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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탱화와 광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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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음악산책 - 이미향 2007년 08월 306호
감로탱화와 광쇠  /  이미향 사찰에서 만나는 불화는 그 종류도 다양하다. 석가모니불화, 비로자나불화, 아미타불화, 약사불화, 미륵불화, 신중도, 사천왕도, 지장보살도, 칠성도, 산신도, 감로탱화….
불자치고 탱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이는 없지마는 공연예술, 특히 음악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나에게 감로탱화는 더 없이 소중하다. 갖가지 종류의 공연장면과 함께 무수한 악기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감로’란 아주 신비한 이슬로 중국 전설에서는 현명한 임금이 어진 정치를 베풀면 그 징조로 나온다는 달콤하고 신령스러운 액체이다. 인도에서는 감로 비슷한‘암리타’가 있는데 달콤한 향기가 나며 꿀처럼 달아서 마시면 온갖 번뇌가 사라져 삶의 의지가 살아난다고 한다.
유독 감로탱화 앞에 발길이 머무는 것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의 거대한 파노라마가 그림 곳곳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생의 희로애락이 한데 모여 녹아있는 그림인것이다. 어릴적 산마루에서 체득된 진리 때문일까?
붉은 태양이 뉘엿뉘엿 서산으로 질라치면 땅 따먹기 놀이하던 아이들은 일단 동산으로 냅다 뛰어올랐다. 동산 떡갈나무 옆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줄로 나란히 선 아이들이 태양이 뜨고 지는 묘리를 아는 것처럼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곤 하였다. 높은 산골짜기로 붉은 노을이 마지막 회향의 길을 나설 때면 법석이 열반으로 자리를 편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가 저 태양의 뜨고 지는 이치와 다를 바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사람이 세상에 나서는 죽고, 마음속 생각이 불끈 솟다가는 가라앉고,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고, 봄이 가고 여름 지나 가을지면 겨울이 오는 이치, 이 세상 모든것에 생함과 멸함이 공존하니 결국 생과 멸이 하나이며 한길로 회통된다.
감로탱화 앞에만 서면 여지없이 서산의 지는 노을을 보던 어릴 적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왠지 마음을 내려 놓아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된다.
감로탱화에는 인생을 반조하게 하는 묘한 힘이 화면 곳곳에 스며 있다. 그래서인지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숙연해진다. 특히 화면 한가운데 오방색의 화려한 번으로 장엄된 성대한 제단 앞에서 설해지는 불교의식 장면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경건함을 불러 일으켜세운다.
불교의식을 도설한 것은 감로탱화의 중단에 보인다.
불교의식에는 바라, 광쇠, 경자, 요령, 법고, 나각, 나발, 태징, 태평소, 장고 등이 사용된다. 그 가운데 광쇠는 감로탱화 초기 작품부터 전 시대에 걸쳐 나타나는 악기로서 불교의식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광쇠는 우리나라에서만 연주되는 악기가 아니다. 중국의 지방 곳곳에서는 지금도 활발히 연주되고 있다고한다. 광쇠는 또한 장엄한 불교의식에서만 쓰이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군대의 행진음악에 쓰였고, 당악 정재(춤)의 무구로도 사용되었다. 광쇠가 불교의식 춤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수많은 감로탱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존하는 불교의식춤과는 달리 광쇠춤만이 사라져 감로탱화속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광쇠는 서울 봉원사 영산재 의식과 마산 불모산 영산재 의식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조선시대 감로탱화에 나타난 광쇠의 편성과 용도 및 형태로 보아 서울 봉원사 광쇠보다 영남 불모산 영산재의 광쇠가 고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영남지역 불교의식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광쇠가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그 기능이 축소되었고 호남지역에서는 도태되었다.
불모산 영산재에서 쓰이는 광쇠는 꽹과리에 두 개의 구멍을 내고 대나무를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지게 만든 자루를 끈으로 연결해서 만든다. 꽹과리는 원래 농악이나 무속음악에서 널리 사용되는 금속 타악기이다. 꽹과리, 꽹매기, 쇠, 광쇠, 꽝쇠, 깽쇠, 소금小金, 소쟁小錚등 많은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소금, 소쟁이라는 생소한 명칭은 악학궤범에서 징을 대금大金또는 대쟁大錚이라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광쇠채는 꽹과리채를 그대로 쓰지 않고 별도로 제작한다. 길이나 나무종류에는 제한이 없고 꽹과리에 연결하는 자루는 잘 휘어지고 견고 한 대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광쇠채 또한 대나무를 쓰는데, 대나무뿌리를 불에 구워 잘 휘어지도록 한 다음 모양을 잡는다.
광쇠를 연주할 때는 광쇠 자루를 잡은 왼손을 위로 치켜들고 오른손으로 광쇠채를 잡아서 광쇠 복판을 유연한 동작으로 친다. 왼손에 광쇠 자루를 들고 치기 때문에 농악의 꽹과리에서 보이는 왼손 손바닥으로 복판을 막고 치는 연주법은 구사되지 않는다. 광쇠 자루를 들고 채로 치는 것이라 태징보다는 음량이 크고 가늘며 광쇠 채 끝을 그물처럼 촘촘히 엮어서 만든 실로 감싸서 너무 딱딱한 소리를 막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게한다.
내 작은 서재에는 광쇠가 걸려 있다. 오늘밤엔 이 광쇠를 어깨에 둘러메고 감로탱화에 들어가 /괭 - -/괭 - 개/ 개 갱 -/ 시원스레 소리 울리며 광쇠춤이라도 추고 와야겠다.