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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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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서도東話西道 - 이겸 2007년 10월 308호
나고 쓰러져가는 나무의 소리에 귀 귀울인다. 이 숲에 살던 어린나무 하나 빛이 되었다.   / 요세미티 계곡 엘에이에 와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만나게 돼 있는 인연이다.
그 중 네명의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은 큰 기쁨이다.


친구 하나, 이이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주인이며, 가벼운 몸과 씩씩한 발걸음에서 언제나 경쾌함을 느끼게 하는 이다. 우리는 이사를 결정할 때 집을 보지 않았다. 그저 이이가 사는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살며 서로를 아끼게 되었다. 이이는 단호했고 유쾌했다. 함께 있으면, 심각한 일도 아무 것도 아닌 것임을 알게 되곤 했다. 언제나 근본적인 것을 잡아내는 힘이 있어서, 믿고 따랐다. 이름은 김명진, 나이는 60에 바짝 다가 서 있다.

친구 둘, 이이는 소녀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상을 경이롭고, 신비하게 받아들이는 이다. 특히 풀을 좋아한다. 아무렇게나 나 있는 풀을 쓰다듬으며 말을 걸고, 향기를 맡으며 기뻐하는 이다. 매번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깜빡이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이다. 우리 부부를 생각하며 책을 추천해 주는 이이기도 하다. 우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돌려가며 읽고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즐겼다. 그 모임엔 또 한 명의 구성원이 있었는데, 그이는 김명진이다. 목소리 고운 호기심 많은 소녀의 이름은 이승자, 나이는 70에 들어섰다.

친구 셋, 이이는 늦가을 나무 같은 이다.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이이 또한 그 진지함에 매달려 있는 이가 아니다. 보통의 사람보다 경쾌하고 밝아서 어떤 이들은 이이의 진지함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가지고 있었던 많은 것들보단 스스로의 힘으로 발견한 것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이다. 가벼움 속에 진중함이 있으며, 주장이 뚜렷하되 상대를 무너뜨리려 하지는 않는다. 동서양의 역사에 관심이 많고, 밤을 새워 이야기를 해도 지루하지 않아 그 자리를 파하기가 아쉬운 이다. 이름은 차숙희, 나이는 50을 바라본다. 애정을 가지고 우리 부부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이이다.

친구 넷, 이이는 작약같이 고운 사람이다. 몽우리를 터뜨리기 전에 똘똘 뭉쳐 있는 작약, 피어나서는 천 겹 만겹 여린 입을 나누어 주는 꽃. 궂은일을 마다 않는 성품인지라, 남들이 피해가는 일도 피해가지 않는다. 자신에게 온 인연에게 마음으로 다하는 이다. 하지만 가시가 있는 작약이라, 쉽게 꺾으려 접근했다가는 가시에 놀라고 만다. 우리 부부는 작약에 가시가 왜 생겼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가시를 조금씩 떼어주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이는 가시를 보고 거칠다 하지만, 그것은 참모습을 보지 않으려는 어리석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름은정명희, 나이는 60을 바라본다.


우리 부부는 이 네 친구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나는‘누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지만, 친구라 말하고 싶다.“ 우린 나이는 다르지만 도를 찾는 이들이니, 친구고 도반이다.”승자누이의 말이다. 나는 이들을 사랑한다. 친구란 무엇인가? 도반이란 무엇인가? 인생에 있어 만나야 하는 인연은 무엇인가? 도를 만나는 일이다. 그 길에 만나는 이가 도반이다. 친구로 받아준 이의 마음이 고맙다. 우리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숲에서 어린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함께 보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거센 파도였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마는… 또한 그것은 잔인한 것이 아닌, 단호한 자연의 질서이다. 우린 그것을 똑똑히 보았고, 체험했다. 나는 어린 나무가 빛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으리라. 곁에서 길을 잡아주고 있는 참 된 도반들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