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처님 하림/부산미타선원 주지
나의희망이여!
내게삶의의미를일러준이여!
내게삶의목표를알려준이여!
내게삶의가치를갖게한이여!
내게삶의기쁨을갖게한이여!
당신의이름은석가모니이시라.
그리고 지금은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는 욕심을 욕심임을 알아채고 그 욕심을 보살의 원력으로 바꾸어 내가 아니라 남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곧 나의 기쁨의 시작이며 전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불보살님들이‘모든 중생의 어려움을 제도하겠다’라는 원력을 앞에 두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절은 부산의 광복동에 있는 용두산에 있습니다. 용두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쥐포를 구워서 파는 할머님이 계십니다. 절로 오르는 계단 입구쯤에 계시는 그 할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자리를 지키십니다. 그런데 어느 날 늘 계시던 그 자리에 안 계시고 저 건너편 골목 건물 뒤에 계시더군요.
“왜 이곳으로 옮기셨냐”고 했더니 경찰이 단속을 나와서 피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자리에 단속반이 나와서 지키고 있더라구요. 칠순이 넘으신 할머니는 사실 그 자리를 이렇게 40년 동안 지키셨답니다. 매일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그 작은 구루마를 끌고 1킬로미터 남짓의 보관소까지 출퇴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길을 오가면서 온갖 어려움과 고난을 때론 싸우고 때론 피해가면서 지켜왔던 것입니다.
할머니의 얼굴은 햇볕에 새까매지셨고 주름은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오가면서 잡는 손에는 따뜻함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아니 부드러움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 거침과 부드러움이 함께 전해지는 할머니의 손은‘삶이 이런 느낌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오래 갑니다. 아니 잡았던 손에서는 무슨 향기가 남니다.
할머니는 초하루에는 꼭 두 군데의 절에 가신답니다. 한 절은 평생을 가시던 절이어서 꼭 가야 하고, 한 절은 이 절 밑에서 지내면서 마음에 위로가 많이 된다면서 꼭 오신 답니다. 그러나 그냥은 절대 못 간답니다. 꼭 시주 돈을 준비해서 가야만 한답니다. 그냥 오셔도 된다고해도 부처님 앞에 어떻게 그냥 가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시며 듣지 않으십니다. 점심공양을 절에 와서 하라고 권해도 절공양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시면서 길에서 쪼그리고 앉아 불편한 식사를 하신다고 신도들에게 전해들었을 정도로 할머니에게 절에 가는 일은 공양을 올리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구루마도 경기를 타서 그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도와드릴까 하다가도 인생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배웠기에 그 마음을 조심스럽게 접고 맙니다.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할머니 삶의 가치가 너무나 가벼워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할머니는 땀으로 신념으로 지켜온 그 자리에서 모은 돈으로 꼭 초하루 기도를 올립니다. 그리고 저에게 축원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그 정성스런 마음을 제게 전하고자 할 뿐입니다.
늘 내가 잊어버릴지라도 할머니는 그 계단 밑에 계십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할머니는 그 계단 밑에 계십니다. 더워서 숨이 막히는 듯해도 할머니는 그 계단 밑에 계십니다. 때론 졸고 계시기도 하고 때론 큰 소리로 웃고 계시기도 하고 때론 피해다니시기도 하지만 늘 그 자리에 계시는 할머니가 이젠 감사합니다. 사실 그런분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제가 비록 모든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저도 때론 인생의 길에서 피하기도 하고 때론 졸기도 하고 때론 즐거워 하기도 하겠지만 할머니의 삶처럼 불자들의 마음에 자리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입니다.
제게 부처님은 그런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번 초파일엔 그 할머니를 위한 등을 켜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할머니와 같은 제 주변의 인연들에게 함께 감사의 등을 켤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 주변의 이런 부처님들을 위해서 등불을 밝히시길 기원합니다. 그렇게 해서 온 세상에 숨어 있는 부처님들이 모두 모두 드러나게 말입니다. 한 분 한 분 그런분들을 밝혀내는 불빛을 손에 손에 그리고 마음에 마음에 함께 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할머니와 따뜻한 미소로 떠오르는 저의 주변의 소중한 분들을 위해서 등공양을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