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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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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조계종정 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 2008년 03월 313호
법어종정스님 두타음광 頭陀飮光이요
다문경희 多聞慶喜로다
합장경권 合掌擎拳이니
난형난제 難兄難弟로다
두타행을 하는 가섭이요
들은 것이 많은 아난이라
합장을 하는데 주먹을 치켜드니
우열을 가리기가 참으로 어렵구나

가섭에게 아난이 물었습니다.
“세존께서 사형에게 금란가사를 전하셨다고 하는데, 그 외에 특별히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그러자 가섭이 말했습니다.
“아난이여!”
가섭이 부르는 소리에 아난은 대답했습니다
“예!”
이에 가섭은 다시 말했습니다.
“문간에 있는 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

가섭은 세존으로부터 영축산에서 염화미소로 부처님의 정법을 부촉받았지만 아난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이후에도 정법의 부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아난은 가섭에게 가서 ‘세존께서 사형에게 금란가사를 전하셨다고 하는데, 그 외에 특별히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라는 이 질문을 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가섭에게 금란가사를 전하여 불법을 부촉한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사 이외에 또 비밀리에 무슨 법을 전한 것이 있느냐고 확인해 보려는 것입니다.
즉 밖으로 두 눈이 붙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사를 전해 받은 것외에, 안으로 어떤 참된 법을 전해받은 것이 있는가 하고 다시 알아보려는 소심한 질문인 것입니다.

금란가사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여러 가지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의 양모인 대애도 비구니가 손수 금색가사를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였으나 부처님께서는 받지 않고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두 사양을 거듭하니 결국 미륵보살에게 전해져 미륵이 이 옷을 입게 되었다고《아함경》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선가에서는 부처님께서는 금색가사를 가섭에게 전해주면서 자씨불이 세상에 출현할 때까지 낡아서 해어지지 않도록 잘 보관하라고 하시니 가섭이 이 옷을 가지고 계족산에 들어가 미륵불이 세상에 출현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고인들은 가사를 전하는 것에 대하여 세 가지 종류로 분류를 해 놓았습니다.
첫째, 부처님과 부처님이 전하는 것으로서 가섭이 가지고 계족산으로 들어가 자씨의 하생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둘째, 조사와 조사가 전하는 것으로서 남천축의 득승왕궁得勝王宮에 보존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달마가 서쪽에서 올때 가사를 가지고 와서 조계에 보존한 것입니다.
육조혜능선사가 오조홍인대사에게 법을 전한신 표로 가사를 받은 것은 종문에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하여 가사는 부처님과 부처님이 서로 이어 받고 조사와 조사가 서로 전하게 된 것입니다.

아난이 가섭에게 ‘세존이 금란가사 이외에 다시 어떤 무엇을 전한 것이 있는가?’ 라고 한 것이 문처問處이고 가섭이 ‘아난이여!’ 라고 부른 것은 답처答處입니다.
그리고 가섭이 ‘아난이여!’ 하고 불렀고 아난이 ‘예!’ 하고 대답한 그것으로 설법이 모두 끝난 것입니다.
이심전심의 전법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공안은 영산회상에서 석존이 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이 미소로써 대답하여 그 자리에서 법을 전해 받았습니다.
세존께서 ‘정법안장열 반묘심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 는 바로 그 도리인 것입니다.
여기서는 가섭이 ‘아난이여!’ 하고 부르고, 아난이 ‘예!’ 하고 대답한 그것이 바로 세존의 염화 그리고 가섭의 미소와 같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치열한 정진속에서 해제를 맞이하여 제대로 안목이 열린 납자라면 ‘문간에 있는 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 라는 말까지도 본래 쓰러뜨리고 말고 할 찰간 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금으로는 금을 바꿀 수 없고 물로는 물을 씻을 수 없는 도리인 까닭입니다.
만일 가섭과 아난이 서로 전한 것이 있거나 받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모두가 생사生死의 흐름에 쓸려감을 면치 못 할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이 공안이 없었다면 참으로 모두가 생사를 받느라고 요란했을 것입니다.

삼동결제내내 겨울눈바람이 한 밤중에 크게 불어 별빛이 달속에서 차갑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봄이 오고 다시 해제를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존의 금란가사’ 공안을 걸망에 지고 천하를 주유하면서 ‘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 라는 그 도리까지 함께 참구하고 또 참구할 일입니다.

빙소하북안 氷消河北岸하고
화발수남지 花發樹南枝로다.
얼음은 강 북쪽 언덕에서 녹고 꽃은 나무 남쪽 가지에서 피는구나.□

불기2552(2008)년 1월 15일(음) 동안거헤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