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줄고 늘어남이 없는 '길'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이달의 이야기 - 권우상/경남은행합천지점장 2008년 04월 314호
줄고 늘어남이 없는 \'길\'
권우상/경남음행 합천지점장

해인사에서‘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을 한다!!
지역 신문을 보다가 해인사에 바로 전화를 했다. 오랫동안 마산에서 살다가 고향인 합천으로 부임해오면서 해인사에 자주 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컸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가족과도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산사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많았는데 발걸음을 쉬 옮기지 못했다. 그저‘절’이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만 여겼었다.

얼마나 고대했던 해인사행인가? 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을 앞두고 점심공양의 기회도 주어졌
다. 음식을 먹으며 모처럼 감사함을 느꼈고, 주지스님의 법문은‘잊고 살았던 내 몸 안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을 하고 종각 앞 마당의 해인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의상조사 법성게를 송하고, 이산 혜연 선사의 발원문을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진지해졌다. 그리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나무들 사이를 메운 파란 하늘도 보고, 고목이 되어버린 나무들도 지나치면서 오르락내리락… 인생의 궤적과도 같은 곳을 걸었다. 바삐 움직이며 걸었던 등산길과는 전혀 다르다. 오솔길을 얼마쯤 걸었을까? 암자가 나왔다. 그리고 간간이 이어진 스님의 법문…,
가야산의 빼어난 풍광을 바라보면서 천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이루어주고 있는 해인사의 장엄함을 보았다.

봄을 찾고자 하였으나 봄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짧은 한 순간이나마 봄을 찾고자 하는 내 마음을 찾았다. 자비행선에 같이 참여하신 분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함께 걸었던 시간,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시원한 샘물에 목을 축이듯,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그런 시간이었다.

자비행선의 이 길은 예부터 많은 이들이 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많은 느낌을 주었을 터다. 그럼에도 이 길은 지금까지 여유로움을 간직한 채 그 모습을 유지하고있다.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모든 것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아름다운 풍광까지, 길은 다시 우리에게 모두 내어준다. 우리가 진정 가져가야 할 것, 바로 이 길의 여유로움일 게다.

길의 여유로움을 닮아갈 때 비로소 자비의 공덕이 줄지 않을 것이다.
마산 정인사에서 우연히 3천배를 한 적이 있었다. 3천 가지도 넘는 망상이 생멸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무언가 뜨거운 희열도 느꼈다. 그저 내 한 몸 움직여도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자비행선의 한 걸음 한 걸음에도 많은 생각들이 흩어져 산길에 떨어져 뒹굴었다. 그런데 그 모든 생각들이 바람결에 사라지는지 길에는 길만 남아 있었다. 일어나는 수많은 마음을 버리고 뒤돌아보아도 그 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한 길만 남아 있었다.

가져도 가져도 줄어들지 않고 버려도 버려도 쌓이지 않는 자비행선의 오솔길에서‘영원한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며 휘적휘적 내려왔다.□

비로자나 광명 기도법회

기도시간 : 평일4분정근기도(대비로전)
철야기도 : 토, 일(보경당)
동 참 금 : 1일 기도 10,000원, 3일 기도 20,000원, 7일 기도30,000원, 21일 기도 50,000원, 49일 기도70,000원, 100일 기도100,000원, 1년 기도 200,000원
기도 문의 및 접수처 : 대비로전, 보경당
전화번호 : 055)934-3022, 3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