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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대 대선을 앞둔 종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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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리포트 2007년 10월 308호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석달 앞두고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9월 19일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서 한 발언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분노케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후보가 무슨 발언을 했기에 들끓고 있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은 지 10년이 돼도 한나라당 이름으로 뭉쳐 있는 것을 보면 하나님이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것 같다. 자유당도 정권을 뺏기면서 없어졌다. 정권을 뺏기고 그 당명을 그대로 유지한 당은 역사상 한나라당이 유일하다. 결국 10년 동안 정권을 못 잡게 한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가 애쓰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 사람이 모든 노력을 하지만 결과를 만들어주는 것은 하나님이다. 이번 대선도 우리가 최선을 다 하지만 결과는 하나님이 만들어 주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교계의 한 인터넷신문은 “‘서울시 하나님 봉헌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이번에는‘대통령은 하나님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선 후보’라는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후보라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교포커스, ‘대한민국 대통령은 하나님이 임명?’9. 20.)

이 신문은“서울시장 재직 시‘서울시 하나님 봉헌’종교편향 발언과 부산‘어게인 1907’행사 축사 등으로 홍역을 앓은 이 후보는 그동안 종교관련 발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이 후보의‘장로 본색’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라고 여론을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대통령은 국민이 주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야지 하나님의 뜻에 따른다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 국가경영을 꿈꾸는 남아가 개인의 종교에 발목이 잡혀 운신의 폭이 좁다면 꿈을 접어라”고 한 네티즌의 말과 “기독교 편향적인 발언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망발로 규정하며 이에 책임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낸 운암 김성숙선생 기념사업회의 성명서, “비록 기독교 내부의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국민의 심복이 되겠다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단견”이라는 불교계의 한 인사의 논평을 인용하고,“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특정종교에 치우친 발언을 해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다. 대통령은 한 나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지도자이다. 한 나라의 현재와 미래의 운명을 결정짓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지위이다. 대통령의 임기인 5년은 그 기간만이 아니라 이후 50년, 100년의 미래를 가늠할 수도 있는 기간이다. 특정지역과 학벌, 종교, 성, 연령 등의 차이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중도의 처신을 요구 받는다. 그래야 한 나라가 똑바로 서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7대 대통령선거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대통령이 어떤 종교를 갖든 종교를 갖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가진 대통령이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음모와 술수, 부도덕이 판치는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宗敎는 말 그대로 으뜸의 가르침이다.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깨닫게 하고 그 의미를 생활속에서 구현하여야 한다는 자기 다짐이며 실천행이 바로 종교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동시에 정치인이다. 정치는 진리를 추구하는 것보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더 우선한다. 정치는 진리의 세계가 아닌 중생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종교를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위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정치의 세계에서는 용인된다. 그러나 종교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종교는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 이용해야 할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의 가치를 정치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종교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지켜내지 못했다. 스스로 세속정치에 수단화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사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세탁해 주었으며, 특정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는 법회를 열기도 했다. 과거의 일이 아니다. 몇 달 전에도 한 스님이 “선덕여왕 이후 여왕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박근혜뿐”
이라는 말을 했다. 덕담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민망한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간 <불교평론> 31호(2007, 여름)에 실린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의 시론‘17대 대선, 불교계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글이 힌트를 제공해주고 있다. 손씨는 이 글에서“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17대 대통령선거는 극심한 지역갈등과 계층 갈등, 그리고 남북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며, 개혁의 과제를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어느 후보가 과제를 풀 수 있는지 자질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공인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공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된 후보들 가운데에서‘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누가 가장 잘 갖추었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 공인으로서의 자격’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요한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한다. 바로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납세와 병역 등 국민의 기초적 의무 이행에 흠이 없어야 한다.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국정수행및 통합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둘째, 민주성과 개혁성을 갖고 있는가. 셋째, 일관성과 책임감을 지녀 신뢰할 만한가. 넷째,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가.”

이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종교인, 특히 종교지도자들이‘종교는 정치를 초월하고 때로 포괄한다. 종교가 정치를 지도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제를 이번 대선에 임하는 태도로 채용하고 선언해야한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불교계의 불미스런 일, 천주교의 추기경에 대한 계란 투척 등으로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신망이 떨어진 요즘이다. 종교계는 제17대 대선을 계기로 종교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종교가 있음으로써‘그래도 살 만하다’는 얘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