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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있는데 불교문화는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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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7년 9월 307호
지난 8월 23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불교문화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라고 이름 붙인 작은 모임이 있었다. 총무원 문화부가 자리를 폈다. 모임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불교문화, 특히 문학과 출판 분야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뜻이었다. 문화부는 이날 발표된 내용을 참고해서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불교문화’를 얘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택 교수(고려대 철학과)는 <불교평론> 2005년 여름호 권두언‘불교문화 - 일상성과 소통을 위한 불교’라는 글에서 불교문화를‘다른 종교인들과는 다르게 불교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삶과 행동양식인 동시에 불교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라고 개념 짓고,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불교는 있는데 불교문화는 없다고 진단했다.
“ 첫째는 일상성의 부재이며, 두 번째는 소통성의 부재이다. 불교문화란 불교인들의 일상적 삶과 행동 양식이면서 동시에 불교 바깥과 소통하는 인터페이스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의 경험에서 제도화되고 만들어진 유무형의 전통이‘문화’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지금 그리고 여기’의 삶에서 실천되고 일상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통은 다만 유물일
뿐이다. 불교문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유물을 문화로 착각하고 있는 현대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문학과 출판은 불교의 가치를 일상적으로 불교 안팎과 소통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불교문화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 왔으나, 간담회를 통해 문학과 출판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늦게나마 문화부가 이런 간담회를 만든 것만 해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문화부가 주최한 간담회는‘불교문학 무엇이 문제인가’(장영우 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불교문학상의 위상과 과제’(공광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강사), ‘불교출판의 미래와 전망’(윤창화 도서출판 민족사 대표), ‘불교출판 활성화 방안’(류지호 불광출판사 주간)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불교문학과 불교출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는 불자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며, 그러할 때 더욱 지혜롭고 실현 가능한 방
안이 나올 것이다. 위 발표문 중 장영우교수와 윤창화 대표의 글은 불교문학과 출판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불교문학 무엇이 문제인가

… 오늘날 불교문학은 더 이상 한국문학의 주류가 아니며,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를 해결해주는 역할도 하지 못한다. 최근 우리 문학계에서는 전문적 불교작가나 시인은 찾아보기 힘든데, 드러내놓고‘불교문학’을 한다면 문학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시 분야보다 소설 분야에서 특히 심하다. 비근한 예로, 등단 이후 꾸준히 불교소설을 발표해온 황충상, 정찬주 등의 작업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평론가나 연구가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에서와 달리 소설 분야에서 뛰어난 불교소설이 출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첫째,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별로 없다는 점, 둘째, 우리가 생각하는 불교 소설의 범주와 개념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 셋째, 독자들이 불교소설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세가지 요인은 상호작용을 하여 불교소설의 창작과 소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 점은 불교소설로 평가받은 작품 가운데 일반 독자나 전문비평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작품이 과연 몇 편이나 되는가를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오늘날 불교소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예술조차도 돈과 전혀 무관할 수 없다. 사정이 그렇다면 불교계에서도 불교문학의 중흥을 위해 보다 많은 투자와 관심을 보여야 한다. 좋은 문학작품을 통해 불교사상을 널리 전파하는 것도 하화중생의 정신과 상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95년 시행했던 불교장편소설 공모 사업을 재개하여 대형작가를 발굴하고, <불교문예> 등 잡지와 신문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신인과 기성작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함으로써 문학인들이 불교에 친연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동국대에는 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학승들이 꽤 있는데, 이들에게도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이 요청된다.(장영우)


불교출판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대안

… 불교출판의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것은 결국 한국불교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종교는 과거처럼 맹신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맹신은 시대 변화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범불교적으로 불서읽기 운동을 전개하여 무작정 신앙에서 불자 개개인마다 지식층이 되는‘불자 지식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발전적인 대안이 없다면 바람직한 기획출판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
니라 미래의 불교출판은 겨우 현실을 지탱하는 정도에 머물게 될 것이다.
현재 사찰에 도서실이나 도서관이 있는 곳은 서울 석촌동 불광사, 해인사 등각 강원, 그리고 몇몇 정도이다. 각 종단의 총무원이나 본사 또는 규모 있는 사찰에서는 반드시 도서관을 설치하여 종무원이나 불자들로 하여금 불교 기본교리와 상식, 지식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 또 기타 군소 사찰에서도 반드시 소규모나마 도서실을 만들어 신행 및 교리 입문서, 경전 번역서, 법어집 등 기초적인 불서를 갖추어 일반 불자들로 하여금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보다 구체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불교출판의 활성화 방안의 하나이지만, 직간접적으로 불자 지식화 및 포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종회에서 논의하여 본사급 이상은 5천 권 이상, 기타 군소 사찰은 약 2천 권 이상의 도서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사찰 도서실 문제는 불교출판의 문제와 결부시키지 말고 지역 포교 차원, 신도교육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 현재 서울에는 대형 불교서점이 없다. 최소한 총무원이나 조계사 주변에는 대형 불교서점이 있어야 한다. 조계사 주변은 한국불교의 모든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서 불교문화의 1번지이다. 이곳에 대형 불교서점(100평 이상)이 없다는 것은 한국불교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적인 불교가 못 된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하겠다.(윤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