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할머니쿠바엔 정부에서 허가하고 관리하는 민박집‘까사 빠띠꿀라Casa Particular’가 전국에 있다. ‘트리니다드Trinidad’의 숙소 주인 할머니와 아침밥을 먹을 때면 참으로 마음이 좋고 편하다. 1층의 좁은 복도를 따라 가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방을 지나게 되고, 이윽고 식당이 나온다. 이 작은 식당은 집 뒤 작은 마당과 통해 있는데, 집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엔 수돗가가 있고, 작은 창고도 있다. 화초에 물을 주기도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는 곳이다. 우리로 치자면 한옥의 안마당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아침밥은 약간 거칠면서도 고소한 통밀 빵과 원두커피, 계란 프라이와 열대 과일, 우유와 주스. 이곳에서 아침 먹기를 좋아하는 이유에는‘앵무새’의 노래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엌과 식당을 겸한 이곳에선 뒷마당에서 출발한 앵무새의 노래를 들으며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으니, 맛은 상상 그 이상이다.“ 삐익~ 삑! 쮸우~”아침노래를 하는 녀석과 대면하여 인사를 나누는 것이 기대되는 새로운 일과가 되었다. 할머니가 새의 모이를 잘 챙겨주고 있어서인지 노랗고 파란 빛깔의 깃털은 윤기가 난다. 녀석은 순하고 장난기가 많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춤을 추어대는 모양새 또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안주인인‘Mercedes Gonzalez’할머니의 현명함으로 말미암아진 편안함은 젊은 여인네들이 쫓아올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쿠바에선 스페인어를 쓰는 탓에 그나마 서툰 영어마저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Mercedes Gonzalez’할머니와 나 사이에 소리로 전달되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할머니는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렇게 되풀이 되는 친절한 설명과 정성이 매번 소리 언어의 벽을 넘
게 만든다.
할머닌 언제나 당황하지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다. 어쩌다 갑작스런 일이 생겨도 침착하게 순서대로 해결해 내는 할머니를 대할 때마다 존경스런 마음이 여울처럼 번져 나간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할머니에게 느껴지고, 본받고 싶은 마음도 생겨난다. 나이 든다는것은 외로운 일중 하나다. 이런 생각이 스치면 하늘을 올려보게 된다. 하지만 이 할머니처럼 현명하고 따듯한 이를 만나게 되면‘늙는다는 것이 온전히 외로운 것만은 아니구나!’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나이테를 늘려야만 현명함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나이테 없음 또한 현명함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기에….
정류장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은 대개 외로워 보인다. 하지만 어떤 이는 여유로워 보이기도 한다.‘ 늙음’은 모두가 도착하게 되는 정류장이다. 그곳엔 여유롭게 앉아 있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나는 주인 할머니와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좋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우린, 아니, 나는 할머니를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좋다! 누구든 늙는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몸이 늙는다고 해서 마음이‘늙은 마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늙는다는 것이 순리는 아닌 것이다. 마음을 어느 쪽으로 몰아가려 하느냐가 관건이다. 싹이 지상으로 나오기 전부터 빛을 쫓아 방향을 잡듯이 몸이 늙는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동시에 우린 마음의 늙음을 경계해야 한다. 몸이 가는 방향으로 마음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몸의 늙음에 한탄하지 말고 마음의 젊음을 키워나가야 한다. ‘Mercedes Gonzalez’할머니는 새에게 반가운 말을 건네고 꽃을 보며 좋아하는 것이 아이와 같고, 사람과 자연의 이치를 알아차리는 것은‘현자賢者’와 같으니, 나이 듦 또한 자연스럽고 긍정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상태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부처가 곳곳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때론 그들을 만나게도 된다. 순간 순간 그 이들을 스쳐 지나기도 한다. 나는‘트리니다드Trinidad’에서 아침마다 부처의 마음을 만나는 복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