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인근에 조그마한 산을 하나 가지고 있다. 원래가 시골 태생이기도 하지만 농대에서 여러 해를 밥을 먹고 살아와서 그런지 흙을 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 생리에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산에다 밤나무며 단감나무등 과일나무를 심어놓아서 가끔 가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제일 귀찮은 것이 풀을 베는 것이다. 예초기를 가지고 풀을 베는데 날은 덥고 땀은 나고 또 면적이 조금 넓어서 며칠을 베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들고 하기 귀찮은 일이아니다.
게다가 산에는 나무만 자라는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산에만 가면 자연히 이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제일 만나고 쉽지 않은 것이 뱀이다. 그러나 이들도 어디에선가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산을 떠나서는 어디에서 살 곳이 따로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산에를 가게 되면 이들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독 없는 뱀은 성질이 온순해서 그런지 자기 주위에서 평소에 듣지 못하던 이상한 소리가 나면 자기가 살던 곳이라도 잠시 자리를 피해주는데 독사는 전혀 그러하지 않다. 누가 감히 내가 사는 데를 침입했나 싶어서 그런지 또는 나도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서인지 절대로 도망가는 일은 없고 자세를 공격형으로 바꾸고 적이 자기 공격권안으로 접근하기를 기다리며 만반의 공격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들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니어서 어디 독사를 겁내어서 도망가려고 하겠는가. 그러니 자연히 사람과 독사는 일전을 피할 길이 없고 결국은 힘이 센 쪽이 이기게 되어 있는데 독사로서야 자기 몸을 무기로 해서 상대방을 공격하지만 어디
사람이야 그런가. 온갖 무기를 다 동원해서 무장을 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기 때문에 자연히 싸움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이기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전쟁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고로 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산에 가서 풀을 벨 일이 있을 때에는 풀을 베기 직전에 언제나 속으로 뱀들에게 말을 한다. 뱀들아 산山주인이 풀을 베러 왔으니 피해 달라고. 그래서 그런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그 산을 산지가몇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까지는 서로 만나지 않고 충돌 없이 평화를 유지하면서 풀을 베고 있다. 참으로 이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내 말을 들어주어서.
그런데 요즈음 보니까 말을 하면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인간들끼리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전쟁을 하고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독사하고도 말이 통해서 불안하지만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데, 말을 하면 서로 알아들어서 말이 통할 수 있는 인간들끼리 말이 통하지 않아서 전쟁을 하다니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말을 해야될까.
미국은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을 물리치고 간단하게 전쟁을 끝낼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도 발을 빼지 못하고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지 않는가. 또 경기도 분당에 있는 어느 교회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자원 봉사하러 갔다가 탈레반이라는 무장세력에게 붙잡혀 귀중한 생명을 희생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이 모든 일들이 서로간에 말이 통하지 않아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나만 살고 너는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또 내 생각만이 중요하고 네생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쪽이 내 생각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저쪽도 자기 생각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로 충돌할 수밖에 더 있는가. 악순환은 끝없이 되풀이 될 것 같다.
우리가 만일 서로 같이 살아가자는 생각이 있다면 또 남의 생각도 내 생각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서로 함께 살아갑시다. 비록 서로 생각이 다르고 또 만나고 싶지 않은 사이라도 말이다. □
비로자나 광명 기도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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