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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치밀 때 먹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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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 박재은 2007년 08월 306호
화가 치밀 때 먹는 음식  /  임우석 장맛비가 한창이다. 한차례 비가 내리면 하루는 내내 덥고, 그러다 또 꾸물거리면서 비가 온다. 비가 지나가면 가느다란 햇볕에 몸을 말리며 매미가 운다. 지겹게 내리는 빗속에서 매미는 어떻게 몸을 가눴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어떻게든 추스르고 스스로를 얼러가며 비가 그치도록 버티고들 있었겠지. 내가 죽도록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이내 그치고, 꿈같은 햇살이 비치면 매미는 아무일 없었던 듯 나무껍질에 붙어 마침내 운다. 마음 아픈 일이 많은 올 여름에는, 오래 듣던 매미 소리도 새삼스럽다.
활달한 겉모양의 나는 사실 속이 좁다. 속이 좁아서 낯도 가리고, 망설이기도 많이 한다. 내 이런 소심을 다른 이들은 잘 모른다. 그저 내 가족이나 남편, 가까운 친구 몇 정도만 알고 있다. 속이 요만하다보니 일이 어긋나도 표현을 못한다. 그저 좁아터진 가슴이 부글부글 혼자 끓는다.
밥 버는 일 할 때는 그나마 이북사람인 울 아빠처럼 실리적이고 직선적인데, 생활에서는 순 서울 사람인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체면을 차리는건지, 내 속 얘기를 남에게 좀처럼 떼어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벗이 많지 않고, 가슴 답답한 일이 생겨도 절로 삭히면 그만이다. 습관처럼 그리 살다보니 몇 년 전엔가, 상당한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그때 읽은 책이 틱낫한 스님의‘화(anger)’. 시간이 지나 가물가물한 내용 가운데 여태 기억이 나는 것은‘화’가 어린 애 같아서 그냥 두면 무럭무럭 내 속에서 자라난다는 말씀이다.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던 대목. 그게 2002년, 그러니까 5년 전의 일이다. 그 후로 신기하게 나는 화를 잘 안 내고 살 수 있었다. 한 5년간 성격이 많이 바뀌어서 가족들이 기뻐했다. 내 속에 화를 키우지 않으려 노력하니 남에게 혼자 바라고, 실망하고, 분노하는 일들도 거의 없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그 댓가를 타인에게 바라지 말자고 속으로 애썼다. 그 노력이 5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아끼는 사람에게 큰일이 닥치고, 그 모습을 곁에서 보자니 다시 스멀스멀 화가 고인다. 세상의 눈
은 요지경 거울 같아 내 있는 그대로 봐 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실체가 어디까지 왜곡될 수 있는지를 곁에서 보자니 멀미가 다 난다.
이렇게 뜨거워진 나의 속으로는 어떤 음식도 소화가 쉽지 않다. 몇번인가는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구운 고기를 질겅질겅 씹었는데, 내가 씹은 고기의 화까지 내 몸에 더해져 속에 불이 나더라. 얼음을 둥둥 띄운 음료만 양껏 들이켜도 봤는데, 배만 아플 뿐이었다. 이럴 땐 무얼 먹어야
하나?

1. 육식보다는 채식

화가 쌓일 때 고기를 먹는 것은 나쁜 방법이다. 몸의 독을 빼주고, 혈액 순환을 돕는 야채를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 구연산이 함유된 과일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식욕이 돈다 싶으면 열무김치 넣어 고소한 참기름 몇 방울에 밥을 비벼 먹든, 부추를 볶아서 찬으로 곁들이 든, 쌈 채소에 밥을 얹어 쌈장으로 맛을 내든 해본다. 간에 열이 찰 때 빠져나가는 비타민이 보충되고, 정신도 맑아진다. 단, 천천히 먹도록 하자.

2. 찬 음식은 금물

마음이 상하면 몸도 따라 상한다. 즉, 내장 기관이 보통 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둔해져 있는 속에 얼음을 들이붓는 것은 무식한 일이다. 바로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몸속의 열기를 정 못 이기겠으면 수박이나 배, 오이와 같이 찬 기운이 있는 과일이나 야채를 먹자. 배
는 철이 아니라 비싸지만, 속을 좀 파내어 꿀을 넣고 오래 끓여 얻은 즙을 두고 마시면 좋겠다. 수박은 붉은 부분을 먹어서 갈증을 해소하고, 하얀 속은 깎아내어 나물로 무쳐 먹으면 꼬돌꼬돌 맛있다.

3. 티 타임(tea time)

냉수를 부어 넣으면 천불이 꺼질까. 차라리 차를 마시자. 막상 속에 서 불이 일면, 차 마시며 앉아 있기가 쉽지 않지만. 차의 따뜻한 기운을 따라 마음을 집중하다보면 몇 분간은 차분해진다. 그 몇 분이 나를 살린다. 나를 쉬게 하고, 새로운 구상을 돕는다. 일본 사람들은 몸이 안 좋거나입맛이 없을때‘오차즈께’를 먹는다. 뜨겁게 우린 차에 밥을 말아 각종 절임이나 김 가루, 명란 등을 곁들여 한 그릇에 먹는 따뜻한 음식이다. 구수한 차를 넉넉히 우려 시도 해보자. 울렁거리는 속이 좀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