world. I am the noblest in the world. This is my last birth. There is no more becoming forme.)!”
우주 전全생명의 존엄성과 생로병사를 위시한 모든 괴로움의 윤회를 그쳐 늘 청정하고 자재로운 즐거움을 원만하게 갖춘 대자유를 확인시켜준, 이 위대한 선언은 부처님께서 온 우주에 천명한 탄생의 노래이다.

불교의 핵심을 분명히 지닌 첫 가르침(4성제)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변치않는나가없음(무아無我;Anatta)’을 모르거나, ‘나를 구성하는 물질과 마음이 항존恒存하지 않음(無常; Anicca)’을 모르고, 영원한 나를 고집하며 관능을 추구(욕애慾愛; Kama tanha)하고, 무엇이 되고자(유애有愛; Bhava tanha) 하고, 무엇을 회피하고자(무유애無有愛;Vibhava tanha) 하는 집착(집集;Samudaya)에서 불만족과 편치 않음(고苦;Dukkha)이 생긴다(유전연기流轉緣起). 무상과 무아를 되비추어 모든 것이 조건에 의해 잠시 가화합한 것임(연기緣起)을 바로 알아(정견正見, 혜慧; panna), 욕심과 분별을 여의고(계戒; sila), 동요 없는 자리에 이르는(정定; samadhi) 닦음(도道; Magga)을 통해, 미혹의 속박을 여읜 궁극의 자유(멸滅;Nirodha)를 누리게 된다(환멸연기還滅緣起).”

인류의 스승, 붓다의 탄신을 축하하는‘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8일(한국, 홍콩, 마카오, 일본, 대만, 중국 등)이며, 나라에 따라 5월의 보름달 뜨는 날[Visakha(Vaisakha, Vesak);음력 4월 15일;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미얀마, 타일란드, 싱가폴,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3중三重으로 축하하기도 한다.

1998년 스리랑카 세계불교컨퍼런스(Int’l Buddhist Conference)에서 유엔에 제안, 제54차 UN총회(1999. 12. 15)에서, 부처님의 자비와 가르침이 세계평화 및 인류를 위해 공헌한것을 기려, 매년5월 보름날(음력4월 15일)을‘유엔 웨삭데이(United Nations Day of Vesak)’로 지정하고, 전 세계 불교도와 함께 유엔 본부 및 사무국에서도 Vesak day를 축하하게 승인하였다. 금년에는 제 5차‘United Nations Day of Vesak 2008’이 5월 13일~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불멸기원佛滅紀元2552년을 맞아 초파일행사를 돌아본다.

초파일 행사는 민중 모두 참여하는 연등燃燈행사와 관등觀燈놀이를 중심으로 한 민속행사였으며, 절에서는 기념법요식 및 욕불浴佛을 비롯하여 성불도成佛圖놀이와 탑돌이 등을 행하였다. 팔관회八關會는 불교신도가‘팔관재계八關齋戒’를 지키기 위해 열었던 불교의례로 시작됐으나, 신라 이래로 범국가적인 행사였으며, 고려시대에는 팔관회에 건국공신 추모 위령제를 행하고, 각 국 사신들이 축하글과 특산물을 바치고, 국가 간 무역 거래를 했으며, 국왕은 야간 통행금지 해제, 궁궐개방, 음악 및 춤 공연등을 베풀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40여 년 전 고등학생 때 연등을 만들고, 제등행렬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규모가 좀 커지고, 그사이 초파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었다는 점이 달라졌다. 또한 TV에서 매년 되풀이하여 서유기 등을 보여주던 데에서 다양한 불교소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다.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의“우리 문화원형의 디지털콘텐츠화사업”의 일환으로, ‘팔관회’(http://pgh.culturecontent.com)가 개발되어, 입체적으로 팔관회를 소개하고, 소스로 제공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 만큼 앞으로 불교의 지혜와 자비정신이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수많은 디지털 컨텐츠가 개발되어야 한다.

인류에게 안심과 행복과 평화와 조화의 길을 보이신 부처님께서 오신 날, 온누리 전인류의 대화합 축제 마당이 되도록 외형적 축제문화의 전통을 유지, 확산, 개선, 창작하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지혜와 동체대비의 부처님의 근본정신에 맞게 현대의 LOHAS 운동, 환경보호운동, 복지운동 등을 포섭하고, 물질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의 정신을 바로잡고 고양시키며, 인류가 지상을 바로 극락으로 여기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