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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버리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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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양해숙/해인어린이집 원장 2008년 04월 314호
자비행선 욕심 버리지 못하고
양해숙/어린이집원장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내곁을 떠나고 있다.
누구나 겸손하고 남의 말 잘 들어주는 사람은 다 좋아하고, 욕심 많고 잘난 체하고 말 많은 사람은 다 싫어한다는데….

이젠 잠조차 내게서 멀어진 걸까?
아침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말똥말똥 까만 천장만 늘어지게 본다. 늘어지다 지칠 즈음 갑자기 떠오른 얼굴 하나 있다. 두 해가 가도록 못 본 그와 전화 연결이 안되던데….
폭포수처럼 밀어닥치는 긴장감에 번쩍 눈을 뜬다.

몇 달에 한 번 하는 통화는 항상 내가 한다. 그것도 까맣고 까만 밤에만 그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너는 아프지 마라”당부하고, 난 가끔“아프고 싶은 사람 어디 있겠냐”고 말대꾸한다.
그는 울먹이며“그래도 너는 아프지 마라”힘겹게 통화했건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도록 난 항상 ‘언제 올래?’만 물었다. 이제사 먼저 찾지 못한 자책으로 서성이고 있다.

이제 습관이 되어버린 TV시청, 아직 긴장에 사로잡혀서일까 오늘 채널은 32번(불교TV)이다. 한글로 풀어 쓴 백팔 참회문, 처음엔 눈으로 일 배 일 배 하다가 차츰 가슴을 후비는 대참회로 회향하고, 까맣던 시야에 들어온 해인사! ‘스님들과 함께하는 자비행선’안내가 시선을 잡아끈다. 삼십일 년 전, 당시 기독교인이던 내 눈과 귀 마음에까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각인된 해인사는 언제나 처음 처럼 설레게 한다.

얼마 만인가 해인사! 하늘에 닿을 듯 큰 소나무, 품이 넓은 바위, 속세의 시끄러움을 막아주는 물 소리, 바람 소리, 향기로운 공기와 함께 아이처럼 맑은 주지스님과 보경당에 마주 앉았다.
푸른빛이 도는 주지스님께서는 모든 존재는 인연 따라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니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자비행선을 시작하라신다.
더불어 봄이 왔는지 내 마음의 봄은 어디 있는지 찾아보라하시는데….
행선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봄이 왔다고 웅성거린다. 저들은 봄을 찾은 걸까? 내겐 어림없는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그가 흘리던 눈물에 총총 박힌 서운함을 행선行禪내내 달고 다녔다.

나이가 들면 삶에 대한 태도나 생각들이 점점 성숙해지고 인격은 완성 되리라 믿었다. 물론 누구나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그리 될 거라 믿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 곁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저 대책 없이 나이 값도 못하는 사람으로 늙어가는 길로 잘 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닮고 싶어했던 여러 어른들이 가셨던 길을 찾아 따라가고 싶다는 욕심을 또 내보이고 말았다. 희랑대의 후미진 골짜기에서 만난 얼음이 언제쯤 노여움을 거둘지 해인사 자비행선엔 계속 동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