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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널리 연주되는 악기 -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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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음악산책 - 이미향 2007년 10월 308호
바라 바라는 영산재나 생전예수재와 같은 불교의식에서 쓰이는 중요한 악기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스님이 바라춤을 출 때 손에 들고 연주하면서 추는 울림판이 넓은 바라와 시련행렬이나 착복무 또는 바라무 등 불교의식춤을 출 때 민간악사들에 의해 반주악기로 연주되는 자바라가 그것이다.

바라춤은 도량을 청정하게 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의미로 춘다.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범패와 기악반주에 맞추어 추는 바라춤은 구도의 몸짓 그 자체이다. 바라에서 울리는 신령한 소리 때문일까. 바라춤은 천수바라, 명바라, 사다라니바라, 관욕게바라, 막바라, 내림게바라, 요잡바라, 화의재진언바라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자바라는 바라춤을 출 때 사용하는 바라보다 그 크기가 다소 작다. 연주할 때는 손잡이에 흰 무명천을 길게 매어 목에 걸고 왼손과 오른손에 든 바라를 마주 들고 찰-찰- 마주치거나 차르르-차르르- 비비듯이 치기도 한다. 자바라는 불교의식에서뿐만 아니라 18세기 이후부터는 군대음악에서도 연주되었다. 1711년에 제작된 <조선통신사행렬도>는 수행악대를 포함하여 오백여명의 대규모 통신사 일행을 그린 그림인데 나발, 나각, 태평소, 동고, 북, 징과 함께 자바라가 들어 있다. 이는 불교의식에서 쓰인 바라가 변형되어 군대음악에도 연주되게 된 것으로 바라의 쓰임이 그만큼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바라가 군대음악에서 쓰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니다. 나는 지난해 흰 눈이 펄펄 내리는 날 터키의 음악문화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언덕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도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의 화려한 문화가 고스란히 공존하는 매혹적인 도시다. 아시아 쪽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밤바다를 수놓은 듯이 펼쳐진 많은 배들과 그배들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면서 펼치는 불빛의 향연은 황홀하기까지 하였다.

서양의 군대음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메흐테르라는 이름의 터키 군대음악. 이 군대음악은 오스만 제국시대에 처음 유럽에 소개되었는데 이후에는 군악대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에도 수용될 만큼 인기가 있었다. 메흐테르란 터키 군대음악에 연주되는 타악기들을 통칭하는데 터키의 트럼펫인 보루, 터키제국의 언월기偃月旗인사가나, 팀파니인 나카레, 다불이라는 큰북, 바라인질, 트라이앵글 등이다.

이스탄불 시가지의 언덕 위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에서 공연된 터키 군대음악은 터키 여행 중 최대의 행운이었다. 공연은 다양한 종류의 큰북과 작은북, 나팔, 피리, 바라로 구성된 군악대에 의해 연주되었다. 바라는 두 명의 바라 악사에 의해 연주되었는데 크기가 우리나라의 바라춤에 사용되는 바라보다는 다소 작다. 연주할 때는 오른손에 든 바라는 머리 윗부분까지 들어 올리고 왼손은 허리 아랫부분까지 내린 후 양손으로 힘껏 내리쳐서 소리를 냈다. 동작이 큰 연주법 때문인지 아니면 이국에서 듣는 바라의 신비로운 울림 때문이었는지 공연 내내 묘한 흥분으로 충만했다.

바라는 심벌즈와 같은 것으로 보편적인 악기여서 아시아는 물론 고대 이집트나 페르시아의 박물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태국 북부지방에 살고 있는 라후족의 제천의식에도 바라가 보인다. 라후족의 제천의식은 우리나라의 성황제나 당굿과 그 의식절차가 유사하다고 하는데 바라가복과 수명장수, 그리고 종교적 신명을 일으키는 신령스러운 악기로 여겨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무속에서의 바라의 역할과 다를 바가 없는것 같다.

바라는 그 크기가 다양하다. 특히 터키에서 질(zil), 그리스의 질리아(zilia), 이집트에서는 사가트(sagat)라고 부르는 직경이 48~50밀리미터 정도의 아주 작은 바라는 매우 흥미롭다. 영어로 금속제 캐스터넷 또는 손가락 심벌즈라고 하여 사이즈가 큰 바라와 구별해서 부르는데 질은 또한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서 발리댄스를 출때 사용하는 무구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 탱고 출 때의 캐스터넷처럼 무용수가 한 손에 두 개씩을 가지고 연주하므로 총 4개의 질이 한쌍을 이룬다.

일본에도 바라가 존재하는데 불교의식에 사용된다. 명칭은 각 종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찌( ), 하쯔라고 불리워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바라가 바라춤을 추는 데 용이하게 표면을 얇게 펴서 가볍게 제작하였다면 일본의 바라는 불교음악 성악인 성명을 부를 때 반주악기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바라보다는 작고 두껍다. 특히 표면이 윤이 날 정도로 매끄럽게 처리되어 있고 장식으로 두꺼운 끈으로 매듭을 곱게 지어 길게 술을 단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매듭모양이 반주악기라기보다 예술작품이라고 할 만큼 아름답다.

지난해 나는 마산 국제불교음악 학술대회에서 일본 융통염불종의 스님들을 초청해 일본의 불교음악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서 반주악기로 연주되는 바라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의 불교음악은 마치 깊은 산사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 것처럼 맑고 신비로움이 감도는 음악이었다. 특히 여기에 잘 어울리게 간간이 울리던 바라소리를 들으며 혹 불교에서 말하는 평정심을 소리로 드러낸다면 바로 이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 내내 행복했다.

바라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 폭넓게 분포되어 다양하게 연주되고 있는 보편적 악기이다. 이러한 악기가 어떠한 경로로 우리나라의 불교의식에 유입 되었는지 그 경로에 대해서는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지만 불교 의식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악기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