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도尋牛圖는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童子에 비유하여, 선종禪宗의종지宗旨를 나타내는 구체적 도상圖像으로 표현한 선화禪畵이다. 10단계로 그려지므로 십우도十牛圖라 하기도 한다. 중국 송대宋代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보명普明의 목우도牧牛圖와 곽암廓庵의 십우도十牛圖 두 가지 이본異本이 전한다.
여기서 소는 마음 혹은 깨달음의 상징으로 법성法性, 진여眞如, 각성覺性등 마음소(心牛)의 표상이다. 즉 소는 본래의 자기 진면목이며, 심우도는 바로 자기自己의 본래 면목을 체험하는 세계로의 나아감, 곧 깨달음을 향해 나아감을 드러낸 그림이다. 곽암의 십우도가 출현한 12~14세기는 중국불교가 선종으로 대표되는 시기로, 십우도가 성립된 시기는 시대적으로 선종禪宗의 전성기와일치한다. 심우도에서 표현되는 일원상一圓相은 공空과 반야지혜의 상징으로 완전하면서도 텅 빈, 있음(有)과 없음(無)을 아우르는 깨달음의 상징이며, 본래부터 있으면서도 시작도 끝도 없는무한無限, 진리 자체를 표상表象한다.
일원상의 출발은 생각과 집착의‘작은 나’로 심우도 그림의 출발이다. 이후 소를 얻는 득우得牛의 과정인‘의식의나’로 나아가고, 사람도 소도 없는 인우구망人牛俱忘의‘무無의나’인 단계에 다다른다. 이어 마술과 기적의 영역이며, 완전한 자유의 아무런 걸림이 없는‘자유의 나’를 지나, 있는 그대로의 오직 그러할 뿐인‘큰 나’에 이른다. 이‘큰 나’는‘작은나’와 같은 위치이나, 그 차이는 태산 같기도 하고 또 종이 한 장 이기도 하다.
일원상은 보명의 목우도에서는 마지막 단계인 제 10 쌍민雙泯에 나타나며, 곽암의 십우도에서는 처음부터 원상 안에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깨달음(불성佛性)이 이미 우리 스스로에 존재 하나, 무명無明으로 인해 밝혀지지 못했음을 상징한다.
해인사 성보박물관에는 곽암의 십우도를 충실히 표현한 목판이 목판특별실에 전시되고 있다. 목판의 판심제版心題는‘십우十牛’이며, 한 판면에 2장씩 새겨져 있다. 소를 찾으러 행동으로 나서는 제1 심우尋牛와 소의 발자취를 보는(자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제2 견적見跡이 1장, 소를 보아 자기 면목을 알게 되는 제3 견우見牛와 소를 얻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견성의 시작인 제4 득우得牛가 2장으로 한 판면을 이룬다. 뒷 판면에는 소를 놓아기르는 자유자재한 한가로운 상태인 제5 목우牧牛가3장, 소와 내가 하나 되어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제6 기우귀가騎牛歸家와 찾았던 소는 사라지고‘나’만남는 제7 망우존인忘牛存人이 4장이다.
각 단계마다 송頌이 있으며, 원상 안의 그림이 상란(上欄: 위쪽 테두리 줄)에 걸쳐서 상변(上邊: 위쪽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목판의 각은 마모가 심한 편으로 글씨를 알아보기 쉽지 않다. 개판開板한 간기刊記는 있지 않다.
또, 불교회화실에는 심우도 병풍이 전시되고 있다. 이 병풍은 8폭의 그림으로, 곽암과 보명의 도식적 표현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다. 1폭은 소를 찾아 떠나고, 2폭은 소의 발자국을 찾았고, 3폭은 소를 얻어 꼬리를 잡는 득우得牛, 4폭은 소를 길들이며, 5폭은 소를 타고 하나 되어 돌아오는 기우귀가騎牛歸家, 6폭은 그 소조차 잊고 나로 완전하며, 7폭
은 원상이다. 8폭은 다시 돌아와 출발점과 같은 공간이나 또한 무한 시간, 무한 공간 속에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차원의 공간으로 성철 큰스님의 법어“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드러나는 자리이다.
각 폭마다 그림의 위쪽 화면에 묵서가 있고, 병풍 뒷면에 하동산河東山대선사가 그림을 그리고 게송을 썼으며, 1947년 임환경林幻鏡스님이 기증하였다는 기록이 있지만, 동산 선사의 필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찰에서 흔히 벽화로10장면이그려지는데, 이 작품은 8폭의 병풍으로 구성되어 독특하다.
심우도는 이처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부처의 가르침을 그림이란 도구를 통해 드러낸 것으로, 이는 우리가 접하는 모든 불화佛畵의 제작 이유와 동일하다. 불교의 가르침은 단순하고 쉽다가도, 그 깊이에 들어가면 한량없이 어렵고 복잡 다양하게 느껴진다. 글을 통해 설명되기 어려울 때는 그림이 교화의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되었기에, 풍부한 상징 의미를 담아 아름다운 불화들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