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러운 날엔 만다라를 생각합니다. 가지고 있는 몇 장의 만다라 그림을 차례로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앉은뱅이 책상 앞에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아름다운 만다라를 직접 그리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티베트 스님들처럼 고운 색모래로 그리기도 하고 각양각색 잔꽃들로 수놓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다라를 그리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져 있습니다.근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티베트사태를 보면서 여러 날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큰 모독과 큰 자비. 큰 슬픔과 큰 사랑. 티베트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 한켠이 싸아합니다. 오래 전 여러 달 동안 중국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라싸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라싸에 가는 일이 여느 여행지를 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요. 공안의 통제가 심한데다 절차가 복잡하고 제약이 많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최근에 칭짱철도가 개통되면서 다시금 라싸를 생각했지만, 중국 당국이 철도를 어떤 목적으로 라싸까지 이어놓았는지 알기에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그 열차를 타고 라싸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아직은 그 열차를 타고 싶지 않았어요.
중국지도를 펼치면‘시짱(티베트)자치구’와‘신장위구르자치구’가 번듯한 면을 차지하지만, 역사적 타당성 없는 일방적인 무력 지배로 마음대로 금을 그어 자치구로 규정해버린 그 자치구엔 진정한 자치가 없습니다. 이런 지도 앞에서 이방인인 나는 중국에 대해 쉽게 분노합니다만, 정작 티베트의 아픔을 고스란히 등짐 진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중국사람들을 미워하지 마시고 어떤 물리적 가해로도 피해를 주지 마시길 당부합니다.
그들 중국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행복을 원하고 불행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비심으로 인욕하면서 먼 훗날 다시 함께 모여 살 때까지 부처님께 근거를 둔 법에 의해 살아갑시다”라고. 불자로서의 삶이 공성空性과 연기성緣起性에 의한 보리심의 삶임을 가르치면서 달라이라마는비폭력평화의 힘으로 티베트와 중국 모두 행복하길 염원합니다.
우리도 식민지배의 아픔을 겪었지요. 그런 우리가 티베트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중국의 눈치를 보며 달라이 라마를 한국 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나에게 이익만 된다면 세계가 어찌되어도 상관 없다는 우리의 자화상이 슬픕니다. 혹여 우리는 돈 벌어 쓰며 사는 이 삶이 세세토록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돌보아야하는 것은 이 삶이기도 하고 다음삶이기도합니다. 몸처럼 마음과 영혼도 돌보아야 합니다.
티베트 스님들이 모래 만다라를 그리는 것을 본 적 있습니다. 티브이에서였는데요. 일주일에서 한 달여간에 걸쳐 여러 명의 스님들이 함께 만든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래 만다라. 삼라만상의 호흡과 그 낱낱의 존귀함, 유장한 우주속의 참 나를 찾고자 하는 신심이 지극하게 새겨진 만다라를 제의가 끝난 후 깨끗이 지워버리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붙들어 매 소유하려고 아등바등인데, 그토록 깨끗한 사라짐이라니요. 만다라조차 사라진 자리가 놀랍게 평화로웠습니다.
오월 연꽃등 아래‘우리 모두’의 평화를 생각합니다. 당신과 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지금 이곳에 태어난 내가 다음 생에 저곳에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을요. 다음생에 당신들로 태어날‘나’들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오월입니다.□
김선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